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미쿠마리'라는 단편을 시작으로 배경과 설정, 등장인물만 같고 이야기와 주제는 다른 다섯 연작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다. 2011년 일본 서점대상 2위, 2011년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 책의 잡지 베스트텐 1위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데다 평판이 좋아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그리고 굉장히 실망하며 책을 덮었다.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시작인 '미쿠마리'부터 대단히 과격한 소재를 사용한다. 변태에 오타쿠인 주부 안즈와 코스프레 후 관계를 맺는 타쿠미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성인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구매했던만큼 주인공들의 사랑과 에로티시즘 면에서 굉장히 기대하고 읽은 책인데, 에로티시즘은 커녕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로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 그저 추잡할 뿐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소재라 어째서 이 소설에 이런 성적인 장면이 들어갔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이 소설은 연애소설조차 아니다. '미쿠마리'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타쿠미와 안즈의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첫 단편인 '미쿠마리' 이후 헤어진 주인공 타쿠미와 안즈는 다시 만나는 일이 없다. '미쿠마리'에서 웹에 타쿠미와 안즈의 성관계 영상이 흩뿌려진 후 다음 단편부터는 배경과 설정만 같을 뿐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각각의 단편이 이어진다. 미나토 카나에 작가의 '고백'처럼 한 이야기를 다른 화자의 시점에서 풀어나가는 훌륭한 테크닉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저 웹에 흩뿌려진 영상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 정도만 있을 뿐, 다른 단편에서는 다른 인물들의 다른 이야기와 다른 주제가 펼쳐진다. 주인공인줄 알았던 타쿠미는 이후 다른 단편에서 주변 인물로만 등장하다가 마지막 단편인 '꽃가루와 꿀벌'에서 그의 드라마가 겨우 마무리된다.(그것도 애매하고 미완성인 상태로).


 주인공들의 사랑을 그려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다른 단편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것도 아니라면 어째서 이 소설에 이런 추잡한 성적 장면이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단순히 노골적이고 추잡할 뿐, 전혀 야하지도 않거니와 등장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한 감정의 동화를 일으키지는 못한다. '에로티시즘'이라는 것은 단순히 추잡한 장면을 묘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만들었다. 소설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라는 것도.


 문장은 나쁘지 않고 각 단편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확실하지만, 그것이 전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성적인 장면은 노골적이고 추잡하게만 느껴진다. 거기에 소설의 줄거리는 '미완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애매하다. 도대체 내가 이 책에 무엇을 기대하고 구매했을까? 먼저 이 책을 독파하신 독자 여러분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놀랍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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