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 진화인류학자, 사랑의 스펙트럼을 탐구하다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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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쾌한 정의를 내리긴 쉽지 않다.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자 탐구 대상이다. 그럼 과학자들이 밝힌 사랑은 어떨까? 어려우면 어쩌나 했는데 기본적으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고,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니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사랑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고 뇌의 영역이다. 가슴에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날리지 말라! 마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갑자기 이과생이 된 기분! 사랑은 옥시토신, 도파민, 메타엔도르핀 등 신경화학물질의 작용이다. 호르몬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보면 바람둥이는 바람둥이 유전자를 타고난 거다. COMT 유전자가 메티오닌 버전인 사람은 도파민 농도가 짙다. 도파민은 의욕과 활기를 불어넣고 실행에 옮기도록 만드는 호르몬이다. 바람둥이는 그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물이 답이다.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본 부분은 '선택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생물학적 가족은 경제적 지원과 교육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반면, 선택한 가족은 정서적, 지적 지지와 조언을 준다. 정서적 지지와 조언, 우리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부모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4장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이들면서 친구가 더 절실하다. 친구를 통해 자유와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정은 동종애의 개념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친구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 전혀 근거없는 말이 아니었다.

p.122
우정이 일곱 가지 기둥으로 구성되며 이 기둥이 많을수록 우정이 돈독해지고 서로에 대한 사랑도 커진다고 설명한다. 일곱 가지 기둥이란 언어, 성장한 장소, 교육 과정, 취미 또는 관심사, 음악 취향, 유머 감각, 세계관이다.

사랑이 생존을 위한 욕구이든 신경화학물질의 작용이든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사랑으로 더 나은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것만으로도 사랑을 하기에 충분한 이유다.

이 책은 사랑의 본질보다는 인류학자로서 인간을 관찰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다. 사랑의 의미를 축소해 정의하지 않고 과학적, 사회적 관점으로 답을 더 확장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사랑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면 이 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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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에 없었다
안드레아 바츠 지음, 이나경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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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단짝 친구와 떠난 여행이 핏빛으로 물들다. 한 번이라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두 번이라면 과연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캄보디아 여행에 이어 칠레 여행에서도 살인 사건에 연루된다. 성폭행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하지만 그들은 신고하는 대신 은닉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에밀리는 힘들어하며 심리치료를 받는 데 비해 크리스틴은 너무나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간다. 심지어 장기여행을 계획하며 에밀리를 조르는데, 에밀리는 그 여행이 왠지 꺼려진다. 여행이 유혈 사태로 끝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일까~

칠레에서 묻은 시신이 발견되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는데, 과연 이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에밀리는 뒤늦은 죄책감과 후회가 밀려오고, 한편 크리스틴이 숨긴 비밀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p.257
크리스틴이 의도했든 안 했든 날 통제하고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노백 호수에서 분명히 뭔가가 내 위험 감지 본능을 건드렸다. 친구를 신뢰해도 될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에밀리는 정말 크리스틴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걸까? 에밀리는 자신과 애인을 지켜낼 수 있을까? 크리스틴을 둘러싼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계속되는 의문을 풀어가며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구성도 좋았고, 섬세한 두 여성의 심리묘사에도 공감이 갔다. 최근 관심 가졌던 가스라이팅 문제를 거론하여 깊이를 더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읽는 내내 나름대로 영상을 그려가며 읽었는데,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확정된 작품이다. 역시 이런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놓칠 리가 없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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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말순 채소법 : 도시락 조말순 채소법
김지나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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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제목이 조말순 채소법이라 언뜻 보고 저자가 조말순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자는 김지나, 그럼 조말순은 누굴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표지를 넘기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조말순 여사는 손맛 좋은 저자의 어머니다. 결국 이 책은 어머니의 레시피에서 영향을 받은 셈이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같지 않을까. 즉,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비건을 위한 요리책은 아니다. 단지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한 쉽고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책이다.

특정한 날을 제외하곤 도시락 쌀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도시락을 위한 레시피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나혼자 점심을 먹을 때 제대로 차려먹는 주부가 얼마나 될까. 이 레시피를 보는 순간 일주일에 한 번쯤은 나를 위해 보기에도 예쁜 도시락을 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제적으로 간이 싱거운 편이라는 것도 맘에 드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레시피대로 만들어보고, 거듭하면서 내 취향에 따라 재료에 따라 조금씩 변형해보면 좋을 듯하다. 채소나 과일로만 된 비건 도시락도 있고, 고기와 어우러진 도시락 레시피도 있다.

샌드위치 레시피가 4종류 소개되어 있는데 재료나 소스가 색다르다. 샌드위치에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우엉를 넣는다거나, 캐슈미소소스나 퀴노아무스를 사용한다. 색다른 샌드위치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팁이 될 것 같다.

다가올 계절에 어울릴만한 따뜻한 수프나 그라탱 레시피에도 눈길이 간다. 제철 재료가 들어간 레시피를 찾아 하나씩 만들어 먹으면 몸도 마음도 따스해지리라 믿는다. 또한 겨울에 채소가 가득한 식단이 부족해지기 쉽다. 이 책에 들어간 레시피를 참고하면 겨울에도 다양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음식에 익숙하다. 달고 짜고 맵지 않으면 맛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레시피가 어쩌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올바른 식습관을 들이려면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가뿐한 몸을 원한다면 이 레시피에 주목해보자. 채소가 밋밋하다는 선입견을 버리자.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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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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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신작이 나왔다. 스티븐 킹은 참 부지런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작품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의 제왕이란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스티븐 킹인데 왜 안 읽어?

'나중에'는 추리와 스릴러를 맛깔나게 버무린 성장소설이다. 죽은 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설정으로 읽기 전부터 이미 기대감과 호기심을 잔뜩 부풀린다.

화자가 중간중간 독자에게 말을 거는데 이것 역시 재미 포인트다. 잘 따라오고 있냐는 스티븐 킹의 장난 섞인 배려 같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스티븐 킹은 공포물이라고 우겨대지만, 오히려 버켓 교수와의 관계에서 아빠 없이 자란 제이미가 우정 이상의 부성애를 느끼는 부분은 따스하기까지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위기에 내몰린 어른들이다. 파산을 목전에 둔 엄마, 불법에 가담하는 경찰 리즈, 폭탄테러범 텀퍼. 어른들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바라보는 사람조차 부끄럽게 한다.

조마조마한 사건들이 이어지고 제이미의 능력으로 하나둘 해결해 나간다. 왜 어른들은 자신의 일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까? 위험천만한 사건에 아이를 끌어들이는 일에 서슴지 않는다는 데 경악했다.

닥친 위기들을 모두 해결해서 안도하는 순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충격 고백을 듣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한 방이구나! 싶은 순간이다. 그걸 또 감당해야 하는 제이미가 안쓰러웠다. 끝까지 어른들이란...

p.15
인생이 선택에 달렸고 우리가 택한 길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건 순 헛소리다.

?p.21
죽은 이들은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 당시 여섯 살이던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때는 산 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 어른이면 다 진실만 말하겠거니 생각했다.

?p.27
그쯤 되면 눈치를 챘을 법도 한데 대개 그렇듯 어른이 되면 뭔갈 오롯이 믿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p.180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를 입 다물게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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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하고 고결한 밤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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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글릭의 시집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2014년에 출간된 작품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노벨문학상까지 유명한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쓴 작가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낯선 이름이었다.

시는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힘들다. 특히 외국어로 쓰여진 시는 더 그렇다. 그 언어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으로 읽는 데도 한계가 있고 번역을 읽어봐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루이즈 글릭은 처음이고 영시가 쉽지는 않지만 2020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하니 호기심이 가득했다. 호기롭게 그의 시집을 받아들었지만 역시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야생 붓꽃,아베르노와 다르게 이 작품집은 마치 에세이나 일기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장시 형식이며 2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여전히 죽음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루이즈 글릭의 생애를 알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상실과 죽음이 혼재된 삶 속에서 거식증과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 고통스런 기억을 마주하며 화해와 애도를 통해 치유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작품 해설 중 일부>

이 시집은 전형적인 운율이나 리듬 없이 산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쉬운 단어로 쓰여져 있어 비교적 술술 잘 읽힌다. 그런데 내표된 의미는 훨씬 심오해진 느낌이다. 여기서 역자의 고민도 전해진다. 영어의 리듬을 우리말로 최대한 비슷하게 옮기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신실하고 고결한 밤은 여러 명의 화자로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삶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여러 질문에 답을 한다. 시인의 연륜이 묻어나는 원숙미가 느껴지는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 지난 기억들과 만나는 경험도 하게 된다

p.70
나의 날들이 얼마나 공허한지 생각해 보라고,
또 끝이 보이는 시간에 대해서도,
또 내 성취의 무의미함에 대해서도,

시에서 인생에 대한 허무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결코 그것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루이즈 글릭의 시를 읽으면서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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