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죽음에 맞서는 진실에 대한 열정!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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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부고를 전해받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의 장례 소식인데, 처음부터 그의 모습은 낯설다. 세상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태연한, 어쩌면 무덤덤한 듯 그려지는 뫼르소의 모습이 나에게 낯설다.



"이유는 없습니다."



고인이 되어 입관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문지기가 나사못을 뽑으려하자 오히려 뫼르소에게 제지당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없다니, 그의 행동은 내가 사는 세상의 통념과 다르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이방인"인 이유가 주인공에게 있음을 직감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 속에서 살면서 윤리, 도덕, 관습 등을 만들고 따른다. 이웃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도 하고, 속마음은 다르지만 때론 타인을 위해 연기를 하기도 한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그리고 가면을 오랜 시간 쓰다보니 이제는 가면이 자신의 얼굴인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진정한 자기를 만날 기회를 상실한다.



뫼르소는 레몽과 우연한 기회로 친분을 쌓는다. 레몽은 주인공을 자신의 친구 별장으로 초대한다. 뫼르소는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초대에 응한다. 그리고 근처 바닷가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레몽과 갈등 중이던 아랍 사람들과 레몽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우발적으로 뫼르소는 아랍 사람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실은 레몽이 총을 쏠까봐 그에게서 건내받았던 총으로 뫼르소는 아랍 사람을 향해 총을 쏜 것이다.



"그 뜨거운 칼날은 속눈썹을 쑤시고 아픈 두 눈을 후볐다. 그때 모든 것이 흔들렸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왔다. 하늘은 활짝 열리며 불을 비 오듯 쏟아놓는 것만 같았다. 온몸이 뻣뻣해지고, 총을 든 손에 경련이 났다."



뫼르소는 태양, 햇볕, 더위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소설 내내 이 셋은 뫼르소를 괴롭힌다. 그는 더위에 약하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햇볕이 뜨거워서다.



뫼르소는 결국 재판을 받게 되는데, 검사, 판사, 배심원들은 뫼르소의 그동안의 행적과 행동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신이란 사람, 참 재미있습니다."


"당신의 행동에는 나로선 이애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는데, 그럿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줄 거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뫼르소를 심문하던 판사가 건낸 말이다. 그는 뫼르소를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눈엔 뫼르소가 마치 그리스도처럼 기이하게 비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의 틀에 뫼르소를 끼워넣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만약 인간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면, 뫼르소의 그동안 행적은 재판에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건 자체와 뫼르소의 그동안의 행적은 사실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존재와는 거리가 멀기에 제한된 합리성 속에서, 행동의 배후에 있다고 믿는 감정적 요소에 반응하고 그럴듯한 인과관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뫼르소는 결국 그렇게 타인들에 의해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도 철저히 이방인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어머리를 회상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뫼르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사회 속에서 건내는 가면을 쓰기 거부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진실성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그래서였다. 굳이 남이 듣기 좋을 이유가 있어서, 그럴듯한 인과 구조 속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오해받고 미움받는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자신은 행복한 존재로 밀려오는 평화를 맞이한다. 그는 페르소나에 갖혀 지내기를 거부했다. 아마도 그로 인해 칼 융이 말한 자아와 무의식의 총체적 중심점인 거대한 자기(The Self)와 만났을 것이다. 그로 인해 죽음을 초탈한 행복과 평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같다.


어찌보면 난해하고 괴상한, 관심 밖의 아웃사이더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실존의 차원에서 뫼르소는 페르소나를 벗은 인간이다. 독특한 순수함으로 인간과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뫼르소를, 너무 어린 나이에 만나지 않고 이제서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방인인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 내 안에서도 만난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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