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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6 - 마유즈미는 언제든지 무료하게 잠든다, NT Novel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이은주 옮김, kona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이전 권들과 퀄리티부터 다른 표지에 너무나 기대하고 있었던 책입니다. 눈알과 까마귀 깃털로 이루어진 날개와 머리장식, 그리고 양손에 든 붉은 눈알이 센스가 넘치는군요.
여우 이야기가 끝난 후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지만 특별히 큰 스토리라고 할 부분 없이 여느 때와 같은, 4개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단편집 느낌의 이야기 진행입니다. 큰 스토리 하나를 넘기고 중반에 접어든 B.A.D.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진도를 빼지 못하는 이야기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아쉬운 스토리를 커버하는 아야사토 케이시(綾里けいし) 특유의 감각적인 묘사가 감탄스럽습니다.
"그 감정은 자네의 깊은 내면에서 나오는 거다. 상대의 눈은 거울일 뿐이야."
눈을 찔러 사람을 죽이도 다니는 안구테러범 사건에 휘말리며 시작되는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오다기리와 마유는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상대의 진실 된 감정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트라우마가 생겨 욕망을 참을 수 없게 된 안구테러범, 죄책감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자신이 괴물로 보일까 두려워하며 음식을 삼키는 존재, 모든 것을 잃고 기다리기 위하여 모두를 죽이기 시작하는 사람. 그들 모두가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ㅡ결국 언제 어느 때든 무서운 건 사람의 마음이야."
가장 무서운 건 심연이 아니라 그것을 들여다보는 사람 그 자체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에 나는 말없이 수긍했다.
마유즈미와 함께 관여한 참혹한 사건. 거기에는 모두 사람들의 지나친 감정이 있었다.
B.A.D.에서는 이전부터 무서운 것은 괴이가 아니라 괴이를 만드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을 말하며 인간 내면의 공포를 묘사합니다. 4권 이전에는 다가오는 공포와 이늘, 그리고 타인이 시체가 되어가는 모습에 괴로워하던 오다기리는 이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마유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내가 지옥을 보았다고 세상 모두가 지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끝까지 사람을 믿을 것을 관철합니다. 그런 오다기리를 보며 "사람이 죽는 모습보다 발버둥 치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유쾌하게 웃습니다. 서로를 두려워하고, 비웃으면서도 신뢰와 애정을 느끼는 두 사람의 일종의 애증관계가 인상 깊습니다.
STORY 3.에서는 오랜만에 나나미와 아야, 유우스케가 등장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오다기리와 함께하는 이 콤비 자체가 유머러스한 것도 있지만 쩌리캐에서 구원받은 아야를 중심 소재로 삼아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마유즈미가 주축이 되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식으로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피와 공포가 난무하는 것도 아닌,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야가 사람의 모습을 찾아가는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시작은 절망적이었지만 점점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아야, 함께 등장하는 초등학생답지 않은, 어떤 의미로 보고 있으면 가장 무서운, 괴이할 정도로 성숙한 나나미가 마치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나, 외로움을 느끼는 유우스케가 전골을 먹고싶어하는 장면에서의 여운, 그리고 아야의 내면을 특유의 능력으로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는 오다기리가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입니다.
그래도 이 감정은 절 지탱해주고 당신을 지킬 힘이 되니까요.
ㅡ비록 이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STORY 4.에서는 거의 잊혀질 뻔하던 시라유키가 오랜만에 등장합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오다기리의 집에 쳐들어와 오다기리를 때려눕히고 열렬하고 직접적인 사랑 고백을 해옵니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에 쌓여있는 오다기리는 자신의 상태로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시라유키는 그렇더라도 그에 대한 사랑을 말합니다. 시라유키는 오다기리가 온전하게 구원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이후의 관계가 더욱 궁금하군요. 사실 시라유키는 단순히 팬서비스로 등장했다고 봐도 좋고 사건 자체에 큰 관련은 없었습니다. STORY 4.는 사건 자체의 결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의외의 반전과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보여줬네요.
이전 B.A.D.와 같이 평범하게 재미있었지만 역시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스토리의 진행이 너무나도 더디고 큰 흐름이나 포텐이 터지는 이야기가 없다는 부분이겠네요. 계속해서 단편 에피소드와 초콜릿 데이즈같은 외전격 이야기만 진행되니 말이죠. 앞으로 더욱 더 재미있는 B.A.D.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권이 기대되네요.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