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다 리셋 7 - BOY, GIRL and the STORY of SAGRADA, NT Novel
코노 유타카 지음, 이형진 옮김, 시이나 유우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이건 정말 대단하다. 마지막 권을 덮고 느껴지는 깊은 여운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요 몇일 동안 사쿠라다 리셋(サクラダリセット)이라는 시리즈에 흠뻑 빠져있었다. 라이트노벨에 이런 명작이 있었을 줄이야. 라이트노벨계에 길이 남을 작품. 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다. 탄탄한 플룻으로 적당한 길이로 마무리 된 것이 감탄스럽기도 하면서 조금 더 길었어도 괜찮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든다.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소년과 소녀와 올바른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능력'을 다루는 장르적인 재미와 라이트노벨의 가벼운 형식 속에 무거우면서도 깊은 시사점을 남겨 책을 읽는 내내 고심하게 만든다.


 작품 내의 등장인물들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올바른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옳다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을 수없이 제시한다. 주인공인 케이는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었다. 작가 역시 독자들이 확실하게 '이게 옳다!'라고 생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이 사라진 사쿠라다의 행복을 최종화에서 그려낸 것이다.


 리셋된 사쿠라다의 행복과, 완벽하지 않은 마무리를 보고 나서는 더욱 케이의 선택에 대해 '옳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고양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는 노노오라는 등장인물이 있음에도 고양이에게 희생을 전가하는 식의 마무리의 모순점에는 아쉬움까지도 느꼈다. 하지만 케이의 선택을 항상 칭찬할 수는 없어도, 수긍할 수 없는 일이 있어도, 그 아름다운 생각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이야기가 이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이능물로서의 장르적인 재미와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충분히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라이트노벨처럼 '그냥 좋아해!'하는 가벼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멀리 돌아가는 순수하면서도 복잡한 사랑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내면묘사를 보고있자면 감탄까지 나온다. 


 입만 살짝 움직여서 아사이 케이는 웃었다.

 "저는 이 거리에 능력을 남기려고 합니다. 이 예쁜 기도 같은 힘을 버리는 것은 아까워요."

 우라치 마사무네도 웃었다. 얼굴 전체에 옅은 웃음을 그려 붙인 것처럼.

 "나는 능력이 전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려야 한다고 생각해. 희망인 척 보이지만 비극만 낳는 이 힘은 악마 같은 것이다."


 최종화에서는 사쿠라다의 능력을 지켜내려는 아사이 케이와 사쿠라다를 '리셋'시키려는 우라치 마사무네. 닮았으면서도 정 반대의 사상을 가진 두 사람이 대립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전의 어느 에피소드보다도 스릴있고, 천재들의 싸움을 보는 것처럼 서로의 심리와 미래를 읽으며 대립해나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정말로 재미있다.


 이번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는 항상 어딘가 달관한 듯한 가치관과 두뇌를 보여주었던 케이가 이전과 다르게 깊게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고집과 감정을 인정하고 수긍하며 목적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마치 열혈물처럼.....


 ㅡ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빛나지 않는 눈물이다. 어둠 속에서 아무도 발견할 수 없는 눈물이다.

 눈물은 턱 근처에서 방울이 되어 허공으로 떨어진다.

 그것은 바닥에 닿을 때 희미한 소리를 내겠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가, 그러나 틀림없이 나겠지. 아주 희미한 자기 주장으로서.

 하지만 실제로는 눈물이 바닥에 닿는 일은 없었다.

 리셋.

 그 능력은 세계를 3일치 죽인다.

 기쁨도, 슬픔도, 웃는 얼굴도, 눈물도 전부 한꺼번에 지워버린다.


 사쿠라다 리셋은 '이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소설임에도 흔한 배틀물을 그려내지는 않는다. 그 점만으로도 칭찬할만한데, 완성도는 더욱 높다. 투명한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감각적인 묘사, 코노 유타카 작가 특유의 회유어같이 돌려말하는 방식으로 담아내는 철학, 아름다운 등장인물들과, 외향보다 더욱 아름다운 마음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단순히 라이트노벨 독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설 독자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싶다.


 코노 유타카 작가의 다음 작품만을 기다리고 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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