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나의 종교 - 세기말, 츠바이크가 사랑한 벗들의 기록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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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라베◆, 귄터◆◆, 와일드, 베를렌은 구원할 길 없이 가파른 비탈에서 점점 더 미끄러져 인생도, 창작 활동도 녹아 없어져 버렸다.

레나우는 아메리카로, 셸리는 이탈리아로, 바이런은 그리스로 여행을 떠났다. 항상 망설였으나 실은 오래전부터 운명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어 왔던 여든 살의 톨스토이는 열에 들뜨고 죽을 만큼 쇠약해진 상태로 원래 살던 대저택을 두고 트로이카의 겨울밤 속으로 피신했다.

청동으로 된 동상 중에 폴 베를렌의 것은 없었다. 그의 삶은 운명이라는 주먹이 덧없지만 망각할 수 없는 고통의 몸짓으로 치대어 놓은, 광신적 인간성의 슬프도록 물렁한 덩어리일 뿐이었다.

열일곱 살이었던 랭보는 이미 말년의 니체와 무정부주의자들보다 더 급진적이었고, 문학과 가족과 법률과 기독교를 경멸했다

베를렌은 두려움과 후회, 우울, 자신의 약함을 견디지 못해 술을 마셨다.

당신을 우리에게 보내 준 이 세상에도 고맙습니다. 그렇게 방황할 때 늘 신뢰와 존경을 담아 당신을 떠올릴 것입니다. 당신, 귀중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대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여.

운명은 창조적인 인간의 청춘 혹은 생의 한가운데로 엄습해 그를 은신처나 안전한 곳에서 떼어 내고는 낯선 곳에다가 셔틀콕처럼 패대기친다

단테는 유배 생활 동안 『신곡』을, 세르반테스는 감옥에서 『돈키호테』를 썼다.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런던의 안개 속에서 갑자기 향수병이 베를렌을 덮쳐 왔다.

감옥에서 생활하던 때를 그리워하기도 했는데, 억지로 떠도는 자에게는 그곳 또한 일종의 고향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서민적이고 따뜻한 집에 대한 향수, 어머니를 통해 교외의 농장에서 다시 살림을 합치자고 제안한 아내에 대한 향수, 아이에 대한 그리움, 평온함과 보장된 생활에 대한 향수였다

베를렌은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생 동안 보헤미안이자 자기혐오에 빠진 문인, 시적인 숙취에 시달리는 알코올중독자로 남았다.

이 연약하고 괴로웠던 육체, 사람의 아들이자 위대한 시인이었던 자의 육체는 바티뇰의 납골실 안으로 사라졌다. 희극은 끝났다…….

그는 인생의 마지막 쓰디쓴 순간까지 의사로서도, 철학자로서도,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도 이상적인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일순간에 직장과 집에서 찢겨 나가, 방랑의 기쁨을 만끽했다기보다는 항상 두고 온 집과 아내, 아이, 첫 성찬식이 있었던 교회, 다정함과 화해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차츰차츰 랭보는 이 연상 남자와의 우정을 통해 불가사의한 마력을 획득했다. 그는 여자처럼 베를렌을 통제하는 ‘악마적인 배우자’가 되었다.

삶의 가장 근본적인 적이라는 육체의 고통을 견고한 정신과 영혼의 인내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평생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투쟁 상태에 있었던 것처럼, 그는 자신의 고통에 대항해 투쟁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충동에 의해 돌연히 자신의 전 존재를 단 한 장의 카드에 거는 이 모든 행동, 이 충동은 시인이 완전함을 좇고, 마치 낯선 별에서 보는 것처럼 영원히 바깥쪽에 머물며 시간과 세계를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궁정 지휘자에 임명되었던 리하르트 바그너는 어느 날 갑자기 바리케이드로 돌진하더니 도망 길에 올라야만 했다. 실러는 또다시 칼스슐레를 그만두었고, 대신이었던 괴테는 칼스바흐에서 갑자기 마차를 세우더니 자유롭고 매인 데 없는 현존을 찾아 이탈리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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