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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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시에 살고 계신가요? '도시'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도시도 사람처럼 성장했다가 쇠락하는 삶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도시, 다시 살다"의 저자는 도시 재생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도시 재생, 도시 공학, 행정학과 같은 저와는 거리가 있는 주제를 담은 딱딱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며 가슴 따뜻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요? 이 책은 학문적인 책도 아니고, 전공서적 냄새가 나는 이론 서적도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발자취가 담긴 여행 에세이 한권을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제목만 보시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면 오해입니다. 이 책은 각 도시에 대한 인문적 관심과 애정이 담긴 여행 에세이로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외에도 저자가 유학시절에 경험했던 해외의 다양한 도시와 그 사례들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겨 있어서 눈도 즐겁더군요.



이 책은 공동체, 공간 그리고 콘텐트라는 측면에서 도시에 대해 접근합니다. 도시라고 하니 딱딱하게 들리네요.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들을 3가지 측면에서 탐방하며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은 에세이입니다. 저도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탐방하고 싶을만큼 여러 장소들을 잘 소개해두었습니다.



제가 익히 경험하거나 알고 있던 장소들도 등장하니 반가웠습니다. 책에선 한가지 사례로 오하이오주 웨스트 레이크의 아미시(The Amish) 공동체가 등장하는데, 과거 신앙의 박해를 피해서 유럽으로부터 미국에 정착한 재세례파 신앙공동체입니다. 17세기의 마차 타고 다니던 시절의 삶과 신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우리의 눈으로 보기엔 이색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죠. 유투브에 검색해보면, 마트를 갈 때 자동차 대신 지금도 마차를 타고가는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총기 사건이 발생해 아미시 공동체의 자녀들이 죽고 미국 전체를 분노케 했던 사건이 발생했었죠. 안타까운 사건 속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건 피해자의 부모들이 범인에게 보여준 용서였습니다. 과거에 그 뉴스를 접했던 저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웨스트 레이크 주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아미시 공동체를 위해 예산을 기꺼이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The New Hope School이 새로 지어졌습니다. 공동체가 살아나서 용서할 용기와 사랑을 다음 세대에 까지 전달할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공간을 세운 것이죠.



우리나라 도시 사례 중엔 태백, 정선 마을도 등장합니다. 저도 과거에 "예수원"이란 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천덕 신부님이 계셨던 곳으로 유명한, 성공회의 수도원이자 쉼터죠. 그때 태백에 처음 가봤었는데, 너무 예뻤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죽는다면 거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기차에서 내리자 곳곳에 옛 탄광의 흔적이 겨울풍경과 어우러져 영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980년이 지나면서 점점 석탄의 사용은 줄어들고, 산업의 전환으로 인해 강원도의 탄광 마을은 해체되고 수만 명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도시의 슬럼화를 막고자 정부에선 벽화마을이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토목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토목 사업은 주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그 지역이 바뀐 건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제 해결에 다같이 참여하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지역에 남은 사람과 돌아온 사람이 연결망을 형성하기 위해 공동체를 조직하고, 이 조직이 협동조합 형태로 진화해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학습하고 해결하면서 선순환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삶이 바뀔 수 있었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막상 일상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보면 주위가 잘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믿지 못할 존재고, 무슨 일이든 주위에 의지하기 보다 혼자서 잘 해내야 하고, 혼자서 이겨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삶을 혼자 산다는 생각이 불쑥 마음을 차지해버립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취해있던 저의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발견하게 되네요. '메타인지'라고 하죠. 좋은 책은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당위나 의무로서 함께 살아가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우리 삶을 재생시키고 보다 행복하게 만들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웃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감동을 줍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책에서 받은 위로가 가득합니다.



만약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시거나, 각 도시별 숨은 명소 찾기에 관심있으신 분 역시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도시와 공간에 담긴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건조해졌던 마음을 다시 적시고 재생시켜줄테니까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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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물리치료사와 함께하는 30일 체형 교정 - 움직임을 알면 체형이 바뀐다
남궁형.유성현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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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보니 어느 날부터 목이 아프더군요. 어깨도 뭉치고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도 꾸준히 타고 다양한 운동도 꾸준히 해왔는데, 운동을 하는 것과 체형을 바르게 하고 잘 관리하는 건 다른 영역일 수 있음을 이번에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른 체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익히려고 이 책을 펼쳤습니다.



체형 교정은 원래 어렵다!




현대인들은 나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체형이 망가지기 시작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통증을 방치하다가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병원을 찾는 이유도 바쁘니까 빠르고 간단하게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을 받으면 당장은 치료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작 병의 원인이 되었던 생활습관은 바뀌지 않으니 다시 통증이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의 진단에 따른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하지 않고 수술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죠.



저자는 쉬운 체형 교정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꾸준함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이 책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독자들이 익혀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체형과 증상이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인 운동 방법은 지양하고,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별 운동법을 스스로에게 적용해보길 권합니다. 책에 나오는 운동법들은 모두 환자와 회원들에게 적용하고 개선해왔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들도 체형 교정을 따라할 수 있게 다듬어져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통증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저자는 통증을 '움직임의 경보장치'로 받아들여라고 말합니다.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듯이, 우리 몸에 손상을 줄이기 위한 훌륭한 경보장치가 통증입니다. 그러니 필요한 운동이라도 통증이 나타난다면 자세가 잘못되었거나 아직 자신이 할 단계의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의식적이고 과도한 동작이 오히려 체형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거북목을 방지하기 위해 책상에 앉을 때마다 의식적으로 턱을 당기고 척추를 과도하게 펴면 S자 커브를 가져야 하는 척추가 일자 체형이 되버립니다. 거북목을 막으려다 일자등을 가지게 되면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하고 소화불량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실제로 이런 이유로 일자 체형이 되버린 환자도 만나보았다고 하니, 책에서 알려주는 바른 방법을 따라 체형을 유지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자세를 설명하기 위한 해부학적 그림과 직접 시범을 보인 동작 그림들이 있어서 따라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또 저자의 유투브 강의도 있으니 더욱 생생한 움직임을 배우기 원하는 분은 유투브 영상을 통해서도 책의 내용을 배울 수 있습니다. 30일을 한 사이클로 잡고 1~2주차는 몸의 가동성을 위한 기초 운동을, 3~4주차는 기초 운동을 마치고 체형별 교정 운동으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순차적인 방식으로 기초부터 소개하고 있으니 어렵지 않네요. 코로나 덕에 홈트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홈트를 원하시는 분은 이 책을 통해 예방효과와 건강한 몸매 모두 잡으시길 바랍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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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에 투자하라 -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부의 대이동
가메이 고이치로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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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장식품, 장식물, 공예품이 떠오르는 분도 있으실테고, 비싼 산업용 재료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분도 계실겁니다. 아니면 저처럼 원자번호 79번, 11족에 있는 금속 원소! 혹은 연금술!과 같은 단어가 떠오르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이처럼 금은 세상의 수많은 금속 원소 중에서도 오랜 과거부터 인류의 삶에 깊이 자리잡아 왔습니다. 금은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가 금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 역시 그런 인류의 계속된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닿아 있는 투자 가치를 가진 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큰 대공황이 다가오고 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고 싶다면, 위기 때 가장 높은 급등률을 기록해 온 '금'에 투자하라

로버트 기요사키


기요사키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부동산 투자가이자 재벌입니다. 그리고 기요사키는 중앙에서 발행하는 법정화폐의 가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인물로도 유명합니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화폐는 가치가 계속 하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락하는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금과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져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요사키는 쉬운 언어로 자신의 사상을 전하는데 전력했다면, 이 책의 저자인 가메이 고이치로는 귀금속 애널리스트로서 역사적 사건들과 그에 따라 변동성을 보여왔던 금 시세를 중심으로 추적하며 금의 가치에 대해 최종적으로 낙관론적인 입장을 펼칩니다.



저자가 말하는 금은 신용 리스크가 없는 자산입니다. 통화가치가 지속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실물자산으로서 가치를 발합니다. 포트폴리오 상 리스크 분산 수단으로 기관 투자가들에게 사랑받고 있고요. 지폐와 달리 훼손될 위험도 적습니다. 따라서 국제 정세가 불안하거나 금융시장에 문제가 있을 때 금은 유용한 대안이 되기도 하죠. 다만 금은 단순 보유한다고 해서 이자를 지급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처럼 금융공학적으로 적정가격을 측정할 기준이 없습니다. 다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변화할 뿐입니다. 금의 총량은 2020년 말 기준 19만 7,500톤입니다. 금광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갈수록 광채굴량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약 17년 후에는 금이 고갈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자산 분산을 하는 방법으로 일정 비율을 금으로 바꾸는 걸 추천합니다.



이 책에는 답게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가령,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일본정부의 국채 발행과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과정을 이야기하며 'Monetization'을 언급하는데, 금리나 국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헤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일본의 경제도 이야기하기에, 일본의 오랜 디플레이션 기간과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없이 책을 읽는다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잘못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금융과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 책을 읽지 말아야 할까요? 제 생각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금의 속성과 시세, 변동 사항 등을 함께 이야기하니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맥락을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원하는 건, 단순히 '이때 금을 사면 돼', ' 금은 이만큼 보유하고 있어야 해', '경제 위기는 이때 올꺼야'같은 개인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서 자극적인 멘트를 던지며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경계하는 것같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금값은 무조건 올라! 그러니 이 책 읽고 당장 금을 사봐'와 같은 글귀에 있지 않습니다. 저자는 금값이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 과거의 위기엔 어떻게 반응했는지, 현재의 위기는 금시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미래에는 금이 어떤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를 하나씩 찾아보고 분석하며 독자들도 함께 이해해가길 원합니다.



그러니 금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동향을 보고, 금시세에 영향을 주는 각국 정부의 정책은 어떤지를 생각하며, 앞으로의 경제 위기에 대한 준비와 투자 대상으로서의 금의 가치를 확인해본다면, 이 책의 매력은 더욱 배가 될 것입니다.



미래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류는 오랜 시간 인플레이션을 경험해왔고 역사적으로 금은 주요한 투자의 한 방편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빛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자산 분배와 금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은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하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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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죽음에 맞서는 진실에 대한 열정!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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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장례 소식인데, 처음부터 그의 모습은 낯설다. 세상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태연한, 어쩌면 무덤덤한 듯 그려지는 뫼르소의 모습이 나에게 낯설다.



"이유는 없습니다."



고인이 되어 입관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문지기가 나사못을 뽑으려하자 오히려 뫼르소에게 제지당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없다니, 그의 행동은 내가 사는 세상의 통념과 다르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이방인"인 이유가 주인공에게 있음을 직감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 속에서 살면서 윤리, 도덕, 관습 등을 만들고 따른다. 이웃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도 하고, 속마음은 다르지만 때론 타인을 위해 연기를 하기도 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그리고 가면을 오랜 시간 쓰다보니 이제는 가면이 자신의 얼굴인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를 만날 기회를 상실한다.



뫼르소는 레몽과 우연한 기회로 친분을 쌓는다. 레몽은 주인공을 자신의 친구 별장으로 초대한다. 뫼르소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초대에 응한다. 그리고 근처 바닷가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레몽과 갈등 중이던 아랍 사람들과 레몽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우발적으로 뫼르소는 아랍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실은 레몽이 총을 쏠까봐 그에게서 건내받았던 총으로 뫼르소는 아랍 사람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그 뜨거운 칼날은 속눈썹을 쑤시고 아픈 두 눈을 후볐다. 그때 모든 것이 흔들렸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왔다. 하늘은 활짝 열리며 불을 비 오듯 쏟아놓는 것만 같았다. 온몸이 뻣뻣해지고, 총을 든 손에 경련이 났다."



뫼르소는 태양, 햇볕, 더위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소설 내내 이 셋은 뫼르소를 괴롭힌다. 그는 더위에 약하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햇볕이 뜨거워서다.



뫼르소는 결국 재판을 받게 되는데, 검사, 판사, 배심원들은 뫼르소의 그동안의 행적과 행동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신이란 사람, 참 재미있습니다."


"당신의 행동에는 나로선 이애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는데, 그럿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줄 거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뫼르소를 심문하던 판사가 건낸 말이다. 그는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눈엔 뫼르소가 마치 그리스도처럼 기이하게 비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틀에 뫼르소를 끼워넣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만약 인간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면, 뫼르소의 그동안 행적은 재판에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 자체와 뫼르소의 그동안의 행적은 사실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존재와는 거리가 멀기에 제한된 합리성 속에서, 행동의 배후에 있다고 믿는 감정적 요소에 반응하고 그럴듯한 인과관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뫼르소는 결국 그렇게 타인들에 의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철저히 이방인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어머리를 회상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뫼르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사회 속에서 건내는 가면을 쓰기 거부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진실성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그래서였다. 굳이 남이 듣기 좋을 이유가 있어서, 그럴듯한 인과 구조 속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오해받고 미움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자신은 행복한 존재로 밀려오는 평화를 맞이한다. 그는 페르소나에 갖혀 지내기를 거부했다. 아마도 그로 인해 칼 융이 말한 자아와 무의식의 총체적 중심점인 거대한 자기(The Self)와 만났을 것이다. 그로 인해 죽음을 초탈한 행복과 평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같다.


어찌보면 난해하고 괴상한, 관심 밖의 아웃사이더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존의 차원에서 뫼르소는 페르소나를 벗은 인간이다. 독특한 순수함으로 인간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뫼르소를, 너무 어린 나이에 만나지 않고 이제서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방인인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 내 안에서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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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행동경제학 에세이 - 한진수 교수가 알려주는 마음과 행동의 경제학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한진수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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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의견과 의견이 대립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을 때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유달리 자신과 연관시키려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봅시다. 자신이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말이죠. 경제학에서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가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경제학의 한 분야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보통의 우리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인간의 선호는 분명하며 모순된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최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흡연, 술, 야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금해야 합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시작한 운동과 다이어트는 잠깐의 게으름 때문에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요. 합리적인 인간은 중간에 남는 시간을 위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용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합니다. 쇼핑을 할 때는 다른 선전과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정해진 시간 내에 사서 나와야 하고요. 특정 로고와 브랜드 때문에 사실상 동일하면서 가격은 더 싼 다른 회사 상품을 제쳐둘 일도 없죠.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로 가정합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신의 이익을 적극 추구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입니다. 반면 행동경제학을 통해 사이먼 교수는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을 바라봅니다. 보통 인간들의 선택과 행동은 앞서 소개한 고전적인 합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 행동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심리와 영향력을 분석합니다. 사실, 경제학은 '문과 속의 이과'라고 불리는 학문입니다. 수학이 도구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책은 수식과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는 상황과 예시를 통해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과 국가의 정책과 우리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전략 역시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에 나오는 난쟁이는 몇명인가요?

대부분은 바로 7명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난쟁이는 "백설공주"에 등장하죠. 우리 인간의 인식 체계는 휴리오틱과 알고리즘의 두 체계가 있는데, 휴리오틱은 직관적인 판단에 쓰이고 알고리즘은 인과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판단에 사용됩니다. 알고리즘 방식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휴리오틱을 통해 판단하려다 보니 정보를 간과하게 되어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정부는 지난 경제 위기 속에서 3년 만에 IMF에서 빌린 달러를 모두 상환하자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환호했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그러나 지난 경제 지표와 사회 현상을 곰곰이 따져보면 경제 위기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고 여러 부분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 역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은 것이죠.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할께요. 세상에서 가장 신중하고 공정해야 할 것중 하나로 판사의 판결이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말 그러할까요?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풍부한 판사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A라는 판사 집단에는 검사가 이 사건에 12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주고, B라는 판사 집단에는 검사가 34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주고 판사에게 판결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같은 사건이기에 판사들이 내릴 형량에는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B 판사 집단이 A판사 집단에 비해 평균 8개월이나 형령을 많이 판결했습니다. 이를 '닻효과'라고 하는데 검사의 구형량을 알려준 것이 판사들의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일종의 닻이 된 것이죠. 더 놀라운건 검사의 구형량이라고 판사들에게 알려준 건 사실 법과 전혀 관계없는 컴공과 대학생들이 정한 구형량이었다고 합니다. 웃음이 절로 나오죠.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우리의 모습과 현상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서 왜 '마지막 찬스!' 라고 광고문을 띄우는지, 왜 특정 기업들은 제품의 성능 향상을 선전하기보다 브랜드 자체를 소비자들에게 노출 시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쓰는지, 백화점에서는 왜 '30%할인'이 아닌 '20% 할인 + 10% 할인 더!' 라는 식의 광고들을 하는지도 소개하고 있으니 책을 통해 더욱 유익한 지식들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한 분야를 넘어 경제적 선택과 관련해서 인간의 심리를 알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참 유용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 속 사례들을 직접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 더욱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위해서 그리고 게으르고 비합리적인 자신을 마주할 때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천합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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