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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기억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2005년 일본 서점대상(書店大賞) 2위를 수상하며 영화화까지 된 오기와라 히로시(荻原浩) 작가의 대표작. 최근 빠져든 서점대상 수상작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던 책이다. 책을 처음 봤을때 빛의 방향에 따라 바뀌는 표지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25년을 함께한 부인과 임신하여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을 두고있는 쉰살의 가장. 사에키에게 어느 날부터인가 나타난 불면증과 건망증. 큰맘 먹고 대학병원을 방문한 그에게 의사는 간단한 지능 검사를 실시하고, 그는 자신이 약년성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알츠하이머와 싸워가는 7개월을 그린 감동의 이야기.
사실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활자와 영상 문화를 불문하고 이전부터 많이 다뤄져왔기 때문인지 식상함에 큰 재미를 얻지는 못했다. 감동적인 것은 언제 접해도 매한가지라 평작 정도의 재미로 다가온 책이지만 2005년 일본 서점대상 2위를 차지한 것 치고는 아쉽기도 했던 소설이다.
두려웠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 기억의 죽음은 육체의 죽음보다 구체적인 공포였다. 이번 CM 야외촬영 예정지에는 겨울에도 사루비아 꽃이 피어 있다ㅡ이전의 나였다면 흘려듣고 말았을 그런 사소한 사랑 하나까지도, 지금은 작은 얼룩 하나 남지 않도록 정성껏 먼지를 털고 닦아 소중히 간직해 두고 싶었다.
두려웠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사실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육체를 잃는 것보다 강력한 정신을 잃는, 인격을 파괴당하는 공포를 묘사하고 힘겨워하며 자살 충동까지 느끼지만, 곧 딸과, 딸이 낳은 손자와, 아내를 생각하며 병과 싸워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알츠하이머가 서서히 진행되는 모습과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너무 세세하게 묘사하여 책을 모두 읽고는 나 자신도 언젠가는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것이 걱정되었을 정도였다. 전반부에 비해서 후반부의 이야기에 큰 재미를 얻었다. 병증이 심해진 사에키가 모든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마치 희망을 놓치 않으면서도 마치 해탈한 듯이 살아가는 모습이 짠한 감동을 자아낸다. 결말 역시 뻔하게 마무리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와는 다른 주인공 사에키를 맞이하는 아내의 모습으로 끝나는 소설은 역시 감동적이었음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