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독서에 격조했던 이유는 바로 이 책 때문이었다. 20세기 문학의 가장 아름다운 스캔들, 위험한 사랑 혹은 광기를 그려낸 에로티시즘 혹은 포르노그래피. '로리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대표작. 롤리타(Lolita).


 단순히 장르적인 재미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작가의 표현력과 묘사, 그리고 언어유희를 기대하고 구매해 읽었으나 읽다보니 생각보다 어렵고 난해한 내용에 평소와 같은 속독을 포기하고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탐독해서 읽어나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팬들과 연구자들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대표작인 롤리타를 일컬어 '언어에 대한 연정의 기록'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그 특유의 '언어 유희'를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다. 왜 그러했냐 하면, 바로 이 책의 원어는 영어이기 때문에, 그 언어 유희를 이해하기 위하여 한 페이지에서 다섯개씩 달린 별표(주석)을 찾아 맨 뒤의 주석 페이지를 찾아 넘기고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몰입도만 낮아졌을 뿐 언어 유희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엄청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위에서는 '장르적 재미를 기대한 것과 다르게 난해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고 읽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를 '광인'이라 표현하는 험버트 험버트가 운명의 그녀, 위대한 영혼. 롤리타를 만나 여행을 떠나는 과정은 대단히 흥미진진하다. 그녀를 만나, 그녀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추잡한 용어하는 한 글자도 나오지 않음에도 어떻게 이렇게 에로틱할 수 있을까... 작가 특유의 그 표현력과 장문에 걸친 묘사, 에로틱한 문장을 그려내는 포에틱한 표현이 훌륭하다.


 하지만 글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읽는 재미는 줄어들고, 갑작스럽게 난해해진다. 그 난해함을 이해하기 위해서 천천히 탐독해 나갔으나 거짓으로라도 이 책을 이해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비평가에게 '끔찍한 소설'이라는 독설을 받던 소설이 왜 지금에 와서는 '세기의 문학작품'으로 평가받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그놈과 H. H.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H. H.가 그놈보다 두어 달이라도 오래 살기를 원했다. 그래야만 후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네가 길이길이 살아남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들소와 천사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물감의 비밀을, 예언적인 소네트를,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떠올린다. 너와 내가 함께 불멸을 누리는 길은 이것뿐이구나, 나의 롤리타.


 험버트 험버트의 죄와 벌, 퀼티가 길티로 이어지는 은유적 표현이 담긴 마지막 결말을 읽고는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작가의 진의를 살짝 옅보고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이 '회고록'을 험버트 험버트가 적었음을 떠올렸다. 어쩌면 퀼티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이뤄낸 결말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험버트 험버트가 자신의 길티(Guilty)를 고백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결말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모든 것을 위하여 퀼티보다 험버트 험버트라는 등장 인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제서야 작중에서 계속해서 언급되던 '지금은'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 작품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멍청한 평임에는 틀림없었다.


 이 롤리타라는 책은 한번 읽는다고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몇번이고 다시 읽어봐야만 이 책 안에 담긴 철학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이 책의 심미적인 재미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있었지만, 갑자기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 후반부를 보건대 단순히 흥미 위주로 구매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책이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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