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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평점 :

제목부터 재미있습니다. <#킬러스타그램>이라니요.
게다가 이 책은 대한킬러협회 비공식 추천 도서라고 합니다.
표지부터 유머가 가득 있는 <#킬러스타그램>은 킬러 가족이라고 하지만
유머가 가득한 소설입니다. 그럼 내용을 볼게요.

우리 가족은 신라 시대 때부터 대대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요,
그 일이 바로 킬러입니다.
킬러 가족의 가훈은 바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이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오늘도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합니다.
할아버지의 콜사인은 옹심이고 독제사입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의 독을 먹고 죽었습니다.
독을 만들 때, 할아버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이 맛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독의 효과가 은밀함 같은 것은 언제나 그다음이라죠.
할아버지는 남한성 기슭에서 식당을 하며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은 할아버지의 표적입니다.
할머니의 콜사인은 꼬마이며 폭파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3년 정도 전부터 취미로 고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빠의 콜사인은 원순철이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자살 전문가인데,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이 진짜로 자살하게 만듭니다.
아빠가 일하는 방식은 간단했는데, 표적이 정해지면
그 근처로 이사를 가 표적을 지켜보고 주변을 맴돕니다.
그렇게 표적과 함께 줄을 서고, 씻고,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게 다지만
짧으면 일주일 만에 길어도 석 달 안으로 표적은 자살을 합니다.
그런데 5년 전 마지막 표적 임무에 실패하고 아빠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엄마의 콜사인은 마더이며 암기술의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주로 의뢰를 취합하고 배정하는 일을 합니다.
형은 미래가 암울한 이 나라의 검사이며
콜사인은 미네르바고 사후 뒤처리를 합니다.
누나의 콜사인은 제니고 저격수이며 주로 외국에서 활동합니다.
제니가 아닐 때 누나는 국제 의료봉사 단체 소속의 의사이고
주로 분쟁지역에서 활동합니다.
누나는 젊지만 꽤 유능하고 특히 총상에 있어서
비공식적으로 국내 최고의 권위자입니다.
그리고 이 집의 막내인 나는 근접 살인 전문가인
삼촌에게 무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삼촌은 실종된 아빠를 찾는다며 킬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그 빈자리를 내가 채워야 하기 때문에
삼촌이 관장으로 있는 합기도 도장에 가서 배우고 있습니다.
삼촌이 건네준 "합기도 입문"을 읽어보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입니다.
보통 무술 교본처럼 동작이 그림으로 나오지 않고 글만 쭉 있습니다.
동작은 적당히 연습하고 만 가지 상황을 생각하라는 헤겔의 말에 따라
정해진 자세와 동작을 버리면서 내게 편한 방식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책에 543번 언급한 정신으로 상대를 제압하게 되지요.
이제 이 가족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킬러스타그램>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헤겔의 "합기도 입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철학자 헤겔은 성직자가 되어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원했던 부모의 교육 아래 많은 것을 배웠는데요,
7살에 펜싱을 배우다 다쳐서 다른 무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동양인 홍이라는 사람인데, 홍은 헤겔에게 합기도를 가르쳤고
10년 동안 배우며 자신의 깨달음을 정리해 "합기도 입문"을 씁니다.
이 책의 구절들을 내용 중간중간에 언급하고,헤겔의 변증법을
무술에 사용하면서 주인공 '나'가 진정한 킬러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모순적인 이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순간 이미 저는 <#킬러스타그램>에게 빠진 것입니다.
작가의 말 대신 실린 소설 적성 검사에 응시해
소설에 천재적인 적성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보고
당장 글을 쓰라는 작가의 글에 뭘 써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어이없기도 하고 작가에게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소재이고 더 어두운 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문장을 읽으며 맑은 가을 하늘처럼
조금은 밝은 세상을 기대하게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