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사이 - 나답게 살기로 한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
박수인.지유진 지음 / 샘터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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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무 사이
✍️박수인•지유진
🏚샘터

'여성 목수들의 가구 만드는 삶'이란 부제에 관심이 갔다. 목공은 전혀 모르는 분야라 더 호기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목수의 길에 접어들었고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에세이는 공저다. 두 사람은 룸메이트이기도 하고 함께 일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집과 일터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공유하는 취미도 많다. 한 공간에서 늘 붙어 있으면 부딪히기도 할 텐데 여러모로 신기한 관계다.

나무도 결이 있듯 사람도 결이 있다. 두 목수의 글을 읽다보면 참 올곧고 따스한 사람이라는 게 절로 느껴진다. 나무를 대하는 태도나 고객을 만나는 일에 진심을 다한다. 그냥 일이 아니라 천직이란 생각마저 든다.

'카밍그라운드'에는 여성 목수 세 명이 일한다. 험하고 힘든 일을 모두 여성의 손으로 이뤄낸다. 여성 목수라 장점인 부분도 확실히 있어 보인다. 그리고 반려견 '호수'도 빼놓을 수 없다. 가구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니 말이다. 호수에 대한 애정이 한가득 묻어난 문장에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인지 카페 안 테이블이나 의자를 더 유심히 보게 된다. 또한 아빠가 유치원 들어갈 때 사주신 원목 책상도 자꾸 떠올랐다. 워낙 튼튼하게 만들어진 책상이라 그런지 결혼 전까지 잘 썼던 기억이 난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잘 만들어진 물건을 오래 쓰는 것도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이란 말에 공감한다.

'카밍그라운드'는 단순히 필요에 의해 놓인 가구가 아닌 즐거움이 되고 루틴이 되고 추억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나무가 가구 이상의 의미로 쓰이길 원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아빠가 사주신 책상이 내게 그런 의미로 남았듯이.

🔖p.7
매일 나무를 만지는 낭만을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할 수 없는 낭만이 있는가? 그런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 나만의 작은 낭만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 연결되었으면 좋겠다.

🔖p.128
말은 마음과 이어져 있어 마음에 안정감이 있어야 말도 예쁘게 할 수 있고, 또 반대로 맑은 말을 하면 마음도 함께 가다듬어진다.

🔖p.165
가구를 쓰시는 분들께 우리의 가구가 집 안에 한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뿐만이 아닌 즐거움이길 바라고, 모닝 루틴이길 바라고, 추억이길 바란다. 그런 게 바로 이 나무들이 가구 이상의 의미로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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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함정임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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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함정임
🏚현암사

제목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는 마르그리트 뒤라스 소설 <연인>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는 삶이 혹은 글쓰기가 권태로울 때 뒤라스의 작품들을 충동적으로 펼쳐본다고 한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큼 권태에 특효약이 또 있을까. 난 이 책을 펼치게 될 것만 같다.

이 책은 유럽 묘지 기행이다. 왜 하필 묘지일까? 묘지를 찾는다는 건 애정이고 추모다. 가족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묘지를 여러 번 찾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p.548
나는 무엇을 바라 청춘 시절부터 그 오랜 세월, 그 먼 길을 헤매어 다녔던가. 지나고 보니, 그것은 사랑, 불멸이었다.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그게 다였다.

유럽은 우리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프랑스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묘지'란 공원이며 박물관이며 산책하는 곳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애써 찾아가지 않더라도 산책길에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묘지인 것이다.

묘지 기행 이름답게 수많은 묘지를 만날 수 있다. 아무것도 세우지 말고 소박하게 묻어달라는 유언한 대로 비석도 없는 톨스토이 묘, 자신의 시 <해변의 묘지>처럼 바다가 펼쳐지는 언덕 위에 있는 폴 발레리의 묘. 이 책이 아니면 어찌 이 많은 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으랴.

고흐가 동생 테오와 함께 묻히게 된 사연이 나오고, 발자크 숭배자였던 로댕이 남긴 발자크 조각상도 볼 수 있으며, 뉴요커 수전 손택이 어떤 이유로 파리 몽파르나스 묘로 이장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작가가 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비명은 뭘까?

🔖p.36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비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에게해 크레타섬에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것("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과 바로 이곳 예이츠의 것이라고 말할 것이었다. 삶에도 죽음에도 차가운 눈길을 던져라. 말 탄 자여 지나가거라.

묘지 기행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은 문학 기행이자 예술 기행이기도 하다. 작가들의 생사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주요 작품이 언급되고 명문장까지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생을 안다는 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언급된 작품을 읽었다면 더 공감했을 텐데 부족한 독서량을 한탄했다.

아일랜드부터 러시아, 프랑스, 지중해를 거쳐 크레타 섬까지 숨가쁘게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화가, 가수부터 다소 생소한 시인, 영화감독까지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읽자마자 바로 재독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이 책은 연거푸 2번을 읽었다. 뭔가 놓친 게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그 이유였지만 함정임 작가의 열정과 글에 매료되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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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상처가 아니다 - 나를 치유하고 우리를 회복시키는 관계의 심리학
웃따(나예랑)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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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감정은 상처가 아니다
✍️웃따
🏚웅진지식하우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지만 더불어 살기 때문에 힘든 것도 사실이다. 혼자 살면 세상 편할까? 물론 그건 아닐 것이다. 인간 관계로 고민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

지금도 인간 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않을 때 책만큼 좋은 처방이 없다. 한 번 읽는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뭐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은 심리상담사 웃따가 제안하는 마음 솔루션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1가지 사례를 보여주고 그에 맞는 심리 처방을 내린다. 구어체로 되어 있어 바로 옆에서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다.

변화가 쉽지는 않다. 특히나 남을 변화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변화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긴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방도 있지만 두루두루 나를 다잡는 시간이 된 책이다. 원만한 인간 관계를 위해서는 일단 나와 잘 지내는 것이 먼저다. 내가 중심을 잘 잡는다면 흔들림은 적을 것이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에도 인간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때때로 힘들다면 주기적으로 좋은 책을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책을 만나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고 사고의 전환을 만들 수 있기에.

🔖p.32
열등감을 극복하려면 자기를 우월하게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실한 대인 관계를 쌓아가야 해요.

🔖p.34
우리는 경주마가 아니라 인간이에요. 우리의 삶은 경쟁보다 훨씬 더 숭고한 가치가 있고, 우리의 존재는 이미 누군가와 비교할 수 없는 충분한 가치가 있답니다.

🔖p.62
보고 듣는 것을 바꾸세요. 내가 평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누구를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에 따라 나의 생각도 크게 영향을 받아요. 생각을 바꾸려면 결국 내가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

🔖p.101
감사는 뇌의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바꿔주고,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두뇌를 활성화시킵니다. 암 환자도 감사일기로 암을 고친다고 하죠. 그러나 안 하던 걸 습관으로 들인다는 게 참 쉽지 않아요.

🔖p.272
타인의 눈에 들기 위한,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경주는 이미 주체가 내가 아니라 타인인 거예요. 나의 삶을 사세요. 내가 진정한 주체가 될 때 대인 관계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객체를 만나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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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청춘 청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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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북다 출판사에서 '청춘'을 테마로 묶은 책 중 하나다. 한 권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른 한 권은 바로 이 책 다자이 오사무 단편집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마찬가지로 12편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실격'으로 처음 다자이 오사무를 알게 되었다. 작품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후 작품을 더 찾아서 읽었다. 사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의 삶의 행적에 묘한 끌림이 있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음독 자살을 했다면 다자이 오사무는 투신 자살을 했다. 그것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무엇이 이 작가들을 죽음으로 이끌었을까 늘 궁금했다.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으려나.

1935년 아쿠타가와 상 제1회 수상작 후보에 오른 '어릿광대의 꽃' 이 이 단편집에 실려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실제 경험을 소재로 한 사소설에 해당한다. 카페 직원이었던 여자와 약을 먹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여자만 죽고 다자이만 살아 남은 사건을 말한다. 이야기 중간에 작가가 개입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여성 일인칭 고백체로 쓴 작품이 여러 편 나온다. '등롱'도 이에 속하는데 가난한 나막신 가게의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절도를 하게 된다. 결국 남자에게 버림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의외로 결말이 훈훈해서 기억에 남는다. '여학생', '부끄러움', '기다리다'도 모두 여성이 화자다. 일본 여성 문예평론가로부터 '남성임에도 이 정도 수준으로 여성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호평을 받았다.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 실린 유명한 작품이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고전을 재해석해서 일본판으로 바꾼 단편으로 '우정'를 주제로 한다. 마지막 '생각하는 갈대'는 1935~1936년에 쓰인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다자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되어준다.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에 여러 억측이 있는데 아내에게 남긴 유서에 따르면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졌기 때문에 죽습니다" 라고 이유를 밝혔다. 창작의 고통이 그만큼 컸던 것일까? 더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짧은 활동이 아쉽기만 한 작가임엔 틀림없다.

🔖 애초에 한 인간의 자살에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객관적인 큰 원인이 숨어 있대. 집에서는 모두 여자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지만, 나는 그게 아니라고 했어. 여자는 그저 길동무일 뿐이야. 따로 더 큰 이유가 있는 거야.

🔖 저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또렷한 형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불안할 뿐입니다. 그러나 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인간은 평생 같은 수준의 작품밖에 쓸 수 없다.‘ 콕토의 말로 기억한다. 오늘의 나 역시 이 말을 방패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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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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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쿠타가와 상은 일본의 문학상으로 1935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업적을 기려 창설되었다. 아쿠타가와 상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그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본다. '청춘'을 테마로 한 그의 단편 소설 12편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작품에 앞서 그의 생애를 잠시 살펴봤다. 나쓰메 소세키가 극찬한 다이쇼 시대의 대표 작가다. 35세에 요절을 했으니 작품 활동 시간은 10년 남짓이다. 짧은 활동 시간에 많은 명작을 써냈으니 그야말로 불꽃처럼 살다간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귤'은 단편보다 더 짧은 엽편소설에 가까운 작품이다. '귤'은 특유의 우울한 색채가 거의 없고 동화적이고 따스하다. 마지막엔 작은 감동마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며 현재까지 주목받고 있다.

순수 창작도 있지만 고전 설화에서 소재를 갖고 와 근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게사와 모리토'가 이에 해당한다. 두 남녀의 독백을 통해 각자 심경을 묘사하는데 서로 상반된 심리가 꽤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살 직전 친구 구메 마사오에게 사소설적인 작품 '어떤 바보의 일생'을 건넸다. 이 작품엔 냉소적인 자세와 삶에 대한 열망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그의 생애가 한 편의 짧은 영화와 같이 흐르는 듯하다.

작가 개인의 실제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사소설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어머니가 미쳐가며 죽는 모습이나 그로인해 외가에서 자란 경험, 불륜 관계에 있던 시인 히데 시게코 등이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일본 문학사에서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유명한 작가지만 우리에겐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다자이 오사무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이기도 하다. 둘다 자살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왜 청춘을 등지고 목숨을 끊어야만 했을까.

유서로 남긴 '어느 옛 벗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살 동기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내 경우에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야. 무언가 나의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 때문이지.' 그가 말한 불안을 단편집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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