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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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한 개인의 인생을 따라가는 일화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 시간관을 보여주고 있다. 이 관점은 인간의 삶이 가지는 유한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 개인과 연결된 여러 인물간의 모순적 관계로 인한 충돌과 사회 부조리를 드러내고, 개인의 삶에 닿아있는 사회적 구조와 그 영향을 받는 사건을 전개한다.

1장에서 슬롯 교수는 세익스피어의 소네트의 일흔 세 번째 전문을 소개하며 스토너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소네트가 스토너의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 시라는 문학으로 그의 인생을 풀어낸 것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마지막 17장에서는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 결말과 오마주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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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주인공의 독백처럼 내면의 목소리만 보일 뿐 주변 인물들과의 직접적인 화해나 갈등의 해소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전개 없이 각각의 사건과 인물들 간의 관계에 대한 매듭을 독자의 자의성에 맡겨두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에 익숙한 독자라면 고구마 백개가 멍치 끝에 걸린 느낌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점이 모순적이게도 깊고 진한 여운으로 남아 책장을 덮은 후에도 스토너와 이별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결말은 독자의 개별성에 방점을 두고 있기에 독서모임의 주제도서로 선정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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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문장이자 삶의 총체성에 대한 물음인

‘넌 무엇을 기대했니?’

묵직한 이 문장은 독자를 붙잡아 삶에 대한 고민을 오래도록 하게 할 것이다.
스토너의 개인적이고 입체적인 삶의 모습에서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우리 삶의 어느 일부분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결혼을 통해 다만 타인과 연결된 열정을 원했으나 결국 얻지 못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평생 무심한 교사였고,
사랑을 했지만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의 혼돈으로 보내버리며
딸을 사랑하지만 딸의 불행을 지켜봐야 했던 스토너의 삶이 결코 아연하지 않다.

자신의 삶과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타인의 이야기를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스토너는
스스로에게 던진 ‘넌 무엇을 기대했니?’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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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의 삶을 행⦁불행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해보았다.
이 또한 독자의 개별성에 방점을 두겠지만
고민 끝에 지금의 나의 대답은

스토너는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과 일을 사랑했고
주변 사람들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
자신이 사랑한 문학을 끝까지 사랑한 사람이었다.
이것만으로 이미 행복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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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의 무수한 영역에 던져본다.
‘넌 무엇을 기대했니?’

자녀의 방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켜보면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나와 타인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싶은 마음 앞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것에서조차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이 깃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아름답게 내 삶을 가꾸어 가고 싶은 욕심 앞에서,

‘넌 무엇을 기대했니?’

이 의문형에 대한 대답을 나 또한 오래도록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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