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Julian Barnes)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결말까지 읽기 전에는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지?'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이야기 구조는 굉장히 간단하다. 어릴적 함께 지내던 친구가 자살하고, 그 친구가 남긴 일기장을 얻기 위하여 옛 연인을 만나 진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부정확한' 기억과 '정확한' 진실, 그리고 어릴적 질투와 증오, 분노에 휩쌓여 보낸 편지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 일으켰는가.

 간단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영어권 소설 특유의 길고 배배꼬인 문장과, 이 소설 속에 담긴 철학적이고 문학적이면서도 난해한 내용 덕분인지 가독성이 낮은 1부를 읽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나마 2부에 가면 난해함이 줄어들어 몰입하기가 쉬워지지만 여전히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결말을 읽는 순간,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 충격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첫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진실을 추론할 수 있게 만드는 놀라운 테크닉이 빛난다.

 그런 반전이 놀라운 작품임에도,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조금은 회의적이다. 부정확한 기억과 진실의 사이에서 책임의 연쇄 사슬에 대해 묻고있는 이 작품에 담긴 뜻은 놀랍지만, 그 뜻과 의미만을 쫓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나 난해하고, 또한 지루하다. 재미면에서만 보자면 이 작품은 단순히 마지막 결말에 담긴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기 위한 형식이라 모두 읽고나니 느껴지는 것은 즐거움보다 아쉬움이 컸다는 것이다. 마지막의 반전을 위하여 작품 전체의 재미를 희생했다고까지 생각된다. 단순히 내가 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토니는 현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상이다. 그가 보낸 편지는 어떤 일을 불러 일으켰나, 그의 행동으로 일어난 사건과 편지로 인하여 의심받고 고통받았을 친구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사람은 언제나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