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초콜릿 데이즈 1 - NT Novel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이은주 옮김, kona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다음 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외전이라고 지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5권보다 먼저 출판된 B.A.D. 초콜릿 데이즈(チョコレ-トデイズ)를 구매해 읽었습니다. 4권까지의 여우 이야기에 관련된 단편 세 편이 들어있는 단편집입니다.

1. 내가 마유씨라고 부르는 이유

"당신은."
 비명 같은 소리가 새어나온다. 소리쳐서는 안 돼. 소리친 순간부터 나는 그녀에 대한 혐오감을 억누를 수 없게 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찔러 넣고 마구 쥐어뜯는다. 투두둑.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손톱이 피부에 상처를 입히는 아픔이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진다. 눈물이 흘러나와 멈추질 않는다.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보다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1권보다 이전의 이야기. 마유와 오다기리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을 다룹니다. 여기에서 '이전에 한번 와봤던 집'에 대한 떡밥을 놓치지 않고 풀어내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아직 이 비일상과 잔혹함에 익숙해지기 이전의 오다기리가 불안감에 떨며 걸음 하나 옮기기도 주저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습니다. 남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인간미 없는 마유즈미를 '괴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위험이 닥치가 그녀부터 감싸고 보는 오다기. 그리고 그런 오다기리를 보고 웃으며 "그렇지. 자네는 이런 인간이었지"라며 웃는 마유즈미. 이 두 사람의 일종의 애증관계가 보기 좋았습니다.

 시즈카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에 고통 받으면서도 살아가는 것을 택한 오다기리의 마지막 대사에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이전에는 이상한 이유로 오다기리를 규탄하는 이야기에 약간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었는데(특히 3권) 4권부터 호탕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2. 내가 선배를 사랑하게 된 비일상

정말로 괴이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보다 몇십 배나 무서운 일이었다.

 3권에서 '유우스케를 잘 따르는 후배'라는 말이 나와서 이야기를 잘 따라가지 못했었는데 이면에 이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2,3권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뻔했습니다. 솔직히 학교에서 7대 불가사의를 찾아다니면서 일어나는 이런 속임수는 이제 질립니다. 거기에 '유우스케를 잘 따르게 된 후배'가 예상보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라서 재미는 별로였습니다.

 B.A.D.에서 등장인물들의 비극은 주로 죄책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임신남 오다기리가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원하며 요령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면 통수남 유우스케는 죄책감을 느끼고 그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죽는 게 무서우니까 괴로워도 살아간다고 소리치며 눈 앞의 적을 야구 배트로 쳐부숩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보여도 유우스케의 분노는 그만큼 직설적이고 폭발적인데 이 단편에서는 그런 분노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다기리나 유우스케나 죄책감을 느낄만한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자신의 탓이라며 슬픔에 젖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여우가 태어난 날

다시 그 삶이 내 손으로 돌아왔다.

 4권의 마무리와 연결되어 아사토의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아사토가 아자카가 되지 못하는 장면은 이전에도 묘사되었지만 이번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어떻게 해서 아사토가 여우가 되었는지. 어떻게 삐뚤어져 광기에 물들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아자카를 낳기 위해서라면, 이늘력자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근친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마유즈미가의 일그러진 광기를 묘사한 게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아사토도 상당히 불쌍한 캐릭터인데 말이죠.

 B.A.D.는 이제야 제대로 안정권에 들어갔다는 느낌입니다. 글이든 일러스트든 말이죠. 사실 1권이나 3권을 읽었을 때에는 내심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4권으로 1기인 여우 이야기를 너무나 훌륭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kona의 일러스트도 3권까지만 하더라도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눈을 질끈 감고싶었는데 4권부터 시작되는 그 거친 일러스트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번 외전권의 후기에 실렸던 어린 아사토의 모습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휴... 커밍아웃 할 뻔했네. 이제 B.A.D.의 2기라고 할 수 있는 여우가 사라지고 난 이후의 이야기인 다음 권도 너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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