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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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혈기왕성했고 아주 멋진 말을 몰았지만 신이 번개로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가리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 그 탓에 그만 사막에서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그는 둘 사이에 증오심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아차렸다. 차로가 밧줄을 가져오자 그것을 서장의 수갑에 묶으라고 했다.

살에 닿은 총이 쉿 하고 소리를 내기도 전에 존 그래디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고함 소리에 사방에 있던 밤의 시시한 생명들이 즉각 입을 다물고, 말들은 모닥불 너머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고 비명을 지르며 별을 할퀴다 공포에 질려 그 굵직한 허벅지를 접으며 주저앉았다.

그는 고통으로 인해 얼마나 멍청해질 수 있는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총알을 다 넣은 그는 넝마가 된 젖은 셔츠로 모닥불 장작 하나를 감싸 쥐고 웅덩이로 내려가 물속을 살폈다.

그는 꿈속에서 비스듬한 돌길을 우아하게 걷는 말들을 보았다. 마치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돌에 새긴 글귀가 모두 지워져 버린 고대의 유적지에 온 말들 같았다.

이 땅의 사람. 계곡을 오르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다 사라져 갔다. 그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알라메다에 자그마한 접이식 양철 탁자가 몇 개 놓여 있고 여자 아이들이 팔을 쳐들고 종이 리본을 매달고 있었다. 비에 젖으면서도 웃으면서 철사 너머로 리본 뭉치를 주고받는 아이들의 손은 염색약 탓에 빨강, 파랑, 초록으로 물들었다

길은 불모의 자갈 언덕 사이를 굽이치며 갈라지고 끊어지다 마침내 녹슨 파이프와 펌프 기둥과 해묵은 목재 사이에 널린 폐광 찌꺼기들 속으로 사라졌다

물웅덩이에서 비둘기 떼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우중충한 검은 구름과 서쪽 산 사이의 좁다란 하늘에서 물속으로 떨어지는 핏방울처럼 해가 뚜욱 떨어지자, 빗물에 생기를 머금고 석양에 금빛을 빛내던 사막에 스멀스멀 어둠이 깔리며 바하다와 언덕과 코르디예라처럼 길고 준엄하게 뻗은 돌이 느릿느릿 검게 물들더니 멕시코 남쪽 저 멀리까지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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