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시 유스케(貴志祐介)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 등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모던 호러 작가이다. 그의 소설 중 하나인 <검은 집(黑い家)>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기시 유스케의 최신작인 <자물쇠가 잠긴 방(鍵のかかった部屋)>이 정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유리망치 - 도깨비불의 집 - 자물쇠가 잠긴 방으로 이어지는 <방범탐정 에노모토 시리즈(防犯探偵·?本シリ?ズ)>에 흥미가 생겨서 읽게 된것이 바로 <유리망치(硝子のハンマ-)>라는 책이다.


 고층빌딩 최상층, 이중강화유리로 된 유리창, 적외선 센서와 고성능 감시카메라, 그리고 비밀번호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엘리베이터, 이중,삼중의 철문, 복도에서 지키고 있는 세 명의 비서. 옥상으로부터도, 창문으로부터도, 천장이나 배기구로부터도, 계단으로부터도, 또한 복도로부터도 침입할 수 없는 완벽한 밀실.


 연말의 일요일 대낮 1시경, 유리창닦이 청년이 창을 닦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어느 사무실에서 한 사람이 타살된 채 쓰러져 있는 것이다. 범행은 그가 목격하기 바로 직전에 벌어졌다. 피해자는 주식 상장을 앞두고 출근한 간병회사의 사장.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어느 누구도 출입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장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직접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살해되었다. 이것이 가능할까?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불가능 살인이 바로 독자들 코앞에서 벌어진다! 21세기형 극초정밀 밀실트릭과 함께 펼쳐지는, 가슴을 아리게 하는 한 외로운 영혼의 숨 가쁜 이야기.


 최근 많이 읽게 된 추리 미스테리 소설등을 통해 내 취향이 추리소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고나니 내 취향은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만 깨닫게 되었다.

 회사의 밀실에서 죽게 된 사장과 그 사장을 죽인 범인을 쫓아 밀실 미스테리를 푸는 방범 컨설턴트 에노모토 케이와 변호사 아오토 준코의 이야기. 결국 범인이 저지른 밀실 미스테리를 풀고 그 밀실 살인을 저지르게 된 범인의 사정까지 모두 읽은 후 책을 덮었으나 놀라울 정도로 감흥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불가능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모든 비밀이 풀린 후의 놀라움도, 소름돋는 전개도 느껴지지 않았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글을 못쓴것 같지는 않은데 재미없고 지루함과 따분함만 느끼게 된 책을 취향과 다르다는 것을 제외한 어떤 말로 표현이 가능할까?

 방범 컨설턴트라는, 다른 탐정들과 다르게 속물이고 보석등에 집착하며 시니컬한 에노모토 케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와 밀고 당기기를 줄다리기하며 천연의 매력을 뽐내는 똑똑한 변호사 아오토 준코라는 주인공 콤비만큼은 재미있었다.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며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며 다가가는 두 사람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너무나 취향과 다른 책인지라 어떻게 추천도, 비평도 불가능했다.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의 취향을 다시 깨닫게 되었는데 나는 본격적인 트릭을 이용한 논리적인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트릭이나 해결 방법은 미숙하더라도 뿌리깊은 인간의 증오와 싸이코로지컬한 심리를 다루고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기괴하고 일그러진 이야기를 좋아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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