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견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평면견(平面いぬ。)은 표제작인 평면견(平面いぬ。)을 비롯하여 이시노메(石ノ目), 하지메(はじめ), BLUE 총 네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이번에도 단편집이라니... 오츠이치(乙一) 작품은 왜 이렇게 단편이 많은지.


 평면견(平面いぬ。)은 사실 일본에서는 2000년 7월에 이시노메(石ノ目)를 타이틀로 하여 발매되었다가 2003년 6월에 평면견(平面いぬ。)을 타이틀로 한 문고판이 발매되었습니다. 국내 정발은 2009년 12월입니다.


<이시노메(石ノ目)>

가장 먼저 수록된 단편은 이시노메(石ノ目)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흔한 눈을 마주치면 돌이 되버린다는 신화의 일본판 '이시노메(石ノ目)'와 길을 잃게 되어 결국에는 거울을 손에 넣는 주인공. 그 흐름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부러 독자가 이야기를 예상하게 만들기 위한 작가의 테크닉이었습니다. 사실 결말은 어느정도 어렴풋이 예상했기 때문에 그리 큰 충격이나 반전은 없었지만 흔한 호러 소재속에 담긴 감수성 있는 문장과 분위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향수가 느껴져서 읽을만 했습니다.


<평면견(平面いぬ。)>

이 책에 실린 네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깊었던 표제작 평면견(平面いぬ。)입니다. 이전부터 오츠이치(乙一)의 글을 읽을때마다 호러 소재를 사용하지만 어두운 이야기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평면견(平面いぬ。) 역시 기이한 소재를 이용하지만 호러나 미스테리, 스릴러 요소는 조금도 없고 순수하게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 선물로 피부위에 귀여운 강아지를 새기게 된 소녀. 그 문신이 갑자기 움직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뤘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가족 모두가 암에 걸려 반년 밖에 살지 못하는 암담한 상황(이전에 가족에 소외감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할지라도)에서 피부 위를 움직이며 점이나 문신으로 그린 고기를 먹어 없애며 온 몸을 움직이는 평면견의 모습이 대단히 유쾌합니다. 문신으로 그린 고기를 먹고 뼈를 남겨놓는 장면은 웃겼습니다.ㅋㅋ 그리고 그 개를 키우며 깨닫게 되는 가족의 소중함이 좋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메(はじめ)>

주인공 코헤이와 친구 키조노. 그리고 그들이 어릴 적 잘못을 덮기 위하여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 하지메의 이야기입니다. 가상인물인 하지메가 주인공들의 눈 앞에서는 보이고 만져지기도 합니다. 단순한 환각이 아니라 하지메와 함께하는 일상을 세세하게 그리며 그녀가 사라지기까지 일어난 일들을 묘사합니다. 소소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읽을만 했습니다.


<BLUE>

신비한 천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움직이는 토이스토리같은 이야기입니다. 움직이는 인형이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느낌이 정말 토이스토리군요. 블루가 못생긴 외모때문에 심하게 다뤄지다가 사람들이 자는 시간에 스스로 자신의 몸을 빨래하는 장면 등은 씁쓸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어느정도 감동도 있었지만 노력대비 구원이 없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블루 지못미...


 지금까지 읽어봤던 오츠이치(乙一)의 단편집을 생각해보니 꽤 많이 읽었습니다. <GOTH>야 단편이라 부르기엔 뭐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고 <ZOO>는 몇편은 재미있었지만 표제작인 ZOO와 나머지가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베일>은 너무 신인 시절의 소설이라 그런지 풋풋함은 있었지만 미숙했다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집 중에서는 그나마 이 평면견(平面いぬ。)이 가장 재미있었네요. 이것도 범작이라는 느낌이지만 호러, 스릴러 소설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오츠이치(乙一)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울 것 같네요.


 슬슬 암흑동화(暗黑童話)같은 장편이 읽고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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