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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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손에 든 책은 성석제 작가의 단 한 번의 연애라는 책입니다. 라이트노벨이나 미스테리 소설 등 엔터테인먼트나 장르 소설을 즐겨 읽는 저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순문학이라고 해봐야 마이조 오타로(舞城王太郞)의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好き好き大好き超愛してる) 정도밖에 읽지 않았던(이조차도 순문학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운 작품) 제게 성석제 작가는 새로운 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나를 이용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사랑을 누리기 위해. 안다. 나는 그게 좋다. 나 또한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얻기 때문이다. 편안하다. 이건 내가 원하고 원해 왔던 것이다. 언젠가 민현이 온전히 내게 돌아올 것임을 아는 한은.

생각해 보니. 내게 행복은 기억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할 줄 알았던 이야기는 대단히 감각적이고 장황한 묘사로 시작합니다. 고래가 나오는 꿈을 그려내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 흡입력으로 단숨에 독자를 글 속에 몰입시킵니다. '단 한 번의 연애'라는 제목과 표지 덕분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평쳐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어떤 면에서는 한 편의 스릴러를 즐기는 듯, 어떤 면에서는 한번의 서사시를 즐기는 듯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와 묘사 속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두 읽은 다음에는 '정말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여타 연애 소설처럼 주인공과 여주인공이 평범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닌, 다른 여자와 사귀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더라도 서로 운명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느끼게 만드는 복잡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젯밤 최고로 맛있는 건 바로 나였어야 했어. 나뿐이어야 했다고. 군대 건빵 안 먹인걸 다행으로 생각해."

 어릴 적부터 그녀만을 사랑하게 된 세길이 그녀를 한결같이 바라보며 일어나는 일들이 평범하지만 폭풍처럼 지나갑니다. 그녀와 헤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운명적으로 다시 재회하게 되고 그 운명적 재회가 만들어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놀라운 민현이라는 캐릭터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귀여운 세길이라는 주인공의 관계에 빠져들었습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왠지 모르게 유쾌하고 웃긴 두 사람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거길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뭔지 알아? 나는 내 아버지라는 사람. 용서할 수 없었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엄마를 때리고 엄마가 견디다 못해 도망치면 나까지 때렸어. 그래. 그 잘난 인간이, 고래를 잡을 때 맨 앞에서 작살포를 쏘던 잘난 사내가, 집에서는 제 아내와 하나뿐인 딸, 여자들한테도 고래잡이 노릇을 한 거야. 오. 그건 그래서는 안되는 거였어. 우린 고래가 아니야. 인간이라면 같은 인간에 대해 그런식으로 행동하면 안 돼. 우린 가족이었어."

 그렇다고 재미있기만 했던 소설이냐 하면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며 유명인의 서거나 시대를 뒤흔든 뉴스를 통하여 시대감을 만들어내고 그 시대 속에서 주인공인 세길이 사랑하는 그녀. 민현의 빠르고 구체적이면서도 명쾌한 사회 비판적 어조를 빌려 정치, 사회, 경제 비판과 지난 오십여 년 한국 현대사를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고래와 같은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들에게까지 가하는 폭력을 나타냅니다. 세길과 민현의 관계를 현대 사회의 시대상으로 승화시키기도 하고 그 과정을 만들기 위하여 가장 처음에 등장한 고래의 꿈부터 고래잡이의 딸, 마지막에는 '빅 피쉬'로까지 이어지며 민현의 상처 회복과 사회 정의 실형까지 이어지는 구성에 깜짝 놀랐습니다. 경제의 '악'이나 '정의'에 대해서느 조금 의견이 달랐지만 읽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고리타분한 한국 순문학의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빛나는 성석제 작가의 유머러스한 글 솜씨를 즐겨 읽었습니다. 세길과 민현의 관계에서는 유쾌함과 진정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고 한 여자를 구원하는 이야기에는 스릴과 감동이 담겨있었습니다.

 성석제 작가의 책에 갑자기 급 관심이 생기는군요.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출처 : http://tlqtown.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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