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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책을 소재로 한 힐링 미스터리로 눈길을 끌었던 미카미 엔(三上延) 작가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2권이 발매되었다. 시리즈 누계 500만부 가까이 팔리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책이라는 타이틀과 다르게 미숙한 미스터리,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진행과 뻔한 일상, 힐링물의 분위기를 풍기는 전권의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 했음에도 2권을 구매했다. 1권만 가지고는 재미를 판단하기 애매했던 탓도 있지만, 그만큼 책을 좋아하는 애독자의 입장으로서 책을 소재로 다루는 고서점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 사카구치 미치요 『크라크라 일기』(분게이순슈) 1
제1장 앤서니 버지스 『시계태엽 오렌지』(하야카와NV문고)
제2장 후쿠다 데이치 『명언수필 샐러리맨』(로쿠가쓰샤)
제3장 아시즈카 후지오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쓰루쇼보)
에필로그 - 사카구치 미치요 『크라크라 일기』(분게이순슈) 2
이번 이야기에서는 이와 같은 책들이 등장한다. 단순히 소설뿐 아니라 수필, 만화 등 다양한 책을 다루는 것이 인상깊다. 각 에피소드의 시작 부분에 소설 내용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만드는 일러스트가 여전히 멋지다. 스릴 있거나, 반전이 곁들여진 미스터리가 아니라 고서점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그려내는 일상 미스터리임에도 쉽고 빠르게 읽히는 문장에 감탄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말 그대로 '힐링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외관도 멋지지만 책의 내용은 더욱 멋진 향기를 풍긴다.
하지만 이번에도 유명세만큼의 재미가 있었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소재와 비쥬얼적인 측면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만큼 더욱)아쉽다. 몰입도는 있고, 쉽고 빠르게 읽히며,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지만, 인상에 남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는 없다. 이번 권 역시 1권과 마찬가지로 각 책들에 관련된 사건을 단편 형식으로 풀어나가지만 그 단편들은 '미스터리'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1권보다도 못하다. 그나마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는 『시계태엽 오렌지』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있었다는 해답 풀이에는 벙쪄버렸다. 크라크라 일기에 담긴 시오리코의 사정을 유추해내는 다이스케의 모습. 누구나 추측할 수 있을 법한 추리(아니,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이 '누구나 유추해 낼 수 있다'라는 느낌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를 엄청 중요한 듯이 그려내는 것도 그렇고... 어지간히 미스터리에는 맞지 않는 작가라는 느낌까지 든다.
오히려 이번 2권에서는 주인공인 고우라 다이스케와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관계와 각각의 사정이 중심 소재가 되었다. 『명언수필 샐러리맨』에서 다이스케의 옛 여자친구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며 그의 마음속에 담겨있던 갈등을 해소하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이야기를 거쳐가며 한층 더 진전되는 다이스케외 시오리코의 관계가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도 『크라크라 일기』1에서 『UTOPIA 최후의 세계대전』, 『크라크라 일기』2로 이어지는 시오리코의 어머니에 대한 떡밥은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녀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고, 어째서 10년 전에 두 딸을 남겨두고 사라졌을까?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다음 권을 구매하는 데에는 망설임이 생긴다. 나쁘지는 않은 작품이지만, 다음 권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것 같은 예감에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책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