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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시민권을 획득하는 고군분투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대화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여성의 한숨섞인 소리와 탄식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선택할거야!' 라고 외치며 한국을 떠나 호주로 간 이 젊은 여성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된다. 특히 '여성' 직장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분통터지고 억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꾹 참아내야 하는...
한국의 젊은이들 중에 '한국이 좋아'와 '한국이 싫어'라고 묻는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경쟁사회, 사회적 신분의 차이, 빈부격차, 청년실업, 차별, 불평등....
한국사회의 문제점이라면 아마도 끝이 없을 것이다. 왜 이런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이것들은 '한국'만의 문제일까? 다른 나라는 이런 문제는 없을까?
아마도 정도의 차이이겠지만, 한국이나 호주 혹은 다른 나라에도 이런 문제점은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거나 다른 종류의 문제가 새로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누군가는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야..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세상, 낯선 세상을 선택한다.
왜 일까?
여기에 그녀가 생각하는 답이 있다.
"행복도 돈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 p.184
성공을 위해서 모든 것을 꾹 참고 미래를 꿈꾸는 그녀에게 청혼했던 지명은 '자산성 행복'을 추구한다. 그래서 지금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고, 미래의 행복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미래의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지 알 수 없다. 또한 그 행복을 미래에 성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명과 달리 엘리는 '현금흐름성 행복'을 추구한다. 그녀는 바로 현재,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중요한 것이다. 미래 가질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행복보다 지금 현재의 행복이 소중한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바로 가치관의 차이이다. 지명과 엘리 두 사람중 누가 완전히 나쁘고, 좋다 할 수 없다. 둘 다 '행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선택(한국을 떠나 호주를 선택한)을 나쁘다고 손가락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의 행복은 한국에서의 삶보다 호주에서의 삶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기에 호주로 떠난 것일 뿐이다.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 p.161
아마도 누군가가 보기에 이런 소설을 '문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호주에서의 만만찮은 삶을 보고 '거봐 내가 뭐랬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이지..쯧쯧..'하고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그녀만의 색깔을 가진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곳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선택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그 곳에서 불행할리 없다. 물론 어려움은 있을 테지만...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테고,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래도 그녀만의 행복을,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꼭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