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고영범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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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은 달빛 아래 물결치고 있어.
그뿐인가 젖은 단풍잎들이 내 차에달라붙어 있어. 이러니 말인데 매리앤,
난 행복해

빌어먹을, 그리고 그때 그 쿠거는 덤불숲에서 내 앞으로부드럽게 뛰어나와서-그놈은 정말 크고 아름다웠다―바위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고개를 돌려나를 봤다. 나를 봤다! 나도 마주봤다. 총을 쏘는 것도 잊고.
그러고 나서 그놈은 다시 훌쩍 뛰어 내 삶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나는 몸을 돌려 바로 눕는다.
내 몸 전체가 순간 들어올려진다마치 물에 빠지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펄럭인다. 루이즈는 목을 움츠리며 펄쩍뛰어 물러선다-인간에 가까운 이 형상으로부터펄쩍 뛰어 물러선다.

이 기억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왜 떠올랐는지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본다로버트가 전화를 걸어
조개를 캐러 가려고 조금 있다 들르겠노라고말한 직후부터.

현관에 조용히 서 있었는데도.
조용히 서 있었는데.
평화롭게, 내 기억엔.
비를 바라보면서.
기타를 든 그 사내가 무연주를 계속하는 동안.

오늘 아침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커튼을 내리고 침대로돌아와줘.
커피도 신경쓸거 없어. 척해보는 거야외국에 나와 있는 척, 사랑에 빠진 척.

두렵다. 잠에서 깨어나 네가 떠난 걸 알게 되는 일의두려움. 사랑하지 않는 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일의두려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 될까두렵다. 죽음에 대한두려움. 너무 오래 사는 일에 대한두려움. 죽음에 대한두려움.
두 그건 벌써 말했다. 부탁

여기 밤은 아주 흐립니다.
이하지만 달이 차게 되면, 그건 알게 됩니다.
한 순간에는 한 가지만,
다른 건 그다음에 느끼는 거죠.

이를테면, 이 재떨이에 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거기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남자와 여자가 두 개의 극점이 된다.
‘북극과 남극, 모든 이야기에는이 두 개의 극점이 있다
―그 남자와 그 여자.
- 안톤 체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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