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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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도시에 살고 계신가요? '도시'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도시도 사람처럼 성장했다가 쇠락하는 삶을 이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도시, 다시 살다"의 저자는 도시 재생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도시 재생, 도시 공학, 행정학과 같은 저와는 거리가 있는 주제를 담은 딱딱한 책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며 가슴 따뜻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요? 이 책은 학문적인 책도 아니고, 전공서적 냄새가 나는 이론 서적도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발자취가 담긴 여행 에세이 한권을 읽은 기분이었습니다. 제목만 보시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면 오해입니다. 이 책은 각 도시에 대한 인문적 관심과 애정이 담긴 여행 에세이로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외에도 저자가 유학시절에 경험했던 해외의 다양한 도시와 그 사례들이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겨 있어서 눈도 즐겁더군요.



이 책은 공동체, 공간 그리고 콘텐트라는 측면에서 도시에 대해 접근합니다. 도시라고 하니 딱딱하게 들리네요.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들을 3가지 측면에서 탐방하며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은 에세이입니다. 저도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탐방하고 싶을만큼 여러 장소들을 잘 소개해두었습니다.



제가 익히 경험하거나 알고 있던 장소들도 등장하니 반가웠습니다. 책에선 한가지 사례로 오하이오주 웨스트 레이크의 아미시(The Amish) 공동체가 등장하는데, 과거 신앙의 박해를 피해서 유럽으로부터 미국에 정착한 재세례파 신앙공동체입니다. 17세기의 마차 타고 다니던 시절의 삶과 신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우리의 눈으로 보기엔 이색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죠. 유투브에 검색해보면, 마트를 갈 때 자동차 대신 지금도 마차를 타고가는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총기 사건이 발생해 아미시 공동체의 자녀들이 죽고 미국 전체를 분노케 했던 사건이 발생했었죠. 안타까운 사건 속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건 피해자의 부모들이 범인에게 보여준 용서였습니다. 과거에 그 뉴스를 접했던 저도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웨스트 레이크 주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아미시 공동체를 위해 예산을 기꺼이 지원해주었습니다. 그래서 The New Hope School이 새로 지어졌습니다. 공동체가 살아나서 용서할 용기와 사랑을 다음 세대에 까지 전달할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공간을 세운 것이죠.



우리나라 도시 사례 중엔 태백, 정선 마을도 등장합니다. 저도 과거에 "예수원"이란 곳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천덕 신부님이 계셨던 곳으로 유명한, 성공회의 수도원이자 쉼터죠. 그때 태백에 처음 가봤었는데, 너무 예뻤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죽는다면 거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기차에서 내리자 곳곳에 옛 탄광의 흔적이 겨울풍경과 어우러져 영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980년이 지나면서 점점 석탄의 사용은 줄어들고, 산업의 전환으로 인해 강원도의 탄광 마을은 해체되고 수만 명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도시의 슬럼화를 막고자 정부에선 벽화마을이 조성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토목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토목 사업은 주민의 삶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그 지역이 바뀐 건 주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문제 해결에 다같이 참여하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지역에 남은 사람과 돌아온 사람이 연결망을 형성하기 위해 공동체를 조직하고, 이 조직이 협동조합 형태로 진화해 마을의 문제를 함께 학습하고 해결하면서 선순환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삶이 바뀔 수 있었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지만, 막상 일상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다보면 주위가 잘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은 믿지 못할 존재고, 무슨 일이든 주위에 의지하기 보다 혼자서 잘 해내야 하고, 혼자서 이겨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삶을 혼자 산다는 생각이 불쑥 마음을 차지해버립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에 취해있던 저의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발견하게 되네요. '메타인지'라고 하죠. 좋은 책은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당위나 의무로서 함께 살아가자고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우리 삶을 재생시키고 보다 행복하게 만들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웃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감동을 줍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책에서 받은 위로가 가득합니다.



만약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시거나, 각 도시별 숨은 명소 찾기에 관심있으신 분 역시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도시와 공간에 담긴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건조해졌던 마음을 다시 적시고 재생시켜줄테니까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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