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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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도핑을 행하며 인체 실험을 거듭하던 스포츠 과학자. 센도는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하여 저택에 숨어든 전직 스포츠 스타 네 명에게 살해당합니다. 그런데 자택의 비밀창고에서 감시 카메라로 그들을 지켜보던 초인적인 힘들 가지고 있는 여성. 센도에게 가혹한 실험의 대상이었던 한 여자는 복수를 다짐하며 범인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미스터리 요소보다 서스펜스에 비중을 둔 아름다운 흉기(美しき凶器)는 추리여왕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가 1998년에 출판한 서스펜스 스릴러. 크로스 파이어(クロスファイア)를 연사하게 합니다. 기이한 힘을 가진 비극적 여주인공이 펼치는 숨 막히는 액션, 어쩔 수 없이 치닫게 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인간의 비정함을 보여주는 소재까지 비슷합니다. 크로스파이어에서는 초능력이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가 중심이 되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스포츠 과학'이라는 히가시노 케이고(東野圭吾) 특유의 과학적 소재가 등장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인간성을 무시하는 비정함과 끔찍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총알도 아껴야 할 테니까

 히가시노 케이고 특유의 논리적인 전개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개연성에 많은 신경을 쓰는 그의 정수가 위의 문장에 집약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작풍은 읽기 편한 깔끔한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후반의 반전과 만났을 때 비로소 재미를 안겨줍니다.

 히가시노 케이고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 소설 역시 '볼만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깔끔하다, 읽기 쉽다, 볼만하다라는 감상 이외에 큰 감흥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이 작품은 숨 막히는 액션 스릴러와 생생한 서스펜스는 전해주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크로스파이어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시사점, 고민, 갈등, 그리고 안타까움과 슬픔을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펼쳐내는 책마다 10만부 이상 팔리는 일본 최고의 대형 작가인 히가시노 케이고는 모든 사람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성이 가장 큰 장점인 반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펼쳐내지 못하는 부분이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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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 1
아사이 라보 지음, 이형진 옮김, 미야기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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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필력과 탄탄한 구성, 그 속에 들어있는 사회 풍자적인 요소와 블랙 코미디, 그리고 그로테스크, 성적인 소재는 대부분의 라노베 독자들에게는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최고의 작품이라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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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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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 정도의 몰입도를 보여주며, 각 편마다 드러나는 진실에 소름이 돋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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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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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 - 13계단(13階段) ★★★★★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를 데뷔와 함께 밀리언셀러 작가로 만든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13계단(13階段)을 읽었습니다.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의 작품은 이전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로 먼저 접했었지만 600페이지가 넘는 대볼륨에 비해 루즈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무난함 이상의 재미를 얻지 못해 언젠가 꼭 읽으리라고 생각해왔던 이 13계단(13階段)을 읽는데도 많은 망설임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읽어 본 '13계단'은 아무 고민이나 의혹 없이 정말 '잘 써졌다'는 생각이 깔끔하게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13계단(13階段)은 사형 집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사형수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지불하려는 독지가, 그 의뢰를 받아들인 교도관 난고와 그의 도움으로 가석방 된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 두 사람이 10년전에 종결된 사건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왜 이 남자는 샤형이 아니고, 50년 전 여성 피고인에게는 사형 판결이 내려졌을까? 형법이 그 강제력으로 지키려는 정의는 어쩌면 불공정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지닌 참사관이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정의라는 이름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카노 카즈아키는 항상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제작을 출판해내기로 유명합니다. 제노사이드(ジェノサイド)에서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었던 대량학살(제노사이드)를 묘사하며 신중한 역사 의식을 드러내고 그 와중에 도덕, 이성, 인격과 같은 '인간적인 부분'의 중요함을 그려내 일본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의 데뷔작인 이 '13계단' 역시 교도관 난고와 전과자인 준이치, 두 사람의 주인공과 기억을 잊고 누명을 쓴 사형수를 통하여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라기엔 너무나 무겁게 사형 제도와 현대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하는 사회파 소설입니다.

 작가는 오전마다 사형수를 데리러 오는 교도관의 발소리에 미쳐가는 사형수의 공포감, 사형수를 '사형'시키는 교도관 난고의 고뇌, 상해 치사죄로 수감되었던 준이치의 모습을 통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대한 깊은 고뇌와 공포를 그려냅니다. 그러면서도 누명을 쓴 사형수. 사카키바라의 모습에서 사형 제도와 현대 범죄 관리 시스템의 모순을 지적합니다. 재판을 집행하는데 모든 사람의 속내를 알 길이 없건만, 사카키바라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범죄자가 얼마나 참회의 뜻과 반성의 기미를 내비쳤느냐에 따라 형량을 줄여주는 '개전의 정'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살인 사건이 기억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카키바라에게 그러한 '개전의 정'은 오히려 불리한 쪽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사형시키는 과정에서 사형 집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치가와 실무자들의 두뇌 싸움, 국가의 행사에 따라 사형수의 사형 집행일이 앞당겨지기도 하는 등, 장난치듯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벌이는 사건들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을 누명을 쓴 사카키바라의 기억에 남아있는 결정적인 증거인 '13계단'과 사형수를 사형하기까지 걸리는 행정 절차와 명령의 '13단계의 과정'을 통해서 표현합니다. 13계단(13階段)이라는 제목은 그 의미만으로도 이렇듯 현대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현대 일본의 사형 제도와 범죄 관리 시스템에 대해 냉철하면서도 다각적인 시선으로 세세하게 분석해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이 책 한권을 써내는데 그 소재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어 조사해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이야기를 써내면서도 이전에 읽었던 '제노사이드'에서 느꼈던 스토리적 모순과 과한 전문성이 없어 정말 깔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책의 중간 쯤에는 교도관인 난고가 준이치를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사형수를 사형시킨 자신의 업보를 속죄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닮았다'는 말은 결말에서 다시 언급되며 모든 관계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치밀하면서도 감탄스러운 구성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흔한 흐름이라고 말할까, 분위기상 범인이나 흑막을 유추해내기 대단히 쉽기 때문에 엄청난 반전이나 충격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소설은 시사점을 남기는 속에 담긴 깊은 주제 뿐만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잘 써진 소설입니다.

 "법률은 옳습니까? 진정 평등합니까?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나쁜 인간은 범한 죄에 걸맞게 올바르게 심판받고 있는 것입니까?"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준이치의 입을 통하여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다카노 카즈아키 작가의 말을 마지막으로 감상을 마칩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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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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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 - 십각관의 살인(十角館の殺人) ★★★☆☆

◆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의 데뷔작. 1987년에 쓰여진 십각관의 살인(十角館の殺人)은 다른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도 굉장히 많이 언급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이 다시 고전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가려는 신본격 미스터리의 효시가 되었기 때문인데,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출판된지 오래된 책이기도 하고, 시대감을 느끼게 만드는 표지에 선뜻 손에 쥐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읽어보니 의외였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도 이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문장과 시대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글 솜씨(실제로 '워드프로세서가 아직 보급이 되지 않았다'는 문장이 나오기 전까지 이 작품의 시대를 기억에서 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것에 지레 겁먹었던 것과 다르게 아가사, 반, 엘러리, 르루, 포, 카, 올치 등의 유명 미스터리 작가의 이름을 빌린 등장인물들로 만들어가는 엔터테인먼트함이 순식간에 글 속에 몰입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을 보고있자면 요네자와 호노부(米澤穂信)의 인사이트 밀(Incite mill)(사실 인사이트 밀이 이 책인 십각관의 살인을 모티브하여 쓴 것이 틀림없지만)이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내용은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읽어나갔지만, 정작 심리의 사각을 파고들어 독자들을 속이고 트릭이 들어나는 마무리에서는 '아 이거구나!' 혹은 '속았다!'하는 느낌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본격 미스터리에서 거리가 멀어 트릭 등에서 지적인 재미를 얻기 힘들어하는 면도 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소 전형적이게 되어버린 흔한 트릭이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오랜 세월이 지난 책이라는 점에, 본격 미스터리 작품이라는 점에 두려워하던 것에 비해 시대감을 잊을 정도로 세련되있고, 엔터테인먼트한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포텐이 터지는 부분은 없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초반에 앨러리가 '사회파 소설에서 벗어나 본격 미스터리의 유형을 보여줘야한다.'며 '미스터리 소설'에 대해 주장한 구절이 있는데 그것이 복선이자 반전이었을 줄이야. 단언코 이 책에는 본격 미스터리만 담겨있는 것이 아닙니다.

◇ 드디어 그렇게나 다른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던 십각관의 살인을 읽었군요. 얼마 전에 막 미스터리 첫걸음을 시작했기 때문에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는 게 더욱 크게 가슴에 다가옵니다. 재미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지만요ㅎㅎ. 본격 미스터리의 선두로 평가받는 작품치고는 고리타분함이 적고 생각보다 엔터테인먼트했기 때문에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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