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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행동경제학 에세이 - 한진수 교수가 알려주는 마음과 행동의 경제학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한진수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의견과 의견이 대립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을 때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유달리 자신과 연관시키려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봅시다. 자신이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말이죠. 경제학에서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의 가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라 불리는 경제학의 한 분야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은 보통의 우리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합리적인 인간의 선호는 분명하며 모순된 선택은 하지 않습니다. 최대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최선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만약 흡연, 술, 야식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금해야 합니다. 건강 관리를 위해 시작한 운동과 다이어트는 잠깐의 게으름 때문에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요. 합리적인 인간은 중간에 남는 시간을 위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용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합니다. 쇼핑을 할 때는 다른 선전과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정해진 시간 내에 사서 나와야 하고요. 특정 로고와 브랜드 때문에 사실상 동일하면서 가격은 더 싼 다른 회사 상품을 제쳐둘 일도 없죠.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로 가정합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자신의 이익을 적극 추구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입니다. 반면 행동경제학을 통해 사이먼 교수는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을 바라봅니다. 보통 인간들의 선택과 행동은 앞서 소개한 고전적인 합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 행동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심리와 영향력을 분석합니다. 사실, 경제학은 '문과 속의 이과'라고 불리는 학문입니다. 수학이 도구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책은 수식과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경험하는 상황과 예시를 통해 행동경제학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과 국가의 정책과 우리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전략 역시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에 나오는 난쟁이는 몇명인가요?
대부분은 바로 7명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난쟁이는 "백설공주"에 등장하죠. 우리 인간의 인식 체계는 휴리오틱과 알고리즘의 두 체계가 있는데, 휴리오틱은 직관적인 판단에 쓰이고 알고리즘은 인과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판단에 사용됩니다. 알고리즘 방식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휴리오틱을 통해 판단하려다 보니 정보를 간과하게 되어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정부는 지난 경제 위기 속에서 3년 만에 IMF에서 빌린 달러를 모두 상환하자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환호했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그러나 지난 경제 지표와 사회 현상을 곰곰이 따져보면 경제 위기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고 여러 부분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 역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은 것이죠.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더 소개할께요. 세상에서 가장 신중하고 공정해야 할 것중 하나로 판사의 판결이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정말 그러할까요?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경험이 풍부한 판사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고 합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A라는 판사 집단에는 검사가 이 사건에 12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주고, B라는 판사 집단에는 검사가 34개월을 구형했다고 알려주고 판사에게 판결을 해보도록 했습니다. 같은 사건이기에 판사들이 내릴 형량에는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B 판사 집단이 A판사 집단에 비해 평균 8개월이나 형령을 많이 판결했습니다. 이를 '닻효과'라고 하는데 검사의 구형량을 알려준 것이 판사들의 판단의 범위를 제한하는 일종의 닻이 된 것이죠. 더 놀라운건 검사의 구형량이라고 판사들에게 알려준 건 사실 법과 전혀 관계없는 컴공과 대학생들이 정한 구형량이었다고 합니다. 웃음이 절로 나오죠.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우리의 모습과 현상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서 왜 '마지막 찬스!' 라고 광고문을 띄우는지, 왜 특정 기업들은 제품의 성능 향상을 선전하기보다 브랜드 자체를 소비자들에게 노출 시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쓰는지, 백화점에서는 왜 '30%할인'이 아닌 '20% 할인 + 10% 할인 더!' 라는 식의 광고들을 하는지도 소개하고 있으니 책을 통해 더욱 유익한 지식들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의 한 분야를 넘어 경제적 선택과 관련해서 인간의 심리를 알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참 유용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 속 사례들을 직접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 더욱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위해서 그리고 게으르고 비합리적인 자신을 마주할 때 스스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천합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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