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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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미술관을 가도 재빠르게 입장하지 않고 외관부터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순간 건축도 예술작품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도자기 하나 빚는데도 예술혼을 불어넣는데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어질 리가 없다.

구마 겐고가 말하는 건축은 어떤 의미일까. ‘건축은 탑이다, 굴이다, 다리다’ 등 많은 정의가 있지만 그는 다리,라는 표현을 맘에 들어했다. 건축은 반드시 다리처럼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p.65
대숲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거리와는 당연히 다르고 일반적인 숲과도 전혀 다른 종류의 빛과 소리와 냄새가 가득했다. 오솔길이 없다는 점도 더욱 마음에 들었다.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자주 사용하는 것은 어릴 적 체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런데 대나무를 건축 재료로 보기 보다는 거기에 대숲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독 맘을 끄는 대목이다. 건축이 자연의 일부로 스미는 일!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일, 그가 추구하는 건축의 방식이다.

p.86
건축을 할 때 틈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건축을 구성하는 입자 사이의 틈새를 통하여 빛이나 바람이나 냄새가 들어온다. 틈새가 없으면 인간은 질식해버린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이 아니다. 일반인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어찌보면 건축은 사람의 생각•마음을 담은 작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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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2호 적의 적은 내 친구인가? : 네 편 혹은 내 편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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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에서 출간한 지식교양잡지를 만났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역사학자, 심리학자, 미디어학자, 뇌과학자, 사회학자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매거진 G는 ‘적’, ‘친구’, ‘편 가르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적과 친구는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가까워지게 하기도 하고 멀어지게 하기도 할까. 편은 왜 나뉘고 또 어떻게 나뉠까. 네 편과 내 편의 공존은 가능한 것일까. 네 편 내 편의 경계를 다양한 시선으로 묻고 함께 탐구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여섯 가지 책갈피 안에도 여섯 가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성과 통일성을 한꺼번에 잡은 게 이 잡지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세부 디자인이 섬세하게 나눠져 있어 한 권이지만 책 속에 또다른 책을 읽듯이 여러 느낌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좀 주의깊게 읽은 것은 국어학자가 쓴 부분인데, 우리말에 적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었다는 것이다. 벗과 동무는 있되 이에 맞서는 고유한 우리말이 없다. 또한 삼인칭도 본래 없었다. 눈앞에 있지 않은 이들까지 굳이 편 가르기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듣고보고 어느 순간부터 나와 남을 구분하며 편 가르기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적이란 단어가 굳이 없어도 됐던 그 시절이 진짜 천국이지 않을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다양한 형태의 기법으로 그 질문들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물론 사진에세이, 소설,에세이까지 만날 수 있으니 오감만족 교양잡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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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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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 공구 큐레이션 ‘공구로운 생활’ 의 CEO다. 원래는 창업 관련 일을 했었는데 아버지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물려 받게 된 것이다. 이 업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술자에 대한 인식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이 책은 공구상, 기술자들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고 그들의 자부심을 알리고 싶어서 쓰게 됐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처음에 책 제목을 봤을 땐 공구에 대한 이야기라니 내가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일었다. 그러나 이내 낯선 분야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공구는 몇 가지 다룰 수는 있지만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부딪히게 될지 모른다. 아는 게 힘이란 생각으로 기술 과목 대하듯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공구 상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공구 상가에 가본 적이 있다. 몇 가지 공구를 사기 위해 공구 상가까지 갔다니 이 알뜰함이란... 암튼 공구 상가는 공장단지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필요한 제품이 적재적소적시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근처에서 항상 출하 가능한 상태로 대기 중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공구상으로서 어떤 일을 주로 하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공구상은 제품의 종류, 브랜드를 알려주는 큐레이터와 같다고 한다. 기술자가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고 추천해주는 사람이고 어떤 작업에 사용할 것인지 귀 기울이고 상황에 맞는 용품과 브랜드를 추천한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교 역할을 해준다. 공구 제조업체들은 생산에 최적화된 기업이지 유통이나 마케팅에는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1부에서는 개인사와 공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면 2부에서는 공구 사용설명서로 다양한 공구에 대해 실용적인 정보를 담았다. 부록 <취급주의>에서는 소비자가 보다 안전하고 즐겁게 공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팁을 실었다. 잘못된 공구 사용으로 인한 사고 사례, 공구 사용 후 잡자재 처리법, 캠핑 등 야외 활동에 필요한 차량 보관용 필수 공구 등 슬기로운 공구 생활을 위한 정보가 가득하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가업을 잇기 위해 본인이 쌓아온 나름의 커리어를 버리고 공구상이 된 심정을 토로했다.가업을 잇는다는 것 자체가 그의 인생에 있어 맞는 방향인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한다. 때론 포기하고 싶은 맘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그러나 현재는 충분히 역량도 쌓고 새로운 생태계를 꾸미고 있는 중이다. 떳떳하게 대우받는 공구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응원하는 맘이 절로 든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애호 생활 에세이 브랜드 ‘라이킷(Lik-it)’의 아홉 번째 책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이번 책은 공구상의 삶의 현장의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유용한 내용이 많이 들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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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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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방송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경험에서 우러난 글들이 무엇보다 편안하게 다가오고 마음에 새길 만한 문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좋았고 무심코 던지는 말들, 인용 문구에서 위로를 받는다. 이 책은 힘든 시기를 거치며 견뎌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힐링 에세이다.

아이가 들려준 동요에서
영화 대사에서
누군가의 인터뷰에서
시상식 인사에서
책 속 문구에서
우린 때때로 위로를 받고 힘도 얻는다.

“넘버원이 아니어도 돼.
넘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온리원이니까.”
<영화 지상의 별처럼 중에서>

우리 모두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디는 중이다. 또한 개개인마다 모두 어려운 시간이 있었을 테고, 지금 지나치고 있는 중일 수도 있겠다. 우린 이 책을 통해 위로가 되는 글을 만나고 그녀의 이야기에서 공감하며 알게 모르게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말의 힘이란 이런 것이리라. 이 책을 통해 견디는 힘이 되어 줄 말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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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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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쓴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단편소설을 월간 내로라를 통해 만났다.

월간 내로라 시리즈는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들을 책 서두에 제시하고 시작한다.

이번 호의 질문은...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어떻게 견뎌냈나요?

현실 도피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도피처를 가지고 있나요?

이번 소설은 ‘상실’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달도 비극적인 이야기가 될 것인가,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잃어버린 아이, 꿈의 아이, 운명 같이 만난 아이... 세 명의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부부의 이야기다.

꽃길만 걸을 듯 행복한 부부,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데 20개월 됐을 때 병으로 잃게 된다. 엄마는 밤마다 꿈의 아이에 이끌려 바다를 헤매고 다니는데...

이 소설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맘이 아파왔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그러나 이 소설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 좋았다.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희망은 존재하는 법이고 덕분에 살아지는 법이다.

작가도 둘째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자전적 이야기가 어느 정도 들어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책 뒤쪽에 작가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온다. 작가를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작가 소개는 꼼꼼히 읽은 부분 중 하나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단편소설을 많이 썼는데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월간 내로라가 출간한 이번 호 <꿈의 아이>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원문이 함께 실려 있으니 원작의 뉘앙스와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다음 달 <영 굿맨 브라운>도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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