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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약의 리바이어던 1
타케즈키 조 지음, 이원명 옮김, 니무라 유지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클리셰(Cliché)라는 말이 있다. 본래는 인쇄에서 사용하는 연판(鉛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틀에 박힌 문구나 진부한 작품을 뜻하는 문학 용어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라이트노벨과 같은 장르문학에서는 클리셰라는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그만큼 장르문학에는 틀에 박힌 전개나 진부한 내용이 사막의 모래만큼이나 널려있다.
'캄피오네!'로 유명 라이트노벨 작가가 된 타케즈키 조(丈月城) 작가의 신작인 맹약의 리바이어던(盟約のリヴァイアサン) 역시 이런 '진부함'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다. '처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하는 세계관에서 주인공만 얻게되는 강력한 힘, 어릴적부터 기관에 소속되어 세계 각지를 돌며 일을 하다가 업무를 위해 고향에 돌아왔으나 '그럴 나이이니 고등학교는 다녀라'라는 상사의 말로 성립되는 빠지지 않는 학원물 요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서비스씬, 마치 아이템싸움과 같은 이능력배틀, 눈 크고 가슴 크고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는 소꿉친구와 동급생과 후배... 프롤로그만 보더라도 분노로 정의를 달성해내는 결말까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전형적이고 진부한 전개. 원래부터 진부한 이능력배틀물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최근 실망스러웠던 작품들이 죄다 클리셰여서 그런지 더욱 질린다. 계속해서 까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그만하자.
그럼에도 타케즈키 조 작가의 원숙미라고 해야할까, '인간을 공격하는 용'이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주변에 인물을 배치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에는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캄피오네!'도 읽어봤었으나 그때보다 더욱 성숙해진 글솜씨와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 조형(특히 캄피오네에서 느꼈던 주인공의 우유부단함이 없는 게 좋았다). 유머러스해서 가벼우면서도 재미있지만 결코 크게 유치하지는 않은(조금은 유치하다) 에피소드 전개 때문인지 스토리 자체만 보면 정말 취향에 맞지 않는, 빤하고 흔하고 전형적이고 왕도적이고 한 치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왕도적인 전기물을 싫어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작품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인지, 다음 권을 읽고 싶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눈 앞에 있다면 킬링타임용으로 읽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돈을 주고 사고싶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타케즈키 조 작가에게 아쉬운 점은 이 필력과 이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 재능을 가지고 어째서 좀 더 심도있게 고민하여 자아낸 탄탄한 이야기 구성을 만들어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어쩌면 '라이트노벨은 라이트노벨일 뿐이니까'라는 마인드로 글을 쓰고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던건 일러스트였는데 권두 컬러부터 자꾸 알콧(Alcot) 게임이 생각나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일러스트레이터가 니무라 유지(仁村有志) 선생님이었다. 귀여운 그림체임에도 라이트노벨 삽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서비스씬과 전투 장면에서도 빠지지 않고 드러나는 판치라가 과연 감탄스럽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