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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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뿌리를 박고, ‘자기 자리를 잡았’으며 관습을 따르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구원했다.

그녀가 평화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저 그녀의 가슴에서 꿈틀거리던 비굴함이 반쯤 잠자고 있어 무기력한 상태에 지나지 않았다.

간신히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던 오르간 소리는 여인들의 재잘거림 속에 묻혔고, 향(香) 냄새는 그녀들의 향수 냄새에 압도되었다.

등 뒤에서 무거운 문이 닫히는 소리에 이 비참한 무방비 상태에서 갑자기 깨어났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이제는 혼자서만 파멸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레즈는 기억한다. 성당의 제의실에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든 이 행복한 작은 얼굴에 키스를 하려고 몸을 굽혔을 때 지금껏 쌓아왔던 막연한 기쁨과 막연한 고통의 세계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던 것을

하지만 어떤 행복? 빗속에 파묻힌 풍경을 앞에 두고 햇빛 속에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황량한 시선의 이 남자는 그림의 번호가 베데커 여행안내서와 다르다고 걱정하고, 최단시간에 봐야 할 것은 전부 봤다는 데 만족하는 그런 남자였다

이 미치광이가, 이 간질 환자가 아주 작은 행동으로도 나를 목 졸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지친 상태였지.

편지에는 실제로 느끼는 감정보다는 그 편지를 기쁜 마음으로 읽기 위해 우리가 느껴야 하는 감정이 담겨 있는 법이다.

그들은 이제 함께 있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침대에 앉아 있는 이 여자에게서 자신의 아내가 아닌 모르는 존재, 이름도 없는 낯선 피조물을 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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