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암흑동화(暗黑童話)라는 책으로 감탄을 안겨줬던 오츠이치(乙一)의 초기작인 <베일(VEIL)>입니다. 이 베일은 일본에서는 <천제요호(天帝妖狐)>라는 이름으로 1998년 4월 슈에이사(集英社)에서 출판된 책입니다. 오츠이치(乙一)의 두번째 단행본인 만큼 신인 시절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일은 <천제요호(天帝妖狐)>라는 단편과 <A MASKED BALL>이라는 두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있는 얇은 책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표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천제요호(天帝妖狐)>는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분신사바'가 소재가 된 이야기입니다. 어릴적 분신사바를 통해 어떠한 어두운 존재와 계약하게 된 후 몸에 상처를 입을때마다 점점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남자의 참담한 심정과 어두운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주인공인 야기가 주변을 두려워하며 어둠 속에 잠겨가는 감수성 넘치는 글이 좋았습니다. 점점 몸을 잃어가는 야기와 그에게 손을 내밀어준 쿄코의 이야기는 좋았지만 마무리가 미약하다고 할까... 아쉬운 소설이었습니다. 신인다운 미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표제작인 <천제요호(天帝妖狐)>보다 그 후에 실린 <A MASKED BALL>이라는 단편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무거운 본격 미스테리가 아니라 센스있는 가벼운 미스테리라고 할까, 야마시타 타카미츠(山下貴光)의 <옥상미사일(屋上ミサイル)>이나 요네자와 호노부(米澤?信)의 <빙과(氷菓)>같은 일상 미스터리의 느낌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화장실 벽에 쓰여진 '낙서하지 말라'는 정자체의 존재감있는 낙서에 여러명의 학생들이 답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과 그 사건의 해결. 미스테리 소설이라기에는 허술한 이야기와 트릭이었지만 주인공과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화장실 벽에 낙서하며 대화해나가는 부분은 재미있었습니다. 신인 시절의 오츠이치(乙一)는 이런 글도 썼었군요. <ZOO>에 실린 단편 중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라는 작품의 센스와도 비슷합니다.


 본격적인 미스테리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느낌으로 써내려가는 오츠이치(乙一)만이 가능한 단편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신인 시절의 책이었던만큼 재미있다거나 훌륭한 소설은 아니었고 오히려 미숙한 점이 많이 드러났던 풋풋한 책이었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오츠이치(乙一)의 확고한 스타일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오츠이치(乙一) 작가의 애독자가 아니라면 크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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