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리는 순진했어. 그리고진지했어. 그 당시에는 우리의 평생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났던 거야. 벤이 큰 인상을 받은 것은 당연해. 네 스스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그에게 말했을 테니까.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촛불에 비친 그녀의 넓은 이마는 하얗게 보였고, 주름살과 조그만 마마 자국도 보였다. 그러나 머리 뒤로 초록색 면직 코트의 깃을 세운 모습은 아직도 그녀를 소녀처럼 보이게 했다.
그녀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이면서도 나는 내내 창조적 정열을 가지고 촛불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어떤 여신이 나만을 위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시 모아 놓은 것처럼.
타이터스는 벤의 고집스러운 말과 내 대답이 반복되는 것을 듣고 있었어. 그것은 연 구분도 없는 아주 형편없는 시와 같았을 거야. 그 애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혹은 진실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을 거야.
"가끔은 그 애가 돌아오지 말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해. 가끔은 그 애가 죽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또 가끔은 그 애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기도 해. 희망과 공포와 두려움의 고통이 끝나고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올 테니까. 만일 그 애가 돌아온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야."
벤이 타이터스에게 언제나 무섭게 군 것도 아니야. 벤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은 면이 좀 있어. 모든 남자가 그럴 거야. 그런데 네가 자꾸 나타나서 항상 그를 화나게 했어. 너는 너무 유명했기 때문에 우리는 널 잊고 지낼 수가 없었어
"그것은 서투른 연극이야, 하틀리.결국 이 상황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불가능하게 된 것을 모르겠어? 그고문하는 남자에게 예수님 노릇을 하는 건 그만둬. 만일 그렇게 하고 있다면 말이야."
"네 망쳐 버린 인생에 대하여? 네가 내 인생에 책임이 있듯이 말이지? 그러니까 이것이 너의 복수인 거야? 아니, 아니야. 이건 진심이 아니야……."
그녀는 마음을 정하지 못할 수도 있고, 만일 정한다 해도 나중에 다시 감정의 격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재난 위에는 재난이 겹치기 마련이고, 위기 위에는 위기가 겹치기 마련이니 모두 파괴되어 빨리 아수라장이 되어 버려라.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가 하틀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또 이런 생각도 했다.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지 말자. 그러면이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그것이 해결책이다.
이렇게 무섭도록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이 나를 겁나게 했고 그녀만큼 나도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내 두려움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나는 달려가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 "내 사랑, 그렇게 두려워하지 마.그만해, 여기 머물도록 해. 너를 사랑해. 내가 널 돌보아 줄게……."
결혼이란 어떤 것일까? 하틀리가 쏟아 놓은 말들은 신경질적인 여자의 과장된 꿈인가? 벤은 과연 무엇을 믿었을까? 도로로 돌아가서 탑 쪽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집과 그 결혼 생활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졌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나 자신과 그와 그리고 그녀까지도 혐오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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