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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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가 이틀 만에 초록빛으로 물들고 나면, 흑강이 뒤따라 초록빛을 내뿜는다.

시간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여느 다른 존재들과 다를 바 없었다.

사과나무의 해에 나무들은 지하에 흐르는 강물의 센물을 빨아들인다. 이 물은 변화와 운동의 힘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생장과 전진, 확산에 필요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를 배신하고, 여자는 자신의 남자를 배신한다. 아이들은 갑자기 성장하여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 사람들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다.

죽은 자들은 이곳에 와서야 ‘삶이 끝난 후’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자신들이 지금까지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음을 깨닫게 된다. 죽고 난 뒤에 비로소 생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발견은 헛된 것이었다.

‘누가 이미 죽었고, 또 누가 앞으로 죽게 될 것이든 간에 타슈프는 이미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1년에 네 번씩 일어나는 사계절의 변화를 나무는 알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도, 계절이 순서대로 바뀐다는 것도 모른다. 나무에게는 네 가지 특성이 늘 한꺼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름의 일부는 겨울이고, 봄의 일부는 가을이다. 열기의 일부는 냉기이고, 탄생의 일부는 죽음이다. 불은 물의 일부이고, 흙은 공기의 일부다.

도끼질하는 소리, 천둥소리는 나무의 영원한 꿈을 방해한다. 인간들이 죽음이라 부르는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꿈의 중단 상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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