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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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몸으로 피워낸 벚꽃을 끝내 마주하지 못한 채, 봄의 끝자락에 서있다.

홀로 묵묵히 견디고 버텨온 벚나무의 지난 여름과 가을, 겨울의 시간을 헤아리지 못한 옹졸한 마음을 생각한다.

쓰는 사람을 꿈꾸며 앞서 많은 이들의 지난했던 시간들을 보지 못한 채 피어남을 바란 성마름에 고개가 숙여진다.

백년동안 봄을 맞이한 벚나무가 쓰는 사람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들려준다.

#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지음
#더퀘스트 출판 @thequest_book

🌬
이 소설은 기분 좋은 바람결처럼 상쾌하다.
그러나 바람결이 지나간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체리 블라썸’이라는 이름으로 외할머니는 료칸을,
엄마는 레스토랑을 운영했고 지금 하오는 3년째 카페를 꾸려가고 있다. 마당에는 커다란 몸집의 백년도 넘은 벚나무가 자리한다. 이 벚나무는 하오의 가족이 삼대에 이어 가게를 이어오는 모습과 그곳을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본다. 백년이 넘는 동안 삶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져 조용히 자신만의 지혜도 들려준다.

💚 💬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일과 삶에는 고유의 철학이 스며들어 있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느슨하고 진솔하게 형성된 유대 역시 숨을 쉬는 듯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사적인 영역을 존중하면서 느슨하게 편한 관계.
자신을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덕에 오히려 더 진솔해 질 수 있는 관계.

이런 유대로 맺어진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책과 글로 만나 마음을 나누는 글벗들.
글로 만나 마음과 취향을 공유하는 소수의 인친들.

익명성이 주는 자유로움 덕에 오히려 더 진솔하고 충만하게 유대를 이어가게 된다.

💚💜 💬
책을 덮은 후에도 백년 넘은 벚나무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성찰은 살아내지 않고 이야기할 수 없는 진솔함과 깊이가 더해져 은은하게 가슴에 남는다.
쓰는 사람을 꿈꾸며 자주 쪼그라들어 옹졸해지는 나에게 토닥토닥 힘과 위로를 건넨다.

봄날이 아닌데 봄을 생각하는 나에게
무의미와 불가능을 품은 중력의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를 살아가라고.
긴 인생,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천천히 가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무언가와 이어지게 된다고,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는 것은 그런 거라고.
계속하는 것이 어쩌면 변화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간이 켜켜이 쌓인 후엔
나도 조금씩 성장할거라고
잘 안되면 가뿐하게, 편안하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무엇보다 혼자 애쓰지 말고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앞으로 걸아가라고.
그렇게 살아가라고 한다.

그렇게 긴 시간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키우다가 순식간에 꽃을 피운다고.
그렇게 피운 꽃이 아름다운 거라고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봄이 아닌데 봄날을 생각한다.

봄의 끝자락에서 청아한 소설을 통해 충만해진다.
문학을 통해 힘을 얻고 문학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려한다. 십년동안.

🩷
#오퀘스트라1기 #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일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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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병원과 친해질 수 있다면
박현주 지음, 허저비드 소크니 그림 / 모모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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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이 쓴 진솔하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

🩷
언제부터인지 시간의 어느 볕바른 풍경을 닮은 인간 극장처럼 고개를 돌리면 만날 수 있을 법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자주 울컥해지곤 해요.
눈물과 땀의 진심이 고스란히 녹여진 삶은 지난한 과정을 지나 어김없이 선한 영향력이 되는 것을 자주 보았어요.

그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심장이 뛰고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하게 되요. 그러다 고요히 저의 삶의 태도를 반추해 보는 시간을 보냅니다.
궁극엔 지금보다 더 잘 살아감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의 끝에 다다르게 되지요.

오랜만에 저에게 그런 꾸밈없는 청진한 감동을 안겨준 이야기가 있어요.

..............📗

◾당신이 병원과 친해질 수 있다면
◾박현주 지음
◾모모북스

💚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업했어요. 퍽퍽한 5년의 생활이 흐르고 우연히 ‘간호’라는 글자가 가슴에 새겨지며 ‘간호조무사’ 꿈을 꾸기 시작해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요.

익숙한 일상을 뒤로 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삶에는 분명히 두려움도 존재하였을 텐데 그조차도 행복으로 받아들이며 익어가는 저자의 모습은 제게 많은 도전이 되었어요.
꿈을 향한 그녀의 열정과 노력에 연신 ‘멋있다’를 외치다, 문득 나에게도 그런 열정이 있었는지 아득해집니다.

저자는 간호조무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소명의식을 가지고 12년째 병원에서 근무 중이에요.
병원에서 만나는 엄마, 아빠 (어르신 환자를 저자는 이렇게 불러요)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와 따뜻함을 전하며 하루하루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어요.

.

🧡
얼마 전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삶과 그의 음악을 통해
그의 눈물이 담긴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 보며
나의 글과 그 속에 담긴 눈물이 필요한 사람에게 닿아
위로와 온기가 되길 소망했어요.

이 책을 읽으며 박현주 작가님의 글이 내가 소망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땀과 눈물이 담긴 삶이 글로 피어나 나에게 닿았고 위로와 온기, 소망이 되었어요.
전 언제나 이런 벅찬 순간을 갈망하고 사랑해요.
좋은 책을 써주셔서 이런 순간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현주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페르난두 페소아는 자신이 보는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믿는다고 했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흐르고 흘러
온기와 위로, 소망으로 피어오르길 바래봅니다.

계절이 바뀌듯 그러리라 확신해요.
좋은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니까요.


.

#당신이병원과친해질수있다면
#박현주 #간호조무사의고군분투간호일지 #간호조무사박현주에세이
#모모북스 #박현주작가 #좋은사람박현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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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자이언트 - 장애를 극복하고 신학교 교수가 된 어느 산골 소년 이야기 간증의 재발견 8
황성철 지음 / 세움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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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이신 황성철 목사님은 역기능 가정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결핵성 관절염으로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다. 고3 여름 수련회에서 하나님은 인격적으로 만나고 주님의 종이 되기를 서원한다.
이후 평생의 삶을 통해 하나님과의 약속을 이루어가시는 그분의 여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솔직하고 담백하게 순전한 마음으로,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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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인한 거절을 경험하면서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다, 하나님을 처음으로 만나던 날, “나는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참 좋단다. 괜찮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드디어 장애로부터 해방되었다고 고백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중1 처음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던 뜨거웠던 그 여름이 떠올랐다.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 감동을 느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첫사랑의 감격, 그 은혜의 놀라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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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애로 인한 막힘에서도 “그에게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로 나아가신다. 목사님의 삶의 여정에는 한결같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신다.
유학을 시작할 때도 “태산아 네가 무엇이냐 네가 스룹바벨 앞에서 평지가 되리라.”라는 말씀은 하나님의 음성으로 다가와 힘과 확신을 주셨다. 교무처장과 신대원 수업을 감당하시며 “맡은 자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는 말씀을 삶으로 실현하셨다.
백화점에서 주일 설교를 하시며 주일 성수에 대한 고민을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말씀으로 답하셨고, 은퇴 후 대학 병원 도서관에서 봉사를 하시며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라.”는 말씀을 일상의 삶을 통해 깨달아가셨다.
이렇듯 그 분의 삶은 말씀과 기도(신앙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살아 역사하는 실재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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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아니 교회에서조차도 장애라는 편견이 여전히 만연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하늘에서는 “괜찮아”라고 하는데 세상에서는 왜 여전히 아니라고 하는 걸까? 장애에 대해 왜 하늘의 생각과 세상의 생각이 이렇게 차지가 날까?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이 아닌가? 고민하시는 목사님처럼 나 역시 적어도 교회에서만큼은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탄식이 흘렀다.

그럼에도 신실하신 하나님은 여전히 불완전한 사람을 사랑하시고 그런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 가시는 것에 그저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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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자이면서 신학교수로 살아가신 한 개인의 지난한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고 걸어가신 그 한걸음 한걸음의 무게와 신실하심에 압도되어 식어가는 나의 마음과 멈춰 있던 나의 한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시나브로 피어올랐다.

‘가시와 은혜’가 공존하는 목사님의 삶은 사도 바울을 떠올리게 한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나는 목사님의 삶을 통해 ‘시선과 해석’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실패라고 여긴 나의 한계를 하나님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내가 실패라고 여긴 삶의 찢어진 페이지는 앞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지어져 가기 위한 연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필요한 고난’의 설교를 통해)
삶의 여정을 나의 시선과 해석이 아닌,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시선과 해석으로 바라보고,
무지랭이 같은 나를 넘어선 하나님의 능력과 계획하심을 의지하고자 열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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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이신 예수그리스도를 ‘주인님’으로 표현하시는 목사님은
그분의 언어와 일상의 삶으로 존재의 이유와 살아야 할 목적을 분명히 보여주신다.

⭐️나에게 그러했듯 그의 삶은 또 다른 이에게 흐르고 스며들어 누군가를 살리고 구원할 것이다.
그 속에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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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나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으뜸으로 생각한다. ‘세이브 더 칠드런’이 바로 이런 일을 하는데 앞장선 세계적인 NGO다.” (317)
->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국내 아동 1명 매월 정기후원’을 시작했어요.

덧) “신앙에서 영성 못지 않게 지성이 중요하다.”(295)
-> 이어령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책 읽기

#간증의재발견 #세움북스 #리틀자이언트 #황성철
#장애를극복하고신학교교수가된어느산골소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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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박경리 대하소설, 1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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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조약체결 이후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평사리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과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는 쫓겨나고 도망가고,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끝내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척박한 환경 에서도 생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처절하리만큼 절박하다.

책으로 보던 역사의 한 페이지가 눈 앞에 펼쳐지듯 생생이 전달된다. 덕분에 자주 과몰입 되어 아프고 애틋하고 주먹을 부르르 떨며 화가 났다.

토지 4를 보며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먼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은 어디까지일까? 그 한계를 상상 그 이상으로 보여준 조준구(와 홍씨부인) 이런 혼란을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바쁘다. 자신들의 인격과 삶이 돼지우리에 처박히는 줄 모르고 타인의 인격과 삶을 짓밟고 착취한다. 날로 그 악행이 대담해진다.

두 번째, 인간의 존엄은 무엇인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방법은 무엇인가?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사람들과 자신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
가족의 뱃속을 채우는 사람들과 자신의 뜻을 지키는 사람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토지 4에서도 역시나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접한다. 얽힌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복잡하고 섬세한 인간 심리를 통해 인간의 감정이 자신의 상황, 위치, 관계의 복잡성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음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토지 4에서 개인적으로 병수가 참 안타까웠다.
조준구와 홍씨부인의 아들인 병수는 곱추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외면과 수모를 당하며 자란다. 매질을 당하는 삼월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고 서희를 향해 애틋한 마음을 가진다.
병수만큼은 부모의 죄가 되물림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잘 개척해나가길 응원하게 된다.

토지 5권에서 간도로 이주한 서희와 마음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채손독 을 통해 #다산북스 로부터 #도서협찬 받았습니다
@chae_seongmo
@dasanbooks

#박경리대하소설 #박경리 #대하소설
#소설토지 #토지4권리뷰
#박경리토지 #토지세트
#필사적으로_토지
#필사적으로
#토지필사 #토지필사단
#소설필사 #대하소설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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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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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인생을 따라가는 일화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 시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관점은 인간의 삶이 가지는 유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 개인과 연결된 여러 인물간의 모순적 관계로 인한 충돌과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고, 개인의 삶에 닿아있는 사회적 구조와 그 영향을 받는 사건을 전개한다.

1장에서 슬롯 교수는 세익스피어의 소네트의 일흔 세 번째 전문을 소개하며 스토너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소네트가 스토너의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시라는 문학으로 그의 인생을 풀어낸 것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마지막 17장에서는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 결말과 오마주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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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주인공의 독백처럼 내면의 목소리만 보일 뿐 주변 인물들과의 직접적인 화해나 갈등의 해소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전개 없이 각각의 사건과 인물들 간의 관계에 대한 매듭을 독자의 자의성에 맡겨두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에 익숙한 독자라면 고구마 백개가 멍치 끝에 걸린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점이 모순적이게도 깊고 진한 여운으로 남아 책장을 덮은 후에도 스토너와 이별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결말은 독자의 개별성에 방점을 두고 있기에 독서모임의 주제도서로 선정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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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문장이자 삶의 총체성에 대한 물음인

‘넌 무엇을 기대했니?’

묵직한 이 문장은 독자를 붙잡아 삶에 대한 고민을 오래도록 하게 할 것이다.
스토너의 개인적이고 입체적인 삶의 모습에서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우리 삶의 어느 일부분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결혼을 통해 다만 타인과 연결된 열정을 원했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평생 무심한 교사였고,
사랑을 했지만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의 혼돈으로 보내버리며
딸을 사랑하지만 딸의 불행을 지켜봐야 했던 스토너의 삶이 결코 아연하지 않다.

자신의 삶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스토너는
스스로에게 던진 ‘넌 무엇을 기대했니?’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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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의 삶을 행⦁불행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해보았다.
이 또한 독자의 개별성에 방점을 두겠지만
고민 끝에 지금의 나의 대답은

스토너는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과 일을 사랑했고
주변 사람들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
자신이 사랑한 문학을 끝까지 사랑한 사람이었다.
이것만으로 이미 행복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을까?

🤍

나의 삶의 무수한 영역에 던져본다.
‘넌 무엇을 기대했니?’

자녀의 방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켜보면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나와 타인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싶은 마음 앞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것에서조차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 깃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아름답게 내 삶을 가꾸어 가고 싶은 욕심 앞에서,

‘넌 무엇을 기대했니?’

이 의문형에 대한 대답을 나 또한 오래도록 하게 될 것이다.

.

#스토너 #존윌리엄스 #고전 #베스트셀러 #소설 #인생책 #책추천 #장편소설 #이동진 #신형철 #문학 #최은영 #김은수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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