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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1 - L Novel
타카기 코이치 지음, 니와 그림,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의 라이트노벨 트랜드를 꺼리는 내가 이 작품을 구매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제3회 GA문고대상(GA文庫大賞)에서 기대상을 수상한 타카기 코이치(高木幸一)의 데뷔작. 나는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俺はまだ恋に落ちていない)는 가슴 크고 눈 큰 여자들과 함께 모에를 외쳐대는 최근의 러브코미디와는 달리 왕도적인 연애 스토리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츠키코이'나 '시노노메 시리즈' 등과 비교하면 왕도 러브 스토리라고 말하기에도 뭐하다. 친구의 여동생 자매와 삼각관계에 빠진다는 이야기나 가벼우면서도 과하게 극적인 에피소드들은 최근의 러브코미디처럼도 느껴진다. 요컨대 이 작품은 러브코미디와 왕도 사랑 이야기의 중간쯤에 위치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카이는 어느 날 엉뚱한 친구에게 에이미, 에이라 두 여동생을 소개받는다. 에이미는 장발에 글래머, 짧은 치마에 세련된 옷차림과 내숭 없는 호쾌한 성격과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고, 그 반대로 동생인 에이라는 단발에 깔끔하고 단정한 복장, 날씬한 몸매에 긴 치마를 걸친 조용하고 담백한 성격이다. 이렇듯 정반대인 두 사람은 자매임에도 실제로 사이가 좋지 않아 틈만 나면 으르렁대고는 한다. 독특한 그녀들과 만난 아카이는 으르렁대는 두 사람에게 곤란해 하면서도 점점 삼각관계 속으로 빠져든다.
담백한 연애 스토리를 생각했더니 실제로 펼쳐보니 엉뚱하고 가벼운 러브코미디의 느낌이 더 다가온다. 심하게 극적인 내용 전개에 조금 너무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차근차근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중간을 모두 생략해버린 뜬금없는 이야기 전개에는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 주인공에게 에이미, 에이라 자매가 사랑에 빠지는 부분이 전혀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두 자매는 만나기만 하면 인터넷상의 키보드 배틀을 생각나게 만드는 욕사어구와 험담을 서로 내뱉는 등 캐릭터성 또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과장되어 있다. 두 사람을 책임질 남자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가문의 보물을 찾아야 한다며 어떤 방으로 들여보내는 등 어설픈 마무리 또한 아쉽기 그지없다. 심하게 과장되어 있는데다 온갖 열혈 청춘물에서 가져온 듯한 소재들과 내용전개는 미숙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아이코 씨. 살다 보면 말이죠. 어제까지 서로 웃고 떠들던 사람이...... 삽자기 사라지는 일도 생긴답니다. 그거, 아세요?"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꽤 재미있었다.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지만, 그 마무리에 도달하기 까지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에서 전해져오는 가독성과 읽는 재미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연애물임에도 불구하고 액션 스릴러를 보는 것같은 빠른 장면들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은근슬쩍 심각한 떡밥들을 숨겨놓아 당장 이번 권보다도 다음 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다음 권에서는 소라카와라는 '여자인 친구' 역시 주인공에게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봐서는 삼각관계를 넘어서 사각관계의 혼란이 펼쳐지지 않을까. 이 작품이 '미숙한 작품'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숨은 진주'로 남을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에는 니와(庭) 작가의 일러스트가 조금 90년대 풍의 '구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내부 일러스트를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고퀄리티의 일러스트가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타카기 코이치 작가는 2012년 11월에 이 작품을 4권으로 짧게 완결내고 GA문고에서 계속해서 방과후사중주(放課後四重奏)라는 작품을 연재 중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