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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제5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야쿠마루 가쿠(藥丸嶽) 작가의 처녀작인 천사의 나이프(天使のナイフ)는 삼중으로 뒤얽히는 사건과 반전 속에 소년법을 비판하며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이라는 문제를 심도깊게 다룬 사회파 소설이다.
"그 소년들은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겁니까?"
히야마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어떤 벌도 받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 살아가는 겁니까? 이 나라는 한정적으로라도 살인을 인정한다는 말입니까?"
천사의 나이프는 소년 세 명에게 아내가 살해당한 남자. 히야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는 아내를 잃고 가정이 붕괴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들의 신상 정보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고 그 때문에 그들이 개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14세 이하인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법의 모순점에 분노한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딸아이를 위하여 순응하고 가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택하지만, 어느 날 평소처럼 일하고 있는 히야마에게 경찰이 찾아와 4년 전 그 사건의 범인인 소년들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사건에 이상함을 느낀 히야마는 사건을 파고들어가며 충격적인 사실과 상상 이상으로 얽혀있는 사건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국가가 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제 손으로 직접 범인을 죽이고 싶습니다."
이 소설은 피해자측은 생각하지 않고 소년들만을 감싸고 도는 매스컴을 증오하고, 알 권리마저 빼앗아버리는 사회에 분노하는 히야마의 모습을 통하여 법의 모순점을 한껏 비판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범죄자들을 엄하게 처벌하자는 '엄벌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년들을 보호하고 개선시키자는 '보호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매스컴 관계자인 '누쿠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엄벌파도, 보호파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양쪽에서 욕을 먹는 누쿠이가 오히려 주인공인 히야마보다 작가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했다고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피해자이자 주인공인 히야마는 자연스럽게 '엄벌파'의 입장을 대변하며 누쿠이를 증오하는 입장이 된다.
하지만 히야마는 사건이 진행되어 가면서 점점 진실을 깨닫게 되고, 결국에는 그 역시 엄벌파와 보호파의 중간에 자리잡게 된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빼앗아간 작은 범죄자들을 증오하지만, 그럼에도 그 작은 범죄자들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어째서 장모는 자신의 딸을 살해한 소년들을 생각하며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었나. 천사의 나이프(天使のナイフ)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 모든 이들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는 훌륭한 사회파 소설이다.
그런데 어째서 평점이 이런가? 하고 물으면 읽는 재미면에서 아쉬웠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미스터리라는 형식 속에 훌륭하게 사회성을 담아냈지만, 긴박함이 필요한 이야기임에도 이야기 진행에 스릴이 부족하여 마지막의 반전을 살려내지 못해 아쉽다. 본격 1세대 미스터리 작가인 아야츠지 유키토(綾辻行人)는 "'현실'을 다룬 사회파 소설이면서 정통 미스터리적으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기쁘다."라고 말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미스터리적인 완성도가 전혀 높지 않았다. 삼중으로 얽혀있는 사건은 과연 놀라웠지만, 그 삼중으로 얽힌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부분이 대단히 밋밋했고, 또한 반전을 깨달을 수 있는 복선과 단서를 독자에게 제시하는 부분에서 미숙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공통점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사회파 미스터리로 이름이 높은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다카노 카즈아키(高野和明) 작가의 13계단(13階段)과 비교하게 된다. 13계단 역시 사형 제도에 대한 비판을 스릴있는 미스터리에 담아낸 훌륭한 작품인데, 법률에 대한 해석과 스릴있는 이야기전개, 그리고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동과 감정이라는 부분에서 이 천사의 나이프는 13계단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느낀 점은 많았지만, 재미만 보자면 그저 읽을만한 정도였다는 것이 아쉽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