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 작가는 1968년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서 태어나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다닌 재일교포다. 그리고 아버지의 전향과 함께 매국노 소리를 들으며 일본인 학교로 간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일본인들의 차별을 경험해야했다.


 이러한 작가의 경험은 자전적 성장소설인 GO(ゴ-)에 그대로 담겨져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재일교포 3세인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다. 조총련(일본 내 북한기관)에 소속되어있던 북조선 국적의 아버지가 '하와이에 가고싶다'고 하는 코믹스러운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하지만 북조선 국적을 가지고는 해외로 나갈 수 없었고 때문에 아버지는 돈으로 민단(일본 내 한국기관)의 간부를 움직여서 한국인으로 전향한다.


 이렇게 아버지는 그 멋들어진 솜씨로 세번째 국적을 취득했다. 그런데도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이따금 농담 비슷하게 내게 말했다.

 "국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거야. 네 녀석은 어느 나라 국적을 사고 싶으냐?"


 다른 재일교포 작가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주인공의 입을 통하여 '차별'을 그려낸다. 일본인 학교를 다니며 일본인들에게 차별당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에 가서는 한국인에게 차별당하고, 심지어는 클럽인 <Z>에서조차 차별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그 차별을 결코 음울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머러스하고 코믹스러우며 즐겁다. 주인공은 그 차별에 굴하지 않고 시비를 거는 사람들의 코를 재떨이로 깨부수며 한결같은 심지를 보인다.


 가토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는 주절거렸다.

 "차별하지 마. 우리 아버지도 열심히 살고 있다구. 더구나 우리 아버지, 너 굉장히 좋아한단 말이야. 항상, 그 놈 대단한 사나이가 될 거라고 그런단 말이야."

 "알았어, 생각해볼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가토는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짓고 그럼, 하고 테이블을 떠났다. 나는 가토의 등에다 대고 말했다.

 "아버지한테 안부나 전해줘."

 뒤돌아본 가토는 너무너무 기쁘다는 듯 미소지으며 손을 들었다.


 주인공의 주변에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이 '가토'라는 친구는 주인공과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아버지가 야쿠자이기 때문에 '차별'을 느끼는 가토는 '차별하지 마.'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주인공은 곧바로 '아버지한테 안부나 전해줘'라고 말한다. 언뜻 보면 단순해보이는 이 대화에서 두 사람의 동질감과 차별에 대한 서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후에 "너와 나는 달라"라는 주인공의 말에서 더 큰 서러움이 전해져온다.


 "우리들은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GO(ゴ-)는 어떻게 보면 하드보일드한 청춘소설이기도 하고, 한 여인과의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내면 성장을 그려낸 성장소설의 모습도 보인다. 폭소를 터트릴 정도로 유쾌하고 하드보일드한 작품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안타깝게 다가오는 차별에 대한 아픔을 보고있자면 역시 사회파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일지도 모른다. 


 "내 진짜 성은 이. 이소룡의 이. 너무 외국 사람 같은 이름이라서, 이렇게 너를 잃는 게 두려워서 가르쳐줄 수 없었어."


 어떻게 재일교포 작가로서,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일본의 최고 대중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나 했더니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한 편의 연애소설이나 청춘소설로서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차별의 아픔은 놀랍다. 하와이를 '타락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던 마르크스주의자 아버지가 하와이를 가고싶어하던 이유가 밝혀지는 마무리에는 감동까지 받았다. 이 책은 연애와 청춘, 감동과 유머, 하드보일드한 액션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문제. 그 모든 것이 절묘하게 조합된 걸작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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