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바다여, 바다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5
아이리스 머독 지음, 최옥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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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필연코 써야 한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전에 쓰던 방법과는 아주 다른 방법으로 써야 한다

여러 가지 생각과 매일의 관찰을 남기고 싶다.

‘나의 철학’, 다시 말하자면 날씨나 그 밖의 다른 자연 현상에 대한 간단한 묘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나의 pensees1)를 기록하고 싶다.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내 지난 인생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아마도 나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이다. 내 과거 위에 내 현재가 떠다니는 것처럼 써 볼까?

이기주의를 후회하는 데는 자서전이 가장 적합한 방법일까?

이 해안선의 특징은 바닷물이 바위를 닳게 하여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파도가 사람을 단숨에 잡아채 가기 때문이다. 장난기 심한 바다가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힘을 보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었다. 아마 그런 신앙심이 다소 실망스러운 그녀의 인생을 견디게 해 줬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강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나는 남몰래 서로 사랑하고 복종하고 위로했다. 아니, 우리 셋은 서로를 사랑하고 위로했다.

나는 여러 종류의 바삭바삭한 스칸디나비아 비스킷을 좋아한다. 이 비스킷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고 들었다.(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뚱뚱해질 운명을 타고 난 사람은 뚱뚱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 그들에게는 매체의 비현실성 때문에 내가 일종의 ‘비현실적’ 존재로 보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아무도 나와 사귀려 하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블랙라이언에 들렀다. 이 술집은 내가 들어가면 조용해지고 내가 나오면 귀에 거슬리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칙칙해진 도금품처럼 우중충하면서도 밝은 금색을 내는 하늘을 구름이 천천히 가로지른다.

어린아이는 어른들 세계의 관습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런 편애를 어른들의 속임수라고 눈감아 줄 수도 있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가 항상 미소를 띤 채 조심스럽게 종이 위에 거미를 올려 창밖으로 살짝 버리거나 집 안의 다른 구석에 옮기는 모습을 분명히 기억한다.

조용하고 은밀하게나 혼자 즐겁게 지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이 나에게 그 근처에 난초가 있다고 말해 주었으나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난초도 물개들처럼 전설에나 나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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