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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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차 사고를 다룬 소설이라 자칫 무거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죽음보다는 절절한 그리움에 더 초점을 맞춘 까닭이다.

이 소설은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연과 이별을 다루고 있는데 어느 순간 절묘하게 교차하며 극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열차 탈선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들. 어떤 이별이 안타깝지 않겠냐마는 그들에겐 못다한 말이 있었다. 아름다운 작별을 위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그들은 사고가 난 열차에 오를 수 있다는 기이한 소문을 듣게 된다. 그게 과연 사실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보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만나보픈 사람. 그런 사람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경험이 있다면 이 소설이 더 절절하게 와닿을 것이다.

왜 미리 말하지 못했을까? 마음속에서 꺼내지 못한 그 한마디! 소설을 읽느내내 아빠를 떠올렸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차마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끝내 가슴에 묻어둘 수밖에 없는 말들. 이 소설은 일깨워준다. 말을 아껴두지 말라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고.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만나고 싶어요.” 이 말이 자꾸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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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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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다음과 같은 통계가 포함되기도 한다. 전 세계 100만 부 판매, 스페인 아마존 스릴러 분야 1위, 40개국 출간!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가정하면 이것만큼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라고 하지만 내겐 낯선 이름이다. 그래서 띠지에 적힌 문구를 믿고 읽어보기로 했다. 이 소설은 3부작으로 되어 있다. [붉은 여왕]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 [화이트 킹]으로 이어진다.

첫 문장: 안토니아 스콧은 하루에 3분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몰입감이 대단했다. 의문의 여자, 여자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한 남자. 예상치 못한 그들의 정체는 곧 밝혀진다.

의문의 여자는 천재 비밀요원 안토니아 스콧이고, 안토니아를 밖으로 끌어낸 남자는 위기에 몰린 경찰이다. 그들에게 전설의 붉은 여왕 프로젝트가 주어지는데...

상류층을 겨냥한 납치와 살인, 범인은 부모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데 부모들은 어쩐 일인지 침묵하고 만다. 그 요구가 무엇이며 왜 거절하는지는 알 수 없다.

p.458
"스콧, 당신의 죄는 교만입니다. 다른 부모의 죄에 비하면 아주 작은 죄입니다. 따라서 벌도 더 적어야죠. 당신의 속죄 방법은 기다리는 겁니다."

영상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디테일하다. 아~ 이건 소설이 아니라 이 자체로 그냥 시나리오다. 영화화된다고 하던데 그럴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으면 누구든 영화로 만들고 싶어질 테니까.

빠른 전개도 이 소설의 큰 장점이다. 반전이 거듭되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이 소설만으로는 모든 걸 알 수 없다. 결국 [검은 늑대]와 [화이트 킹]까지 읽어야 뭔가 윤곽이 드러날 듯 하다.

스페인 스릴러 소설은 처음인데 명성에 걸맞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괜히 최고의 작품이라고 한 게 아니었다. 수사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흥미롭게 읽었고 뻔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본 서평은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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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 새로운 세상을 꿈꾼 25명의 20세기 한국사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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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살기 좋은 세상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분명 아닐 터. 거저 주어지는 건 없다. 누군가는 부조리에, 억압에, 불의에 맞서 싸웠다. 우리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한 사람들 말고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마 더 많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변화를 이끈 25명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가 말했듯 '아무렇게나 잊혀도 무방한 이름은 없다.' 모두 불러주고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자유와 평등, 여성 해방과 노동 해방,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등 추구하는 원칙은 달랐지만 그들에겐 투옥이나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삶의 원칙이 있었다. 그 삶의 가치를 위해 평생 노력했다는 것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이들의 이름을 한 번 불러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못했다고 그들의 발자취가 헛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p.8
이 책은 힘차게 도전하고 세상에 맞서 싸운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지만, '잊힌 존재'들이 '보통의 존재'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과 격려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상에 맞선 인물들이 나온다. 1931년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농성을 한 사람이 있다. 일제 강점기 여성 노동자 강주룡이다. 위태로운 고공농성은 사회적 약자들이 목숨을 걸고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투쟁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비로소 세상이 눈길을 보내고 귀를 기울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나온 배경도 흥미롭게 읽었다. 이 스토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이 있었다. 1896년 로제타 여사를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간 최연소,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귀국 후 의료 활동을 쉴새 없이 펼쳤는데 결국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결핵의 가장 큰 원인이 불결한 환경과 영양 불균형인데, 로제타 여사가 캠페인의 일환으로 1932년 크리스마스 결핵 씰을 만들었다. 판매대금은 결핵 환자 치료와 지원에 쓰였다. 학창 시절 의무적으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위안부 참상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분이 계신다. 매스컴을 통해 이미 알려진 분인데 김학순 할머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허스토리라는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한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걸 무릎쓰고 목소리를 낸 건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물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한국 근현대사도 자연스레 읽힌다. 20세기 한국사에 숨겨진 존재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데 의의가 있는 책이다.

본 서평은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역사에불꽃처럼맞선자들 #강부원 #믹스커피 #근현대사 #역사 #한국사 #한국인물사 #아홉시 #선구자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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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22.5 - No 76
(주)책(월간지) 편집부 지음 / (주)책(잡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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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월간 Chaeg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그림, 사진, 에세이, 드라마 대본,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시켜 다각도로 바라보게 구성되어 있다. 이달의 작가, 동화 꼬리잡기, 맛으로 만나는 책, 추천도서 등 문화와 예술까지 알차게 담아낸 종합 매거진이다.

2022년 5월 76호 테마는 '끼니 너머의 세계’다. 우리 사회에서 음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주목하고, 올바른 식문화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p.16
맛있는 먹거리에 온갖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던 우리의 숨겨진 이면은 이렇게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무심함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결국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에 큰 피해를 안깁니다.

최근 환경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이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건니즘과 채소 요리법에 대한 책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채식은 지구를 위한 친절한 삶의 방식이다.

이달의 토픽에서는 맛, 식감, 건강을 완전히 배제하고 음식을 논해 본다. 이 세 가지를 빼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특히 소설 '파친코' 속 민족의 정체성과 인간애를 드러낸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음식은 단순한 끼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왜 과식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그에 대한 대답도 얻을 수 있다. 매혹적인 음식들에는 '가공'된 맛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정제된 탄수화물과 당, 합성된 맛과 향 등 가공된 재료가 사용된다. 이는 반응과 선호도의 강도를 높여 중독에 이르게 한다.

그렇다면 음식 중독이 없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궁금해진다. '맛의 배신'에서 언급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공통점은 '생채소'다. 맛의 중독에서 벗어나야 과식을 막을 수 있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 다양한 책도 추천되어 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탄생한 음식들을 다룬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과 식탐이 늘어나는 원인을 파헤친 '맛의 배신'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번 호는 주부로서 특히 관심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어딘가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채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워 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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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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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사기 중고상점이 있다. 개업한 지 2년째, 매출도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늘 물건을 비싼 가격에 매입해 오는 히구라시 때문이기도 한 듯.

히구라시와 가사사기 두 남자가 동업중인데, 애당초 직업 선택이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본업은 중고매매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들이 본업보다 더 열중하는 일이 있다.

중고 물품 매매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이 소설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걸친 네 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사건사고도 귀여운 수준이지만 말이다.

이들은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마치 탐정이라도 되는냥 어설픈 추리가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숨겨진 훈훈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쯤되면 수상한 중고상점이란 이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오 슈스케는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장 유효한 시스템이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작품에 미스터리한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이 소설 역시 그런 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지만 무겁거나 비장한 종류는 아니다. 오히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다. 힐링드라마 같은 스토리에 미스터리까지 가미되었으니 재미는 보장된 셈이다.

p.143
"인간은 매일매일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동경하며 구부러지는 법입니다. 누구든지 그래요. 그렇게 흐르는 동안은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죠. 제 생각에 구부러진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p.145
아쉽다는 것은 분명 잊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소중히 하겠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언젠가 추억에서 꺼내서 자신의 힘으로 삼기 위해,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겠다는 뜻이리라.

p.271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나는 사진을 바라보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본 서평은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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