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2007년 제1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하고 그 직후 제53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경이적인 신인, 소네 케이스케(曾根圭介)의 코(鼻)라는 책에는 일본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코'라는 작품과 '폭락', '수난'이라는 세 편의 단편이 담겨있는 책이다. 말이 단편이지 사실 각 작품마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중편급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사실 이 책 코(鼻)를 잡게 된건 '코'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 최근에 정발된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藁にもすがる獣たち)이라는 작품을 구매해서 읽기 전 작가의 작풍이나 역량을 확인하고 싶어서 구매한 책이다.


 책을 펼쳐서 가장 먼저 실린 단편 '폭락'을 읽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폭락'의 시작은 대단히 평범하다. 유명 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던 엘리트 주인공은 평범하게 지하철을 탄다. 그리고 그 지하철에 한 노인이 탄다. 그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한 일그러짐을 느끼게 된다. 타고있던 승객들과 주인공을 술렁이며 앞서 다퉈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주려고 한다. 서로 도와주려는 현상은 지하철 뿐만 아니라 온갖 곳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곧 이유를 깨닫게 된다.


 '폭락'은 인간 한 명 한 명의 가치를 주식으로 매겨 '시장'이라는, '신'과 같은 존재에 의해 사회에서 불필요한 인간이라고 생각되면 퇴출당하는 냉혹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과 혈연을 맺고 있고, 어떤 선행을 베풀었고, 어떤 회사에 취직하고, 누구와 결혼했냐게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주식'이라는 일정한 수치로 갱신되어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엘리트'였던 주인공 유지는 자신의 주식을 올리기 위하여, '폭락'하여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형을 버리고, 약혼자를 버린다. 그리고 올라가는 자신의 주식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의 주식은 곧 하락하기 시작하여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술에 취했다가 깨어나니 건물 사이의 골목에 수갑으로 손이 묶여서 갇히게 된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두번째 단편 '수난' 역시 느낀 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작품이다. 


 마지막. 제1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코'는 앞 작품들에 비해 곰곰히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코'에서는 두가지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코가 큰 텐구는 최하층민으로, 반대로 코가 작은 돼지는 상류층으로 차별화된다. 텐구를 탄압하고 격리시키는 법률과 돼지들의 차별 대우 때문에 살기가 힘든 텐구들은 의사인 주인공의 집으로 찾아와 코를 성형해달라고 말한다. 이런 인종 차별을 그려내면서도 두가지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미스터리 소설과 같은 충격적인 마무리를 그려낸다.


 세 작품 모두 각각 성격과 작풍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세 작품 모두 각각 특이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괴기한 소재를 이용하여 공포를 안겨주는 '호러소설'이 아니라, 작가 자신만의 냉혹한 세계관을 창조하여 인간의 냉혹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며 내면의 공포를 이끌어내는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SF, 호러, 미스터리가 섞인 듯한 특이한 작품성을 보여주면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조금 과장되었더라도 현실과 별 다르지 않은 세계관을 느끼게 만듭니다.


 당장 이 소설 자체보다도 다음에 읽을 책이 더욱더 기대되는군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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