그는 오늘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발륨이야 충분히 있었지만 발륨을 먹어도 소용없을 것이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어떤 애가 엄마 몰래 냉동고에 돼지머리를 넣어뒀다가 이런 짓을 하느냐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부인하지 못하겠지, 밥. 그래서 내가 미치겠어. 네가 방금 말했듯이 내가 미쳐간다고."
요리사가 되건, 거지가 되건, 이혼을 수없이 하건, 이 도시의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오늘밤 집에는 공허가 가득했고, 그녀는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서 잠들던 시절을, 그것이 얼마나 안정된 느낌을 주었는지를, 밤시간의 나른한 행복감을 생각했다.
오늘밤 걸려왔던 수전의 전화가 아직도 집안에 떠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둡고 형체 없이 불쾌하게. 그녀는 일어나 앉았다.
열쇠를 만지작거리자 햇빛의 파편에 눈이 부셨다.
"밥, 현재를 살아요." 형의 차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그를 두고 떠났을 때, 밥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어렴풋이 인식했기 때문에, 그러리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알고 있었지만?오, 불쌍한 일레인, 그를 위해 그토록 애써주고 잘해주었지만 그녀는 몹쓸 병에 걸려 죽고 없었다
?안다는 것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햇빛이 그를 산산이 부숴놓았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그날 자동차 보닛 위로 쏟아지던 햇살과 담요에 덮인 아버지의 모습뿐이었다. 그리고?예외 없이?어린 수전이 그를 탓하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다 너 때문이야, 바보 멍청이."
부족한 사교성이 여지없이 드러나기 전의 잭, 잘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삶에 치명적인 지장을 주기 전의 잭
콧대가 각져 어른 코가 되고 눈썹이 짙은 일직선이 되기 전의 잭, 수줍음을 타고 유별나게 말 잘 듣는 꼬마였던 잭을. 그때나 지금이나, 입맛은 까다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