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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1997년.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기시 유스케(貴志祐介)라는 작가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린, 국내 영화화까지 이루어낸 현대 호러 소설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검은 집(黑い家)>. 명성이야 익히 들어봤었고 이전부터 귀에 많이 들어왔었던 책이지만, 이전에 그의 유일한 시리즈물인 <방범탐정 에노모토 시리즈(防犯探偵・榎本シリーズ)>의 시작인 <유리망치(硝子のハンマ-)>가 생각보다 취향에 맞지 않는 추리 소설이었던지라 함께 구매했었던 이 <검은 집(黑い家)>을 읽는데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다.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소설. 시종 분위기를 압도하는 섬뜩한 캐릭터 설정, 절묘한 구성력과 복선의 묘미는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는 가운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게 한다. 강력한 공포, 일본 호러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읽은 후의 감상을 말하자면 <유리망치(硝子のハンマ-)>를 통해 섯불리 판단했었던 기시 유스케(貴志祐介)라는 작가에 대해 다시 인식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대단한 작품이라 평하겠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감각적으로 표현했고, 생명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신지'라는 화자를 내세워 인간의 죽음을 독자에게 다이렉트하게 전달했다. 호러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액션 장면을 통해 독자를 몰입시키는 스릴있는 전개. 보험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탄탄한 이야기. 거기에 더해 등장 인물들이 과거에 가지고 있던 상처를 사건을 통해 해소 시키며 현대인의 염세주의를 비판하는 구성과 여운이 남는 결말이 훌륭하다. 출판된지 15년이 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소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세련된 책이었다. 한참 세월이 지나도 명작으로 남아있을 법한 소설이다. 최근에 와서는 그리 충격적인 소재도 아니지만 90년대에 이런 작품을 냈다는게 놀랍고 그 탄탄한 구성은 영화 이상으로 독자를 몰입시키게 만든다.
<유리망치(硝子のハンマ-)>라는 추리 소설이 사건에 대한 논리적인 해결을 위해 사건을 파고들고 파고드는 이야기로 밋밋함과 지루함을 안겨줬던 반면, 인간의 심리와 싸이코패스에 대해 이야기한 <검은 집(黑い家)>은 높은 몰입도와 큰 재미를 안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