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워치 1~3 세트 (초회한정)
카도노 코헤이 지음, 구자용 옮김, serori 그림 / ㈜소미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카도노 코헤이(上遠野浩平)는 <부기팝 시리즈>로 라이트노벨의 시대를 연 작가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사건 시리즈>로 여러번 다루었었는데, 지금까지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10년 전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보니 그의 대단함을 설명하기 위하여 꼭 언급하게 되는 것이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다. 사토 유야, 니시오 이신, 나스 기노코, 이루마 히토마 등이다. 라이트노벨은 물론 순문학과 신본격 소설을 넘나들며 이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엔터테인먼트 작가들인데, 아마 이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은 금새 공통점을 발견하고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언급한 작가들처럼 과격하지는 않더라도 카도노 코헤이 작가는 어떤 의미에서 중2병 전기물의 시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이 일반적인 라이트노벨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복각된 나이트워치 삼부작(ナイトウォッチ三部作) 역시 라이트노벨이라기보다 오히려 일반 SF 소설에 가깝다고 해도 괜찮을 소설이다. 최근이라면 '미디어 웍스 문고'라던지 '하야카와 JA'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을 법하다.


 <나이트워치 삼부작>이라는 시리즈 제목은 작품이 완결난 뒤에나 붙은 명칭으로 실제로는 <우리는 허공에서 밤을 본다(ぼくらは虚空に夜を視る)>, <우리는 허몽을 달에게 듣는다(わたしは虚夢を月に聴く)>, <우리는 허인과 별에서 춤춘다(あなたは虚人と星に舞う)>. 이 세 작품을 말한다. <철가면을 둘러싼 논란(鉄仮面をめぐる論議)>이라는 외전이 잡지에서 연재되기도 했으나 국내에는 출판되지 않아 아쉽다.


 나이트워치 삼부작은 도쿠마 듀얼 문고(徳間デュアル文庫)에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간행되었으며 국내에서는 대원씨아이의 라이트노벨 레이블인 NT Novel에서 2003년에 정발된 초창기 작품이다. 지금에서 보자면 1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에 재출간된 나이트워치 삼부작은 세카이샤 문고(星海社文庫)에서 복각한 책이다. 일러스트를 새로 그린데다 본문 역시 올컬러로 되어있는 호화판이다. 나카자와 카즈토(中澤一登)가 그렸었던 오래된 구판 일러스트가 Serori가 새로 그린 일러스트로 교체되었다.


 그런 나이트워치 삼부작의 복각판을 이번 8월에 소미 미디어의 라이트노벨 브랜드인 S노벨에서 정식 발매했다. 옮긴이 역시 김지현 역자님에서 구자용 역자님으로 바뀌어 새롭게 번역되었다. 고급스러운 초회 한정 책갈피가 들어있다. 내부 일러스트가 올컬러인지라 제작 비용이 비싼만큼 원래는 일반 소설 판형으로 출판할 생각이었다고 하지만, 수익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 소미 미디어는 라이트노벨 판형으로 출판하는 것을 결정했다. 요즘 출판사답지 않은 그들의 성의있는 태도는 놀랍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 소설 판형이 더욱 소장용으로 어울렸을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1. 우리는 허공에서 밤을 본다(ぼくらは虚空に夜を視る) ~ The Night Watch into The Night Yawn


 평범한 고교생이었던 쿠도 효고는 어느 날 수수께끼의 소녀, 카게세 미사코에게 '진실'을 듣게 된다. 지금 있는 세계는 인류의 적인 '허공아'에게 맞서기 위한 초광속 기동 전투기 '나이트워치'를 조종하는 코어의 정신이 절대진공의 초절 허공에서 발광하지 않기 위한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과 효고 자신이 나이트워치인 '마바로하 레이'의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또 다른 인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마바로하 레이의 코어는 지금 허공아에게 공격당하여 사라져버렸고 '마바로하 레이'를 제어하기 위하여 쿠도 효고는 진공 속으로 내던져진다.


 당신의 로켓은 나를 별로 인도했지만,

 하늘까지 고작 반 마일 남은 곳에서,

 나는 거꾸로 추락하고 말았지.

 차가운ㅡ너무나도 차갑게 얼어붙은 세계로

                                      ㅡ 스티비 원더 <로켓 러브>


 우주에 존재하는 나이트워치로 의식이 옮겨 간 쿠도 효고는 허공아에 맞서 SF소설다운 액션을 펼친다. 하지만 역시나 카도노 코헤이의 작품이라고 할까. 단순한 SF액션에서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허공 속에서 인간이 발광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 인간은 우주로의 진출을 원했지만 우주에는 '허공아'라는 정체불명의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은 그에 대항하기 위하여 초광속 기동을 할 수 있는 전투 병기 '나이트워치'를 만들었지만, 나이트워치를 조종하는 코어는 허공아와 전투를 펼치는 아무 것도 없는 허공 속에서 미쳐버릴 수밖에 없다. 물론 초광속 기동을 해제하고 바깥을 시작으로 확인하면 별들의 빛이 보일 테지만 그것은 수천수만 년 전 과거의 빛에 불과하다. 우주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직 인간을 공격해오는 적만이 존재한다. 쿠도 효고가 원래 살아가던 지구. 즉 과학이 발전하기 전의 구세기의 환영은 나이트워치가 발광하지 않고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한 '안전장치'인 것이다.


 "꿈이라고 해도 많은 종류가 있잖아? 그래, '악몽'도 꿈은 꿈이니까."


 재미있는 것은 '허상'이자 '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 한 것은 그 가상 세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것이다. 거짓된 세계에서 사고를 당하면 현실에 존재하는 냉동 수정체도 죽음에 이르고, 질병에 걸리면 현실의 몸도 똑같은 질병으로 죽는다.


 "저기 욘ㅡ 어째서 나이트워치에 인간 코어가 필요한거지?"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욘은 의외의 질문에 눈을 깜박거렸다.

 "......무슨 소리야?"

 하지만 효고는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질문을 반복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그런 것이다.

 욘이나 세계를 만들었다는 자이로 사이브레이터보다도 어마어마한 지성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계들보다도 그런 의미에서는 아직 주관 시간으로 10대 중반의 애송이에 불과한 효고가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ㅡ. '인간'을.

 어째서 인간이 싸워야 하는가?

 그것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가 배신하고 자신들에게 반기를 들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도저히 떨쳐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이런 '아이러니함'은 단순히 '죽음' 하나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 전체에 퍼져있다.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지 않고 허공에 조종사가 미쳐버리는 부담과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가상 세계를 만들어낸다. 어떤 이는 '발광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인 '꿈'의 세계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이럴 바에는 차라리 허공에서 강대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나이트워치의 코어와 인격을 뒤바꾸기도 한다. 강대한 적인 줄 알았던 '허공아'는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항상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효고는 그들이 자신들을 봐주고 있다는 모순적인 느낌을 받는다.


 효고는 조금 전까지 '허공아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로 고민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포함하는 인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효고가 자신의 정체성과 세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중에도 '적'은 계속해서 침략해온다. 허공아는 물론 가상 세계를 파괴하려는 내부의 적까지 들이닥친다.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던 효고가 이 아이러니함 속에서 깨다는 것은 무엇일까?


 액션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재 유행하는 트랜드를 집대성한 것 같은 내용과 등장 인물이었다. 무려 13년 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현재 유행하는 라이트노벨이나 SF소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무엇보다 세련되었다. 주인공 효고는 지금 유행하는 주인공들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과연 라이트노벨의 시대를 연 작가의 기량이 놀라울 뿐이다.


 2. 우리는 허몽을 달에게 듣는다(わたしは虚夢を月に聴く) ~ The Night Watch under The Cold Moon


 심퍼사이저를 통해 인류가 절대 진공의 우주로 진출하기 이전의 이야기. 즉 1권보다 전 시대의 이야기를 그려낸다(시대가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화가' 묘가야 이쿠야를 등장시킨 것에서 작가의 센스를 살펴볼 수 있다). 인류는 허공아의 습격으로 이전 시대의 기술력을 잃어버리고 달 위에 존재하는 원면기지에서 일곱 세력이 서로를 죽이고 서로에게 죽는 전쟁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어째서 싸우고 있는지. 싸우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 월면기지 지하에는 오래 전 인류 보존 계획에 의해 냉동 인간들이 사이브레이터에 의한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사상 세계에서 허공아와의 공존을 꾀했던 죽은 영웅이 심퍼사이저에 의해 되살아나고, 월면을 뛰어다니는 토끼 모양의 탐사 로봇이 지하에 묻혀있는 사이브레이터와 냉동 인간들을 발견한다.


 2권인 월면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나이트워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이자 작품 전체의 주제를 가장 확연히 드러내는 권이었다. 2권에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등장한다. 세계를 부정하였기에 없어져버렸지만, 과거의 세계가 가상으로 복원되면서 다시 태어난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소녀. 그녀는 세계가 가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덧없음을 느끼는 가상 세계의 인물과, 코사 무그 군의 인공지능 무인기, 그리고 토끼 모양의 탐사 로봇 앞에 등장하여 무언가를 전하려고 애쓴다.


 "모든 것이 거짓말뿐이라고 해도 세계에는 확실한 것이 하나 있어. 그것만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진실'이며 거짓말로도 꿈으로도 때울 수 없는거야. 그래ㅡ슬픔을 느끼는 당신의 마음. 그것만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당신들은 '자신들은 기계니까'라면서 묘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 같은데 기계든지 뭐든지 당신들에게는 마음이 있어,"


 '가상임에도 마음만은 진실하다'. 이것이 아마 이 나이트워치 삼부작 전체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주제일 것이다. 최근 읽은 여러 가상현실 SF소설 등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었던 주제이자 핵심인데, 정작 10년 전의 라이트노벨에서 닳도록 나오고 있었다니 대단하다.


 "아아.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그런 일을 해도 무의미하지 않나? 이미 월면은 전란의 폭풍 속이고, 아무도 느긋하게 피크닉 같은 걸 할 리 없다. 그런 지도를 만들어도 소용없다. 뭐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진짜 그럴까?"


 2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등장인물은 인간이 아니라 의외로 토끼 모습으로 달을 탐색하고 다니는 매핑 무버인 '시마스'였다. 그는 인간이 허공아를 만나기 전, 희망이 넘치던 시대의 엄청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자립형 탐사 로봇으로 월면이 전란으로 뒤뎦여도 그는 달을 탐사하고 그것으로 '책'을 만들라는 목적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길을 잃은 군인을 만나면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지도를 만들어서 길을 찾아주는 유쾌함까지 갖추었다.


 "뭐, 그건 그거고요. 이러다 정지되어버린다고 하면 나의 인생은 거기까지라는 거잖아요? 인간도 로봇도 다르지 않아요."


 가장 놀라운 것은 그가 단순히 '목적'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의해서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한다는 것이다. 이번 편에 등장하는 많은 '가상'과 '기계'는 고민해왔다. 자기 자신조차도 거짓된 이 세상의 덧없음을 느끼고,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등장하는 탐사 로봇 시마스는 다르다. 그는 자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올곧게 나아간다. 이 두 형태의 '가짜'는 대도적지면서도 또한 상징적이다.


 그렇다. 시마스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소녀를 구해낸다 해도 살아남은 것이 한 사람뿐이어서는 이미 인류의 보전이라는 목적은 이룰 수 없다. 이미 <계획> 자체가 실패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녀를 구해내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시마스에게는 시마스의 임무가 있다. 이런 일은 그가 만들어진 목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하지만 시마스로서는 그가 언젠가 써낼 '책'에 이 일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상상했을 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결론 이외에는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 시마스의 마음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할 정도의 이유가 되었다.


 토끼 주제에, 그것도 로봇 토끼 주제에 환장할 정도로 멋있다. 이만큼이나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올곧게 간직하고 있는 등장인물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목적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마지막 에너지를 사용하여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그것이 시마스의 '마음'이다. 기계이지만, 그에게는 확실한 '마음'이 존재했다.


 '달'을 배경으로 그것을 탐사하는 토끼라는 소재는 카도노 코헤이의 로망을 비추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로 로맨틱하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데다 이야기 그 자체보다는 인류가 심퍼사이저를 어떻게 얻어서 우주를 향해 진출하는지. 그 세계관을 다룬 편이기에 가장 재미있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실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3. 우리는 허인과 별에서 춤춘다(あなたは虚人と星に舞う) ~ The Night Watch against The Star-Crossed Star


 나이트워치가 막 만들어진 시대. 2권보다도 반세기 전. 인류의 '천적'과 싸울 힘을 가진 '허인'이자 나이트워치 시작 14호 부르톰제스트의 코어. 태양계 외부 공역에 오직 홀로 생존한 '쿄'와 부르톰제스트에게 '허공아에게 오염되었다'는 판단 아래 아군이었어야 할 인류 연합군이 습격해온다. 그리고 그들의 습격에 맞서서 허공에서 그녀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부르톰제스트가 만들어낸 '가상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딱 하나 확실한 게 있어. 우리는, 우리가 어중간하다는 사실이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아ㅡ. 지긋지긋해. 그러니까ㅡ. 어중간한 게 싫다면 발버둥 쳐서라도 우리는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 거야ㅡ."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나이트워치 삼부작에는 모두 '가상 세계'가 등장한다. 1권의 효고 이야기에서는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과 그곳의 모순을 인지하고 외부와 내부의 '적'과 싸우며 이도저도 아닌 도중. 인간의 '어중간함'을 말한다. 2권의 시마스 이야기에서는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인공 지능과 현실에 존재하는 기계. 즉 '가상'이자 '인공'의 모습을 통하여 세계가 '거짓'이라 할지라도 마음만은 진실된 것이라고 말한다. 3권에서는 단시 한 사람만을 위해 창조된 '가상 세계'가 등장한다. 나이트워치의 코어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가상 세계. 그곳의 가상 인물들. 그러나 모순적인 것은 그 나이트워치의 코어인 쿄는 그 가상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공격해오는 적들과 싸운다는 점이다.


 이 세 작품의 공통된 주제는 가상 세계이지만, 그곳을 결코 '가상'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권에서 효고는 나이트워치의 코어를 조종하게 되며 현실로 나아가지만, 다시 가상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허공'에 대한 두려움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이자 인공 지능인 '소녀'의 마음을 진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2권의 이야기는 좀 더 노골적이다. 주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번 3권 역시 그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안전장치일 뿐인 가아세계이지만, 쿄는 그곳을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싸운다.


 그리고 이번 권에서는 1권에서 등장했었던 효고가 다시 등장한다. 한참 과거의 시간대이지만 쿄와 효고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곳에서 1권의 '어중간함'은 완결된다. 인간은 도중이고, 어중간하지만, 그렇기에 행동하지 않을 수는 없다. 마치 열혈물처럼도 느껴지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사건 시리즈'도 그랬지만, 카도노 코헤이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야기 그 자체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세계관'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나 나이트워치 삼부작은 사건 시리즈와 다르게 편마다 세계관만 같을 뿐 시대도, 이야기도, 주인공도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크다. 더구나 나이트워치 삼부작이 모두 '열린 결말'로 끝나기 때문에 이런 애매모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면서도 또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독자 스스로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결말을 상상하는 재미를 얻을 수 있지만,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아니, 정확히는 세계관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미완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재미있기도 했고 여러가지로 다가오는 것도 많았던 작품이지만, 너무 방대한 세계관을 짧은 볼륨에 담아내다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 세계관을 장편으로 차분히 그려나간다면 더욱 재미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애매모호함과 허약한 문장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점이 카도노 코헤이 작품의 매력인건 분명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분명 전해주는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이 작품은 충분히 '재미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고 재미있는 SF소설임에 분명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읽는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이 되리라.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