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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 - 소녀가 소비하는 문화, 그 알려지지 않은 이면 이해하기
백설희.홍수민 지음 / 들녘 / 2022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04/pimg_7792991253401934.jpg)
7년 차 출판 편집자인 백설희 작가는 지금까지의 나를 구성하고
앞으로의 여아들을 구성할 소녀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박복숭아'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고 있고 웹진의 저널 위원입니다.
아동문화와 소비문화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홍수민 작가는
일본 사이타마대에서 '토에이 마법소녀 애니메이션 50년사'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두 분이 탐구한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를 보겠습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04/pimg_7792991253401935.jpg)
1937년 세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탄생시킨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영화 제작사이면서 TV 채널, 장난감, 테마파크에
아우르는 1953억 달러 규모의 문화 현상으로 진화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디즈니 프린세스'는 55억 달러에 상당하는 브랜드 가치로
소녀들을 겨냥한 대표 프랜차이즈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1984년 일명 '팀 디즈니'로 불리는 새로운 임원진들이
고전 동화를 현대적 각색으로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인어 공주', '뮬란'에 이어 '겨울왕국', '모아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까지
여주인공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권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에서 여자아이들은 처음으로,
스크린 속에서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팀 디즈니의 프린세스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고
남자아이들만이 독점해왔던 영웅 및 모험 서사를 모든 어린이에게 되돌려주었습니다.
거기다 운명적 상대를 만나는 공주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여성 동료들과 함께 세계를 구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뉴 프린세스'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많은 아이가 세계명작전집을 통해 소녀소설을 처음 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뒤에는 일본에서 제작된 TV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고,
더 나이가 든 후에는 원전을 찾아 읽게 됩니다.
이렇듯 여자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소녀소설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많은 수의 남성 독자가 이 작품들을 접하지 않고,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랍니다.
여자아이는 많은 소녀가 나온 작품뿐만 아니라 '왕자와 거지', '허클베리 핀의 모험'처럼
소년이 주인공인 소설도 읽으며 자라는데 말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녀소설' 혹은 '소녀문학'이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일본 메이지유신이 일어나며 소녀들의 취학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소녀들이 늘어나 일본의 출판 시장은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와 책 들을 대량으로 발간하기 시작했고,
이때 '소녀소설'이라는 카테고리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소녀소설이 유치하다고 폄하하기 전에 '소녀'를 간과한 채 문학을 말할 순 없습니다.
엔헤두안나, 세이쇼나곤, 무라사키시키부는 최초의 시인, 최초의 수필가, 최초의 소설가로
역사에 기록된 이름이며 모두 여성입니다.
그 당시 성인이지만 현대의 기준에서는 소녀들입니다.
유럽에서는 라 파예트 부인이 불문학 최초의 역사소설을,
마거릿 캐번디시는 최초의 SF 문학을, 클라라 리브와 앤 래드클리브는
호러 장르의 변곡점이 된 고딕문학을 개척했습니다.
이처럼 문학이 있는 곳에 늘 소녀들이 존재했습니다.
미디어가 '마른 몸'을 아이돌, 그중에서도 여성 아이돌의 '본분'으로 만들며
장작을 놓는다면 몇몇 팬들은 '개말라'를 연호하며 마른 몸을 공개적으로 선망함으로써
그 위에 기름을 붓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여성, 특히 십 대 여성 청소년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기도 합니다.
한국 아이돌은 전문 연예 기획사에 의해 획일적인 방식으로 계발되고 관리됩니다.
이렇게 전략적으로 선별·계발·전시되는 과정을 통해
아이돌 그룹의 소녀들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탈바꿈됩니다.
일종의 '문화 상품'이 되어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해 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돌 산업은 자신이 기획한 여성 아이돌들에게
소녀 정체성을 대표할 문화 아이콘의 지위를 줍니다.
하지만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낭떠러지로 밀어버립니다.
그래서 소녀 아이돌이 만들어낸 소녀 표상은
늘 모순적이고 불분명하며, 이율배반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소녀 표상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소녀의 '표준'이자
'가장 올바르고 이상적인 상징'이 되고 맙니다.
소녀문화를 곧이곧대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소녀 소비자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이들을 우리와 어깨를 맞대고 현재를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
동료 소비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성인들은 지배자나 방관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어린이 문화의 협조자가 되어야 합니다.
<마법소녀는 왜 세상을 구하지 못했을까?>에서 소녀문화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소녀문화를 둘러싸고 어떤 사회, 문화적 논의가 이루어졌는지,
소녀문화를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실제 소녀 소비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수없이 이미지화된 가상의 소녀들 대신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소녀들,
그리고 한때 소녀였던 이들, 나아가 앞으로 소녀가 될 모든 소녀들의 목소리를
이제는 직접 들어야 할 때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