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에 직면한 철학적 신앙
카를 야스퍼스 지음 / 분도출판사 / 1989년 6월
평점 :
품절


독일 철학자의 번역서이면서도 비단결처럼 매끄럽게 흘러가는 내용과 문장들. 아마도 저자가, 정신병동에서나 들을 수 있는 무의미하고 애매한 헛소리들(쇼펜하우어의 표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을유문화사, p.670)만을 중얼거리는 칸트나 헤겔류의 관념철학자가 아닌, 모호함에 싸인 신을 거부하는 실존철학자이기 때문인가? 역자가 문학철학을 한다는 점도, 내용과 문체가 이렇게 되는 데 일조할 수 있었을 것. 초월, 일자, 존재와 무, 계시 등을 무조건적 믿음에만 근거하여 사변적이고 신비주의적으로 다루지 않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으로 다루어 일반인들도 수긍할 수 있는 내용임. (zen)에서의 언어에 대한 불신과 알음알이의 포기, ‘무지의 지등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됨.

계시의 빛을 따라 초월을 꿈꾸지만, 절대적 진리와 일자를 거부하며 철학하는 인간은, 짐승과 신 사이 깊은 심연 위에 놓인 외 밧줄 위에서, 끊임없이 파르르 떨며 평형을 유지해야 하는 존재 일수 밖에 없는 걸까?

아마도 찾는 사람들이 적어 여태껏 남아 있지 않았을까 짐작되는, 요즘 판형으로는 900쪽 이상 분량의 책인데도 30년 전 가격 그대로 지극히 착한 가격!! 분도출판사여서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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