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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함정임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함정임
🏚현암사
제목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는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연인>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는 삶이 혹은 글쓰기가 권태로울 때 뒤라스의 작품들을 충동적으로 펼쳐본다고 한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큼 권태에 특효약이 또 있을까. 난 이 책을 펼치게 될 것만 같다.
이 책은 유럽 묘지 기행이다. 왜 하필 묘지일까? 묘지를 찾는다는 건 애정이고 추모다. 가족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묘지를 여러 번 찾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p.548
나는 무엇을 바라 청춘 시절부터 그 오랜 세월, 그 먼 길을 헤매어 다녔던가. 지나고 보니, 그것은 사랑, 불멸이었다.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그게 다였다.
유럽은 우리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프랑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묘지'란 공원이며 박물관이며 산책하는 곳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애써 찾아가지 않더라도 산책길에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묘지인 것이다.
묘지 기행 이름답게 수많은 묘지를 만날 수 있다. 아무것도 세우지 말고 소박하게 묻어달라는 유언한 대로 비석도 없는 톨스토이 묘, 자신의 시 <해변의 묘지>처럼 바다가 펼쳐지는 언덕 위에 있는 폴 발레리의 묘. 이 책이 아니면 어찌 이 많은 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으랴.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묻히게 된 사연이 나오고, 발자크 숭배자였던 로댕이 남긴 발자크 조각상도 볼 수 있으며, 뉴요커 수전 손택이 어떤 이유로 파리 몽파르나스 묘로 이장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작가가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비명은 뭘까?
🔖p.36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비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에게해 크레타섬에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것("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과 바로 이곳 예이츠의 것이라고 말할 것이었다. 삶에도 죽음에도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말 탄 자여 지나가거라.
묘지 기행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문학 기행이자 예술 기행이기도 하다. 작가들의 생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주요 작품이 언급되고 명문장까지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생을 안다는 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언급된 작품을 읽었다면 더 공감했을 텐데 부족한 독서량을 한탄했다.
아일랜드부터 러시아, 프랑스, 지중해를 거쳐 크레타 섬까지 숨가쁘게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화가, 가수부터 다소 생소한 시인, 영화감독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읽자마자 바로 재독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 책은 연거푸 2번을 읽었다. 뭔가 놓친 게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그 이유였지만 함정임 작가의 열정과 글에 매료되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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