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별의 비가
유키 신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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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소설들을 찾아내 우리에게 선보이는 출판사에게 고마운 맘을 갖곤 하는데 이 소설도 그 범주에 속한다.

제목과 표지만 언뜻 보고 로맨스 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표지를 꼼꼼하게 살폈다면 신초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란 걸 미리 알았을 텐데. 기대 없이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억'을 사고파는 기묘한 가게에서 일하는 겐타와 료헤이가 있다. 그들은 가게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탐정 일도 시작한다. 우연히 노래하는 히토미를 만나면서 어떤 사건에 얽히게 되고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줄거리야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저그런 소설이 아니다. 끝까지 미스터리한 요소를 놓치지 않고 누군가를 추적해 나가지만 '기억'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담고 있다.

불쾌한 기억은 치워버릴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기억은 살 수 있다. 원하는 대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의 핵심적인 정보는 무엇일까? 생년월일? 혈액형? 이름?

p.91
"가장 핵심적인 개인정보는 각각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다."

p.119
"사람이 뭔가를 기억한다는 작업은, 요컨대 정보의 우열을 가린다는 거야."

사람들은 저항감 없이 기억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내 모든 기억을 판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나일까?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을 잃는다면 내가 아니게 되는 걸까?

트라우마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런 기억을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을 내고 고뇌에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것은 나약한 짓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고통을 짊어진 채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아픔이라고.

아무리 아파도 '잊으면 안 되는 과거'나 '뭔가를 짊어질 각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 아픔이 싸우고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끊임 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에 마냥 재밌게만 읽을 수는 없는 작품이다. 이 책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더 풍성한 감상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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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아이패드 드로잉의 모든 것
최미경(ENSEE)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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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언제부터인가 친구의 인스타그램에 그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채화인지 유화인지 궁금해 물어봤는데 아이패드로 그린 그림이란다.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봤을 뿐 따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림에 서툰 사람도 과연 노력하면 그림다운 그림이 나올까 의문도 생겼다.

관심은 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역시 자심감이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화가가 될 것도 아닌데 뭐 굳이 자신감까지 필요한가 싶다. 디지털 드로잉은 부담없이 덤벼도 된다. 종이 위에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드로잉 앱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프로크라에이트'라는 유로 앱을 사용한다. 12000원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한 번 결제하면 추가 비용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유용한 기능들이 계속 추가된다는 장점이 있다.

종이와 연필, 붓, 물감 등 복잡한 준비물 없이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개성있는 나만의 그림을 뚝딱 완성할 수 있다. 집에서 즐기는 취미생활로 디지털 드로잉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저자가 준비한 예제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해주니 이해도 쉽고 중간에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팁도 가득하다. 기본 용어 설명과 도구 사용법 등 드로잉에 필요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디지털 드로잉의 특징이라면 한 번 구입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수정이 용이하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림일기, 레시피 노트, 굿즈 만들기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디지털 드로잉이 갖는 장점 중 하나다. 특히 포스터를 만드는 페이지가 있는데 활용도가 높아보인다.

처음부터 저자처럼 잘 그릴 수는 없다. 18년 경력을 하루 아침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매일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만족할 만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해보게 된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취미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데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집에 방치된 디지털 기기를 의미 있게 활용해 보고 싶은 사람
포스터, 엽서, 스티커 등 내 손으로 직접 굿즈를 만들어 보고 싶은 사람

#나만알고싶은아이패드드로잉의모든것 #최미경 #크레타 #아이패드드로잉 #디지털드로잉 #미술 #그림그리기 #프로크리에이트 #책리뷰 #책소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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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의 강가로 뛰어가다
가노 도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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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표지와 알쏭달쏭한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단서도 알아낼 수 없으니 일단 뛰어들 수밖에.

소설은 크게 두 개의 이야기로 양분된다. 마모루가 서술하는 '플랫'과 데쓰코의 시선으로 쓴 '릴리프'다. 플랫과 릴리프? 제목도 알쏭달쏭하더니 소제목 역시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마모루와 데쓰코는 소꼽친구다. '플랫'은 마모루가 데쓰코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인데 중고등학교 이야기가 많이 나와 초반엔 청소년 소설인가 싶었다. 큰 갈등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살짝 밋밋하다 생각하던 찰나 두 번째 이야기 '릴리프'로 넘어간다.

어떤 소설은 뒤로 갈수록 시시해지는 반면 이 소설은 뒤로 갈수록 빨려들게 된다. 첫 이야기 '플랫'에 두 번째 이야기 '릴리프'가 덧입혀지면서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변한다.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데쓰코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설정은 이야기의 핵심이자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다.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디 좋기만 한 일일까? 누군가의 불행과 죽음은 미리 안다는 게 얼마나 큰 부담감과 죄책감을 심어주는지 데쓰코를 보면 알 수 있다.

친구의 불행과 죽음을 막기 위해 데쓰코가 어떤 일까지 감당하는지 지켜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웠다. 비극으로 치닫는 결말이었다면 마음이 많이 무거웠을 텐데 미리 말하지만 해피엔딩이다. 특히 마지막에 연대를 이뤄 한 방 먹이는 장면은 꽤나 통쾌했다.

p.348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언젠가 미래에 도착한다……누구든. 먼 미래를 보고 싶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남으면 된다.

우리 모두는 미래를 볼 수 있다.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오래 살아남으면 된다. 미리 안다면 데쓰코처럼 힘겨울 뿐 그닥 좋을 일도 없다.

#언젠가의강가로뛰어가다 #가노도모코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신간소설 #장편소설 #책리뷰 #책소개 #소설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미랑3기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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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 말하기에 자신이 생기면 인생이 바뀝니다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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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말하기 수업을 한다면 누가 가장 적합할까? 체계적으로 발음과 발성 훈련을 받았고 실전경험이 많은 아나운서가 아닐까 싶다. 24년 차 베테랑 한석준 아나운서가 말하기 수업에 나섰다.

매일 말을 하고 산다. 말로 인해 사소한 다툼도 일어난다. 극단적인 경우엔 말 한 마디로 아예 얼굴을 보지 않게 되는 경우까지 있다. 이렇게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말인데 정작 학교에서는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모든 사람이 아나운서처럼 말을 잘해야 할까? 발성이나 발음이 좋으면 분명 전달력에서는 효과가 있겠지만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3부 말에 품격을 더하는 방법이다.

1부는 발성법이나 발음 연습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노력에 의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강조한다. 같은 말이라도 찰지게 하는 사람들의 비밀도 공개한다.

2부에서는 상황에 맞는 말하기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나를 지키면서 거절하는 법, 현명하게 조언하는 법 등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방법을 모아 현실적인 조언이 될 듯하다.

3부 '당신의 태도가 말에 품격을 더합니다'에 나오는 솔루션은 수시로 읽어보면 좋을 내용들이다. 말의 기능은 전달보다 소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력적인 음색보다 중요한 건 태도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겠거니 했는데 그건 선입견이었고 말로 소통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목소리는 바꿀 수 없지만 말의 태도나 품격은 만들어갈 수 있다.

#한석준의말하기수업 #한석준 #인플루엔셜 #말하기수업 #스피치 #스피치코치 #원포인트말하기레슨 #말하기레슨 #말하기법칙 #책리뷰 #책소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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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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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소설은 2020년에 발표한 단편 <여기 우리 마주>에서 출발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 여름부터 겨울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2020년은 참 많은 걸 바꿔놓았다. 소설은 그 시간을 재생한다.

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많이 나왔다. 우리 모두가 겪었던 일이니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시기 사회현상을 담아내기도 했지만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

나리공방을 운영하는 나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코로나가 확산되고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던 시절, 나리공방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가깝게 지내던 이웃 수미가 확진 판정을 받는다.

잠복결핵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리는 가끔 호흡곤란을 겪는다. 코로나와 증세가 비슷해 각종 검사를 받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땐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만 해도 코로나를 의심했었다. 모든 원인이 코로나인 것처럼.

초기엔 불안을 넘어 공포에 가까웠다. 거리는 조용했고 마스크 하나 구하기 어려웠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모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면 잃어버린 게 참 많았던 시간이었다.

나리와 수미에 대한 관계 설정이 복잡미묘하다. 이웃에 살면서 또래 여자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함께할 정도로 가깝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둘의 관계는 냉랭해지지만 결코 연대의 끈을 놓지 않는다.

분명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소설인데 함축적인 시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감성선을 놓치지 않고 상징적 요소를 찾아내며 정교하게 짜여진 서사를 따라갔지만 뭔가 자꾸 놓친 느낌이 든다.

단절과 고립된 시간속에 어긋난 감정을 다루는 듯 보였으나 기저에는 사랑이 깔려 있다는 걸 안다. 마주하지 않으면 모른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기꺼이 마주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상 깊은 부분은 어릴 적 이웃에 살던 만조 아줌마가 보여준 살뜰한 보살핌이다. 그 애정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살아가면서 힘이 되는 건 바로 이런 유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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