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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기고양이 1 - Novel Engine
가랑 지음, DS마일군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보르자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와 함께 구매한 노블엔진의 국내 라이트노벨인 가랑 작가의 <우리집 아기고양이>입니다. 우리집 아기고양이는 제3회 노블엔진 라이트노벨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발매 전부터 DS마일군의 고퀄 일러스트와 치유물은 연상하게 만드는 소재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품인데 읽어 본 바로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사고로 가족을 잃게 된 상처받은 소년. 사고 이후 소년에게 동물들은 다가와주지 않고 보자마자 험하게 달려들거나 짖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점점 상처가 깊어가는 도중에 그에게 다가왔던 길고양이가 새끼만 남기고 세상을 뜨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상처받은 주인공을 보듬는 길고양이와 그 길고양이가 남긴 새끼를 키워간다는 감정을 뒤흔드는 초반의 느낌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읽다보니 이건 잔잔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치유물이라기보다 단순한 모에물이었습니다. 평화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이야기에 영물, 혼벽 등 흔한 영적 소재가 들어가면서 고양이가 어린 소녀로 변하는 의인물이 되버립니다.
작가가 고양이를 실제로 키워본 적이 있었는지 초반 고양이 시절에는 세세하게 묘사되던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에 과거에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던 저도 가슴이 뭉게뭉게하고 중간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 생활백서'를 통하여 고양이 키우는 팁을 알려주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고양이가 소녀로 변하면서 귀여웠던 고양이는 다소 건방진 성격으로 변하고 소설의 분위기도 식상한 판타지 모에물이 되버렸습니다. 정작 서브컬쳐나 오타쿠 센스로 채색된 모에물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들이대는 히로인에게 주춤하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나 건방진 영물들... 차라리 별 굴곡이나 사건이 없더라도 치유물로 밀고나가는게 더 좋았을텐데요.
식상한 소재 뿐만 아니라 한 페이지 안에 어라? 헤에... 으으으... 으웃! 같은 유치한 감탄사가 자주 등장하는 필력 부족도 느껴졌고 어디서 본 듯한 스토리 자체도 다소 유치함이 느껴졌습니다.
책의 구성이나 퀄리티는 괜찮아서 기대했었는데 다소 아쉬운 소설이 되었습니다. 치유물로 생각하고 이 책을 구매하시려는 분이라면 조금 더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달 발매된 국내 라이트노벨을 구매하고 싶으시다면 보르자 작가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쪽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