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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절망노트(絶望ノ―ト), 밀실살인게임(密室殺人ゲ-ム)에 이어서 읽게 되는 우타노 쇼고(歌野晶午)의 대표작인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입니다. 언뜻 보면 순정 로맨스 소설처럼 보이는 표지와 제목이지만 2004년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4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주인공 나루세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여자를 우연히 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와 점점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 나루세. 동시에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뺑소니 사건의 진범을 찾는 일을 맡게 된 나루세는 다단계 회사의 보험사기에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이란...
"좋아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슴이 미어질 거야. 그런 상처는 쉽게 아물지도 않아. 그 사람이 사랑하는 여자라면 상처는 더 오래가겠지."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기엔 너무나 '본격 미스터리'답지 않은 글의 분위기에 당황했습니다. 나루세가 얼치기 탐정 역을 수행하며 다단계 회사를 염탐하고 진실을 파헤치기는 하지만 이 책의 반전 포인트가 사건에 맞춰져 있지 않아서인지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 로맨스가 살짝 섞인 뒷골목 조폭 스릴러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용 속으로 자세히 빨려들어가면 더욱 '본격 미스터리'에서 멀어집니다. 오히려 본격 미스터리보다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타노 쇼고(歌野晶午)는 '보험 사기', '보이스 피싱', '다단계'. 그리고 그것에서 이어지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내용을 통해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죄책감에 가득 차있는 등장 인물과 활발한 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서 이어지는 문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속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확실히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체'에 대해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의 진정한 반전 포인트에는 단서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나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속는 재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게 마무리합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郎)의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라는 작품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허세가 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주인공도 그렇지만 스릴러를 연상케 만드는 내용, 그리고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한 마무리가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와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기, 흙 혹은 먹이(煙か土か食い物)는 젊고 속도감 있는 에너지를 표현한 엔터테인먼트 소설, 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는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집중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부분이겠네요. 이 두 작품은 재미 또한 비슷한 수준입니다.
워낙 옛날 작품이라 그런지 반전에 속기는 했지만 놀랄 정도로 충격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나루세와 사쿠라의 사랑이나 유쾌한 글의 분위기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게 읽어 나갔지만 화려한 수상 경력에 기대한 것에 비하면 평작 수준의 소설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살육에 이르는 병(殺戮にいたる病)도 크게 재미있게 읽지 못했고, 절망노트(絶望ノ―ト)도 별로였고, 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葉櫻の季節に君を想うということ) 또한 유명세에 비하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군요. 아무래도 저는 후반의 반전에 힘을 담은 작품은 취향에 맞지 않는 듯 합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