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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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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국이 아니어서 일까. 한국 국적을 가지고는 있으나 박노자는 객관적이고, 그렇기에 성실하다. 하나의 문장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문헌을 뒤질지 나로선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교과서적인 핵심에서 비켜 선, 그리고 그 핵심을 비판하는 틀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을 무조건 옹오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박노자가 그만큼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를 거침없이 제기한다.

 

 나는 역사를 잘 알지 못 한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근대사 정도는 그에 대한 문제 제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우리가 무조건 숭배하던 민족지도자들 또한 여러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나, 집단주의, 오염된 이기주의, 지역주의에 찌들어 사실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들도 새로웠다. 교과서는 안중근을 멋진 의사라고 하지, 지역 이기주의에 찌들어 있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모순과 무지에 휩쌓여 세뇌 당하고 있었던가. 또 얼마나 많은 무관심에 박수치고 있었던가.

 

 그래서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아니, 나는 반성해야 한다. 교과서 만든 역사관에 찌들려 살았던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 알고자 하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잃어버린 것들이 세상에는 더욱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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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마마 자마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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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착한 여자였다. 진정한 배드 마마 자마는 정녕 누구인가. 하긴, 내 눈 앞에 나타난다고 해서, 내가 그를 알아 볼리는 없다. 나는 어중간한 여자이니까. 생각보다 하드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닌가. 진정 하드한 인생도, 진정 쿨한 인생도 없다. 진정 착한 여자도, 진정 나쁜 여자도 없듯이.

 

 야마다 에이미의 글은 야하지도 하드하지도 않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한 단어를 찾자면, 관능적이다. 관능, 그것을 가진 여자의 섬세함이 풀어져 나오는 듯 하다. 한 올, 한 올, 날실과 씨실로 헐겁게 매어 놓은 천을 풀어 놓는 것 처럼. 거짓 신음을 낼 때, 여성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안정적인 사랑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헌신적인 사랑이란 또 다른 이름의 이기라는 것을 잘 풀어 놓았던 것 같다. 게다가 여성의 발정기,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당당함이 묻어 났다. 자신의 성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묘하게도 착 달라 붙는다. 마치 실크를 휘감는 것 처럼. 조잡한 구성과, 매끄럽지 않은 전개도 휘감아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표현력이었다. 그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야마다 에이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가.

 

 솔직히 기대에 비해 실망해 버리고 말았지만, 야마다 에이미의 당당함만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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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애덤 매퀸 지음, 이지오 옮김, 오석균 감수 / 가치창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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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시간 동안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있었다. 판타지보다 더 환상적이고, 동화보다 더 동화다운 <6월 26일, 하멜른>. 케이스 매퀸과 애덤 매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요하네스의 정의와 자비의 갈등을 그렸다. 다색옷의 연주자, 요하네스. 그는 정의를 상징하는 빨간색, 자비를 상징하는 노란색, 두가지 색으로 물들여진 옷을 입고서 그 두가지를 한시도 잊지 말라는 수장의 다짐을 받게 된다. 어릿광대 같다는 다른 도제들의 놀림, 심지어는 단독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도 들리는 놀림에 열여덟의 요하네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진정 정의와 자비를 지켜야 겠다는 마음만을 무럭무럭 키워나갈 수 있었을까. 정의와 자비는 그런 것이리라. 옳다는 것임을 알고,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지키는 자가 놀림을 받고 다치게 되는 확률이 더 높은 것.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요하네스는 하멜른에 들끓고 있는 쥐떼를 소탕하는 단독 임무를 띄고 하멜른을 향한다. 도중에 만난 산적 무리 때문에 시장의 딸인 클라라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동생 구드룬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요하네스를 끝까지 믿어 주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쥐떼를 소탕한 뒤, 사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 때 클라라는 저주의 대상에서 벗어나고, 구드룬은 저주의 끈을 쥐게 된다. 우연히 발견한 '어린이 통치'의 악보를 외우고 그 음률의 힘을 보여 준다. 하지만 저주는 끝날 무렵 약탈당하고 만다. 유난히 요하네스와 마음이 맞던 친구인 로트가 바로 그 범인이었다. 쥐떼를 몰아 낼 때 맞서던 힘이 바로 로트였던 것이다. 그는 '어린이 통치'를 완벽하게 실현하려 한다.

 

 어린이 통치, 라는 저주와 그것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하는 로트의 정체, 그리고 수장이 말한 두가지 지침은 자연스럽게 맞물려 <6월 26일, 하멜른>을 멋지게 그려 내고 있다. 과연 쥐떼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로트는 무엇이었는가. 시장과 부시장, 그리고 하멜른의 농노와 주민들은 무엇이었는가. 그 모든 것이 맞아 떨어져, 요하네스를 고뇌하도록 만든다. 요하네스가 받은 두가지 지침, 바로 자비의 정의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가. 두가지를 동시에 실현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칼같이 정의를 지킨다면, 자비는 어디로 갈 것이며, 자비만 베푼다면 정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하지만 수장은 요하네스에게 두 가지를 항시도 잊지 말라고 하였다. 요하네스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결국 그 두가지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지만, 결국 그것 또한 완벽하지 않았다.

 

 서기 1284년 6월 26일, 세례 요한과 사도 바울의 축일인 이 날 다색 옷을 입은 한 피리 연주자가 하멜른에서 태어난 13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쾨펜 지역의 칼바리로 떠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다색 옷의 연주자가 요하네스는 아니다. 이 민담에서 말하는 다색 옷의 연주자는 진정 누구인지, 끝까지 읽은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요하네스가 실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 자비의 정의를 베푼 자는 누구이며, 그 갈등에서 승리를 쟁취한 것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악당은 죽고 영웅은 환호 받는다, 는 이 간단한 공식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약 이 선과악의 대결이 이 책의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또 모호해 진다. 결국 정의와 자비는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끝까지 의문으로 남겨진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획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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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해를 설계하라
데비 포드 지음, 서현정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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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순간을 최고로 생각하라. 아무리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완벽히 실천하더라도 그 순간 자체를 행복하게 생각할 수 없다면 결코 작가가 말하는 '생애 최고의 해'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서는 잘 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신통한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굳이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 나같은 이들도 다 아는 것들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것은 다르다. 말은 쉽지만, 글로 옮기는 것은 정작 쉽지 않듯이 말이다. 그래서 데비 포드는 직접 글로 써볼 것을 제시한다. 117~118에 실린 <성공을 위한 나만의 체계> 목록이 가장 큰 예다. 다 읽고 나서 당장 작성해 보았더니, 좀 더 쉽게 느껴진다. 마음 속에 담아 두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던 탓이다. 직접 써보고, 직접 행동해 본다는 것은 해 본 사람이 알 것이다. 나 또한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만은 그렇지 않으리라, 고 생각했다.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방향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생애 최고의 해가 오리라는 막연한 환상은 이제 그만 버리자. 바로 올 한 해가 생애 최고의 해가 될 테니까.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막연한 꿈 대신 현실적인 미래를 설계하라.

헛물은 그만 켜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잇는 길을 찾아라.

올 한 해 이루고 싶은 목표와 그 우선순위를 정하라.

결심한 목표를 달성할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라.

스스로 만든 한계 따위는 과감히 깨 버리라.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써 불쌍한 척 동정을 구하지 마라.

과거의 묵은 감정을 정리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

신세 한탄과 남 탓은 접어두고 매 순간을 스스로 책임져라.

당신과 타인을 옭아매는 편견의 족쇄는 풀어 버려라.

당신이 계발해야 하는 자질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그 자질을 깨워라.

하루에 하나 이상 특별한 순간을 찾아내고 그 순간에 몰입하라.

 

 가장 뜨끔했던 것은 불쌍한 척 동정을 구하지 마라, 는 문구와 신세 한탄과 남 탓은 접어두고 매 순간을 스스로 책임져라, 그리고 당신과 타인을 옭아매는 편견의 족쇄는 풀어 버려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 말버릇 중 하나 너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실상 가까운 지인일수록 그 말버릇의 재현 횟수는 많아지곤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매번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하게 된다. 그것이 본질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단지 버릇이라는 변명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매번 장난으로 들릴까. 한 두번이 아닌 말버릇을 말이다. 귀찮아, 재미없어, 따위의 말 들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생각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신세 한탄이나 하면서 난 안돼, 라는 말 따위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가정사정이 좋지 못하니까, 난 머리가 좋지 못하니까, 난 친절하지 못하니까 등등의 핑계, 변명으로 안심하곤 하는 것이다. 그 주문은 꽤 신통해서 스스로에게 반복하면 할수록 잘 먹혀 들어간다. 즉, 사람을 좀먹게 만든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 데비 포드는 말한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 작년과 똑같은 날들은 이제 그만 반복하라. 지금 이 순간은 생애 최고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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