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는 이 책 <고백(告白)>의 모티브가 된 단편인 <성직자(聖職者)>를  발표하여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가로서 데뷔하였다. 그녀의 첫 단행본인 <고백(告白)>은 해바라기가 깔끔하게 그려져 있는 하얀 표지에 고백이라는 제목. 얼핏 보면 사랑 이야기라고 해도 믿을만한 책 속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열세 살 살인자, 그보다 더 어린 희생자….”
허물어진 현대의 상식을 차가운 시선으로 담아낸 2009년 서점 대상 수상작!

2009년 서점대상을 비롯하여 제29회 소설추리 신인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으로 2008년 일본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작품. 형사적 처벌 대상이 아닌 열세 살 중학생들이 벌인 계획적인 살인사건.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고백을 던지고 범인인 학생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 가혹한 복수를 실행하는 담임 선생님. 너무나도 충격적인 내용에 출간 즉시 독자들의 열띤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고, 너무나도 강렬한 흡인력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 미나토 가나에는 소설의 중심을 철저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와 가족들. 한동안은 슬픔을 나누었지만 어느덧 조금씩 잊어버리거나 그 자체를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게 되어버리는 주변 사람들. 어떤 의미에서든 범죄를 저지르기 전과는 결코 같은 삶을 살 수 없게 변해버린 가해자. 충격을 밖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마저 훼손당하는 가해자의 가족들…. 하나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흔이 새겨지고, 그들의 삶이 영구히 바뀌어가는 이 모든 과정을 작가는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잔혹하리만치 집요하게 묘사한다.

 <성직자(聖職者)>라는 첫 화에서는 담임선생이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자신의 딸이 반 학생에게 상해당한 사건을 담담하게 말해나간다. 분노하지도 않고, 질책하지도 않고 그거 담담하게, 학생들에게 설명조로 친절하게 말해나가는 말 그대로 세상 그 무엇보다 차가운 고백-. 그 이후 계속해서 이어지는 편에서는 <성직자(聖職者)>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각각의 화자가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 해 나간다. 담임 선생의 딸이 반의 학생에게 살해당한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담담한 어조로 설명하는 각 편이 진행될수록 붕괴해가는 이야기와 반전, 그리고 결국에 완성되는 복수의 결정체가 놀랍도록 섬뜩하다.
 얼마 전 읽었었던 아비코 타케마루(我孫子武丸)의 <살육에 이르는 병(殺戮にいたる病)>이 피가 난자하는 싸이코패스 살육을 직접적으로 묘사해 잔인함을 안겨줬던 것에 비해 미나토 카나에(湊かなえ)의 <고백(告白)>은 겉으로는 담담하게 이야기 해 나가지만 가면 갈수록 점점 일그러져가는 이야기로 심리적인 충격을 안겨준다. 거기에 더해 미성년 범죄에 대한 안일한 대응의 법률을 비판하는 사회풍자까지 담겨있다.
 <성직자(聖職者)>라는 단편 이후 뒷이야기를 추가하여 책으로 낸 작품이기 때문에 앞이야기와 뒷이야기가 모순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런 것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각 편마다 한명의 화자가 이야기 해 나간다는 신선한 방식과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필력, 섬뜩한 이야기는 놀랍다. 여류 작가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아니 어쩌면 여성 심리이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놀랍도록 취향에 맞는 책. 한 사건을 추리하고 논리적으로 파고들어 해결한 유리망치(硝子のハンマ-)같은 추리 소설이나 연쇄 살인사건을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묘사한 <살육에 이르는 병(殺戮にいたる病)>보다도 점점 일그러져 나가는 이야기와 반전으로 충격을 안겨주는 세상 그 무엇보다 차가운 <고백(告白)>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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