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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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누계 400만부 이상 팔리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책(오리콘 차트), 문고본 최초로 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되며 2012년 서점 대상 8위에 선정, 13년 1분기 드라마가 방영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 놀라울 정도로 좋은 성적을 기록해 정발되기 전부터 너무나 기대하고 있던 책인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이 드디어 정발되었습니다. 예약구매를 통해서 힘겹게 구매했네요.

 무엇보다도 감탄스러웠던 부분은 이 책이 라이트노벨과 일반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이미 멀티유즈를 통해 장르 소설 문화가 크게 번성하고 있어 내용적으로는 이미 일반소설과 라이트노벨이 크게 구분가지 않을 정도로 엔터테인먼트한 소설이 많이 출판되어 성공하고 있지만, 정작 양쪽의 경계선을 허물정도의 작품은 몇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은 라이트노벨 브랜드인 미디어웍스문고(メディアワークス文庫)에서 출판되었고, 표지 또한 캐릭터성을 살린 일러스트가 그려져있어 라이트노벨의 향기가 풍길 뿐만 아니라, 작가인 미카미 엔(三上延)은 거짓의 드라군(偽りのドラグーン) 등의 다양한 라이트노벨을 집필한 중견 라이트노벨 작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내용적으로는 힐링 미스터리, 또는 일상 미스터리에 가깝고, 일본이나 한국, 양쪽에서 모두 일반소설로 분류되어 있으며,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고 있다는 점이죠. 이렇듯, 이 작품은 라이트노벨 독자나 일반소설 독자. 양쪽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일본 소설계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는 책입니다. 작품이 크게 성공함에 따라 중견작가였던 미카미 엔(三上延)은 일약 스타작가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은 어릴 적 사건으로 활자공포증에 걸린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가 소심한 성격이지만 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성격이 바뀔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인. 시노카와 시오리코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활자공포증으로 인하여 책을 읽을 수 없는 다이스케는 그 만남으로 인하여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게 되고, 시오리코와 함께 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각 사건을 접하고 그 상황을 추리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시오리코는 전형적인 안락의자탐정의 모습을 보이지만, '소심한 안경미인'이라는 캐릭터성과 논리적인 추리를 통하여 독자에게 납득 가능한 설명을 보여주는 정통 추리의 요소보다 천재라는 말로는 어려울 정도로 진실을 꿰뚫어보는 허술한 추리 덕분인지,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 각 에피소드를 해결해가며 사건에 연관된 등장인물의 갈등이나 고민을 해결하고 그것으로 인해 독자에게 감동과 여운을 전해주는 힐링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힐링 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이렇게 잘 어울릴수가 없네요.

 제1장 나쓰메 소세키『소세키 전집·신서판』(이와나미쇼텐)
 제2장 고야마 기요시『이삭줍기·성 안데르센』(신초문고)
 제3장 비노그라도프. 쿠즈민『논리학 입문』(아오키문고)
 제4장 다자이 오사무『만년』(마나고야쇼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1권은 네 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의 시작에는 소설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만드는 일러스트-일반 라이트노벨에 담기는 일러스트라기보다 풍경화에 가깝다-와 함께 소재가 된 책의 배경을 설명해주어 어렵고 모르는 책들이 소재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고서당이라는 소재와 잘 어울리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유명세와는 다르게 초반의 재미는 그저 그렇다는 정도였습니다. 감동을 안겨준 장면도 있었지만 전형적인 힐링 소설이나 일상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풍겨 뻔한 진행과 그만큼이나 뻔한 결말에 평작이라는 인상 이외에는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갑자기 분위기가 돌변합니다. 속도감 있는 진행을 통해 독자를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스릴러 소설로 돌변하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특별히 추리라고 할만한 요소는 여전히 없었지만, 결국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 와중에 등장하는 다이스케와 시오리코 사이의 갈등에서 태어난 여운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다이스케의 사건을 풀어내는 1장으로 시작하여 시오리코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4장으로 마무리짓는 구성도 눈에 들어옵니다.

 전체적으로는 평탄한 내용이었지만, 인상적인 마무리 덕분인지 이 책 자체가 엄청나게 재미있었다는 느낌보다는 다음 권이 기대되는 소설이라는 게 솔직한 감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발랄한 감동을 안겨준 3장과 주인공들의 갈등에서 여운을 느끼게 만들어준 마지막 4장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PS. 라이트노벨과 일반소설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이라고 하니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만 니시오이신의 헛소리 시리즈도 오랜만에 생각나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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