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록웰 켄트 그림,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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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의 걸작이라는 모비딕, 필경사 바틀비를 읽으며 감탄한 그의 작품세계에 다시 빠져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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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수상한 서재 3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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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화제가 된 장편소설이 첫 작품이라니,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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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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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신간 <문명>을 읽으며 다시금 그의 필력에 감탄했어요. 

지루하지 않게 쭉쭉 읽을 수 있게 잘 쓰는 작가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그럼 앞권 <문명 1>에 이어 <문명 2>를 볼게요.



고양이 바스테트는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똑같이 

'제3의 눈'을 갖기 위해 오르세 대학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수술을 합니다. 

로망이 시술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바스테트는 인간과 대화를 하고 인터넷의 지식을 보게 됩니다. 

바스테트가 그렇게 지식을 탐험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와 함께 카운트다운, 폭발. 

광신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터넷은 먹통이 되고 

세상 모든 지식이 담겨 있는 백과사전(ESRAE)를 훔친 것을 알게 됩니다. 

로망, 바스테트, 나탈리, 파타고라스가 되찾고, 

바스테트의 목걸이로 위장해 겁니다. 

오르세 대학으로 가던 중 돼지 무리에게 잡히지만 

가까스로 풀려나 앵무새 샹폴리옹이 동행하게 됩니다. 

개 무리의 도움을 받아 오르세 대학에 도착하지만 

극단주의자들이 침투해 끔찍한 현장만 남았습니다. 

나탈리, 로망, 피타고라스, 바스테트, 샹폴리옹은 시테섬으로 갔지만 

이미 쥐군단이 습격해 대부분 죽었고 몇몇이 도망갔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살아남은 동료들과 다시 만나 유람선을 타고 가던 중 

라크루아 섬에 내려 전기 철조망 방벽을 세웁니다. 

뒤따라온 쥐 군단이 공격하지 못하고 

강둑에 진지를 세우며 전쟁은 장기전으로 바뀝니다. 

바스테트는 쥐 군단의 왕 티무르와 소통을 제안하고 

둘은 만나 제3의 눈으로 대화를 합니다. 

티무르가 과거 얘기를 하며 ESRAE 존재를 알아차리고 

바스테트에게 있음을 눈치채 뺏으려고 싸우다 

앵무새 샹폴리옹의 도움으로 섬으로 돌아옵니다. 

쥐 군단은 전기 철조망에 감전사한 동료 시체 쥐들을 다리 삼아 

섬으로 쳐들어오고 인간들과 고양이들은 싸웠지만 

수적으로 우세한 쥐 군단이 우세합니다. 

절망적일 때 아군인 독수리가 바스테트를 물고 날아가면서 싸움은 끝이 납니다. 

싸움에 살아남은 일행과 다시 만난 바스테트와 샹폴리옹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넙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디까지 가야 쥐 군단이 따라오지 않을까요?




<문명 2>는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인류가 무너지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 자리를 쥐들이 차지합니다. 

그에 맞서는 고양이들과 인간의 수는 터무니없이 적고, 

섬이라는 공간에서 포위당한 채입니다. 

고양이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가 제3의 눈을 가져 다양한 사고를 하고, 

앵무새 샹폴리옹은 다른 종간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어 도움이 되지만, 

쥐들의 왕인 티무르도 제3의 눈을 가져 효과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결국 남은 사람과 고양이, 돼지, 개 등이 

'마지막 희망'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데요, 

바스테트가 목적지로 잡은 뉴욕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요. 

혹시 그곳마저 쥐들이 점령한 것은 아닐지 불안합니다.


상황은 절망적이지만 그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람 아니, 종마다 아니,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여기 바스테트는 행복보다 불행이 진화를 위한 촉매일 거라 생각하고,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모든 종이 평화로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경험보다 책이 더 강렬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을 깨우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변태들이 도덕을 운운하고, 

겁쟁이들이 비겁함을 지적하며, 거짓말쟁이들이 진정성을 추앙하는 

역설이 판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비판합니다. 

그녀의 말에 인간인 저 역시도 뜨끔했습니다. 

이렇게 <문명>은 끝나지만 <문명>의 이야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전작 <고양이>에서 출발합니다. 

총 3부작으로 예정된 이야기로 <문명>의 끝장면이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만 너무 늦지 않게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네이버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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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아틀리에 - 나를 열고 들어가는 열쇠
천지수 지음 / 천년의상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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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글과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는 

'페인팅 북리뷰'라는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하며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한 글을 모아 <책 읽는 아틀리에>에 담았습니다. 

저자는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감상을 하고 어떻게 그림으로 그려냈는지 몇 개를 살펴볼게요.



우리나라 서정시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 화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시인은 대부분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박장호 시인의 첫 시집에 등장하는 시편들은 

대개 남성적이고 직설적입니다. 

그가 7개월간 복싱이라는 육체적 수련 과정을 한 후 

기록한 책인 "샌드백 치고 안녕"은 책을 읽는 내내 

거친 숨소리와 땀 냄새가 고스란히 느껴진답니다. 

시인은 훈련 중 스파링을 끝낸 한 중학생과 관장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듣는데요, 

"겁을 먹으니까 펀치를 못 보는 거지."란 말을 들으며 

내면도 쇠락해버린 자신을 느꼈답니다. 

나이를 먹으니 세상에 대한 겁이 많아져 

삶으로부터 날아오는 펀치에 눈을 감아버린 자신의 모습. 

'멕시칸 복싱'이란 제목으로 화가는 그림을 그렸는데요, 

뒷다리의 발꿈치를 들고 체중은 앞다리에 싣는 자세입니다. 

이것은 언제든 앞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자세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유지할 수 없는 자세'인 것입니다. 

두려움은 대개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눈에 보이게 하는 방법은, 

두려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행동해버리면 안 될까요. 

멕시칸 복싱의 기본자세를 삶에 장착하고 살아가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술도 그렇답니다. 잘하려고 하면 더 잘 안되게 되죠. 

미술만 그럴까요. 삶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더 노력할수록 오히려 일이 꼬이지요. 

안 된다고 마음을 놓는 순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기보다 자신을 놓아주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는

54편의 에세이와 2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인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입니다. 

아침부터 죽음을 생각하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요.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통념을 가볍게 뒤집고, 

그 반전의 쾌감이 나중엔 안도로 느껴질 것입니다. 

화가는 어느 날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답니다. 

스스로의 부재와 죽음을 연상하자 생명의 증거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대요. 

그때 깨달았답니다.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인간은 쉽게 부도덕해집니다. 

반대로 죽음을 감각하는 인간은 도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잘 살고 싶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자는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하며 그렇게 살자는 것입니다.



편혜영 씨의 소설집 "소년이로"에는 단편소설 8편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개의 밤'이라는 단편을 읽으며 

화가가 느낀 감정은 바로 결과만 중요하다는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이 역겨웠답니다. 

'인생 뭐 있어? 사람 다 똑같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지' 따위의 말들. 

이런 말들은 인생을 더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도록 

만드는 말들이며 허무의 말들입니다. 

그래서 죽은 자의 말이고 시체 같은 말들이라고 화가는 생각했습니다. 

어둠 속을 걸어가야 하는데 빛을 찾을 수 없다면 

자신이 빛이 되는 수밖에 없는 "소년이로"를 그렸습니다.


아흔 살 주옥지 여사가 말하는 간단명료한 삶의 조언들이 담긴 

"할머니의 좋은 점"엔 맞벌이 부모님 대신 자신을 길러준 

작가의 외할머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는 동안 언제가 제일 좋았냐?'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뭐, 지금이 제일 좋지'라고 대답하는 쿨내 진동하는 할머니. 

할머니의 말에는 묻어나는 연륜이 대단합니다. 

그러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인생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을 겁니다. 

주옥지 여사가 망설임 없이 대답한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됩니다.


시간이 생명이라는 말에 더없이 어울리는 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 

그는 현재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의사입니다. 

2011년 아덴만에서 총상을 입은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중요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2017년 탈북 과정에서 총상을 입어 죽어가던 북한군 병사를 살려내며 

늘 같은 자리에 버티고 있는 이 교수. 

그는 이 책에서 망가진 국가 의료정책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중증외상 센터의 척박한 상황 등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생명줄을 부여잡고 사투를 벌이는 외과 수술실은 전쟁터와 다름없지만 

화가에게는 오히려 한없이 고요한 심연이 다가옵니다. 

생은 숭고하며 숭고한 것들은 모두 말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죠. 

생과 생을 버티고 생을 지키려는 그 모든 행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일 것입니다.



<책 읽는 아틀리에>는 겉표지 뒷면을 펼치면 책 속의 그림 하나가 크게 나옵니다. 

책 속의 작품을 실제로 접할 순 없지만 이렇게나마 볼 수 있어서 더없이 만족스럽습니다.




책은 읽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책 읽는 아틀리에>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릴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에는 화가가 읽은 책 53권의 감상기와 그림 53점이 실려 있습니다. 

그녀가 읽은 책 중에 제가 읽은 책도 몇 권 있었지만 

예술가라서 그런지, 책을 보는 눈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면 자신의 인생을 투영해 느낀 점이 있는데, 

화가는 이미지로 연결해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이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소개한 다른 책들 중에서 못 읽은 책이 너무나 많아 부끄러운데요, 

못 읽은 책을 한 권씩 읽으며 화가와 제가 어떤 부분을 보는지, 

어떻게 느끼는지를 비교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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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라미 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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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라미 씨를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봤습니다. 

참전용사들들의 사진을 자비로 찍고 계시더라고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대부분은 외국에 있어서 

비행깃값만 해도 만만찮을 텐데 왕복 비행깃값에 숙박비 등의 비용을 

라미 현 씨가 부담하고 카메라로 찍어 현상한 뒤에 

자택으로 액자에 넣은 사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22개국 1500여 명의 참전용사들을 기록했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에 담았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윌리엄 빌 베버.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19개 동상 중 

판초 우의를 입고 소총을 든 동상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었고, 후송 중에 포탄을 맞아서 

같은 날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습니다. 

미국은 전쟁 중임에도 그를 살리기 위해 원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일본으로, 

다시 일본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기고 또 옮겼습니다. 

미군 최고위층에서 그를 결단코 살리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그가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계속 모르핀을 주사했답니다. 

그렇게 다들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딱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했다고 합니다. 

'언제쯤 다시 전투에 참전할 수 있을까!'. 

그는 맥아더 장군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하달 받았는데 

조선인 노예들을 찾아 고국으로 보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그러나 끌려온 조선인과 일본 하류층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돌려보낼 고향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맥아더 장군은 일본 남쪽으로 이주시켜 

일본에 자리 잡고 살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당시 중위였던 그는 그때부터 조선에 관심이 생겨 역사부터 공부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반도이기 때문에 언제나 강대국에 둘러싸여 

당하고 버티면서 발전해 왔는데 그런 민족을 자신의 도움으로 

지켜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또 한쪽 팔, 한 쪽 다리가 없는 것보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사진 액자를 선물하러 다시 들린 날, 

참전용사 베버 씨는 너무나 고맙다며 자신이 뭘 해주면 되냐고 물어봅니다. 

그때마다 사진작가 라미는 

"선생님께서는 69년 전에 이미 다 지불하셨습니다. 

저는 다만 그 빚을 조금 갚는 것뿐입니다."라고 대답했대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너희가 빚진 것은 하나도 없다.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의무가 있어. 

바로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게 생긴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전하고 지켜주는 거야.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도 이 의무를 지키기 위함이지. 

다만 저희도 자유를 얻었으니 의무가 생긴 거야. 

북쪽에 있는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것. 그 의무를 다했으면 한다." 

정말 대단한 분이십니다. 

생판 모르는 남의 나라에 와서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어도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는 윌리엄 빌 베버 씨. 더없이 그가 위대해 보입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도 UN 군으로 

수많은 10대부터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이 한국전쟁에 참여했고, 

그중엔 하와이에서 태어난 스탠리 후지이 씨도 있습니다. 

휴식시간이면 벙커에서 쉬며 가족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동료들이 가족으로부터 받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전우애를 키웠는데, 

한 병사는 편지를 쓰지도, 받지도 않아 궁금해 물어보았답니다. 

그 병사는 농장 일을 하느라 글을 못 배워 편지를 못 쓴다고 했답니다. 

스탠리 후지이 씨가 대신 편지를 써줘 

가족으로부터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병사가 전사하고 그의 집으로 편지를 쓸 때는 

더없이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2018년 67년 만에 하와이의 집으로 돌아온 스탠리 후지이 씨의 전우들.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자신의 전우들을 기억해 달라고 전합니다.


우리는 참전용사라고 생각하면 군인들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군인들이 쓸 물자를 옮긴 민간인들인 지게 부대도 있습니다. 

그들은 정식 군인도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전장 속에서 물자를 옮겼습니다. 

도예가로 유명한 천한봉 씨는 세 번의 군 입대를 했지만 

기록에 남지 않아 참전 유공자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복무 증명서와 같은 증거가 없다 해도 

구체적인 정황을 듣고 당시 기록과 맞으면 

참전용사로 인정되는 법이 제정되어 

2013년에 선생님은 6.25 참전 유공자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종이보다 더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를 믿어야 할 때입니다.


2018년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백발의 

탈북 국군 포로 유영복 선생님이 증언을 했습니다. 

그분의 증언에 의하면 아직까지 귀환하지 못한 

한국전쟁 국군 포로가 많다고 합니다. 

저자도 그분의 영상을 보고 꼭 만나서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다짐을 했답니다. 

겨우 탈출한 선생님을 국가는 잊었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SNS을 통해 사진을 같이 찍을 분을 모집해 

40여 명이 참여한 가족사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이후 송환되어 대한민국 땅을 다시 밟을 줄 알았던 

유영복 선생님의 기대는 47년이나 유예되었습니다. 

고된 육체노동과 사상 교육이 있었고, 반항하면 그대로 처형되었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국군 포로들은 이제 대한민국으로 가겠구나 싶었지만 

국군 포로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그토록 믿었던 국가였는데, 

죽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죽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느 날 중국에서 보따리상 아줌마가 두만강을 건너자는 말에 

함께 건너 2000년 대한민국 땅을 밟게 되었답니다. 

90살이 넘은 아버지와 동생을 만났고, 

한국전쟁 당시 소속되었던 5사단에서 하사로 명예 전역식을 치렀습니다. 

정말 한 많은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버림받은 대한민국을 다시 찾은 그분의 심경은 어떠했을까요. 

정말 죄스러울 뿐입니다.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에 등장한 29명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분들.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분들의 수많은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요. 

이분들의 이야기를 하나씩만 읽어도 마음이 찡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데 말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 태어나 

전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지내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이분들의 희생, 용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쟁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몇 십 년을 겪고 계시고, 

지금도 고통스럽게 지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감사함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사진작가 라미의 'Project-Soldier 네 번째 이야기,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서'를 

마음 깊이 응원하며 저자가 있기에 조금의 죄스러움을 한 스푼 덜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분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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