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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하루 4시간 일하면서 돈도 잘 버는 삶을 살고 싶어
커리어 방향을 전환했다는 저자는 베스트셀러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강연하고 있습니다.
<재능의 불시착>은 박소연 작가의 첫 번째 직장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집입니다.
그럼,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요.

첫 번째 이야기 '막내가 사라졌다'는 회사 신입 사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날부터 시작합니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오늘부로 퇴사하며
필요한 서류는 대리인이 참석해서 처리할 예정이라는 문자가 옵니다.
막내 신입사원 강시준이 퇴사한다는 소식에,
게다가 대리인이 참석해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말에
그와 연관된 사람들은 불안해합니다.
회사 리버스 멘토링(역멘토링)의 일환으로
강시준이 옆 팀 본부장의 멘토로 일하다가 회식 때 그 팀 본부장이
술에 취해 성추행을 시도하다가 주위에서 간신히 말려 떼 놨다고 합니다.
그 일 직후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서 그대로 사라졌고,
다음 날 시준 씨를 불러 다독이고 겨우 무마시킨 일도 있었습니다.
대리도 일하며 몇 번이나 말한 부분을 안 챙겨놔서 본부장께 혼이 나서
화난 마음에 문자로 인신공격을 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또한 팀장은 회사에서 석사 이상을 권하는 분위기라
대학원 야간 강좌를 듣고 있는데 보고서 쓸 때도 도와달라고 하고,
지도교수가 동료들이랑 골프 여행 갈 때 잡무를 시켰다고 합니다.
며칠 후에 와서 시준 씨가 못 하겠다며 사직서를 들고 와
그런 일 안 시키겠다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말한 일도 있었습니다.
신입 사원이 알게 모르게 어려운 고충이 있었음을 알게 된 나도
혹시 그런 일이 있었나 돌아봤지만 단언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 막내가 아니라 담백한 타인이라고 생각하자
'괜찮게 대했다'라는 기준이 흔들렸으니까요.
대리인이 온다는 그날이 되자 사람들은 각자 불안해하고,
팀장과 나, 인사과 과장이 대리인을 만납니다.
네 번째 이야기 '재능의 불시착'은 부러움을 받은 적도,
왕따를 당한 적도 없는 평범한 보통 학생으로 자란 나는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재능이 있긴 합니다.
본능적으로 동서남북을 감지할 수 있고,
무게도 몇 그램 차이로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재능은 업무에 필요한 재능이 아니라 불필요한 재능입니다.
남들과 평범하게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한 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서
3년째 일하고 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자 인원 감축에 들어간답니다.
잘릴 가능성이 높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면접을 갔는데요,
압박 면접이란 이름으로 응시자에게 모욕을 줍니다.
그런 모욕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 능력이 회사에 필요한 것인지
앞 참가자와 면접이 끝난 후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 참가자는 주말에 성수동에서 소셜 벤처 같은 스타트업 CEO들이
자원봉사를 하는데 참가하자고 권유합니다.
어쩌다 보니 자원봉사에 참가해 포도를 따고 있는 나,
2인 1조로 함께 움직이는데 그 남자는 인기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창업한 사람입니다.
그의 재능을 부러워한 내게 그는 시대를 잘 타고나서 그런 거라며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일들이 상당 부분 뽑기 운이었답니다.
그동안 뽑기에서 실패했다고 투덜거린 재능들이
언젠가 행운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 '언성 히어로즈(보이지 않는 영웅들'은
7편의 더 짧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소소한 자신의 일상에서 영웅처럼 멋진 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신입으로 가르침도 없이 일만 주어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끼고 팀장에게 말을 했더니 당연히 힘들었겠다며
입사 석 달 차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삼 년 차 업무를 시키면
어떻게 잘하냐면서 위로합니다.
그러면서 보드에 회사의 전체 프로세스를 그리면서
세 시간 동안 설명해 준 이제는 상무님이 된 팀장님 이야기.
사고가 나서 1년간의 재활 치료를 마치고
그동안 요리 자격증을 아내와 함께 취득해 배달 전문 식당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몇몇 1점의 평점과 댓글에 의기소침하고 있는데,
너무나 잘 먹었다며 조미료 쓰지 않고
고기가 듬뿍 들은 찌개는 오랜만이라면서 열 번 시키라는
댓글을 남긴 고객의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고객은 별생각 없이 썼겠지만 이제까지 오만 일을 겪어도
한 번 울지 않는 아내가 울었다는 이야기.
7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팔을 잘라낸 진우,
어느 날 검은 정장을 입고 온 사람들이 진우에게 히어로즈 팀에서 왔다며
훈련을 시작하라는 명령을 받았답니다.
로봇 팔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습을 하는데
각오는 되어 있냐고 진우에게 물어봅니다.
진우는 할 수 있다며 눈을 반짝였고 퇴원 후 로봇 의수를 차고
힘든 재활 과정도 훈련이라서 어쩔 수 없다며 참고했답니다.
오랜만에 유치원에 간 진우는 진우의 팔을 보며 진심으로 부러워했고,
진우는 유치원 전체의 최고 인기 스타가 되었답니다.
아이들에게 캐릭터 의수를 디자인해 히어로 기분을 느끼게 해준 회사 연구원들 이야기.
<재능의 불시착>에 실린 다양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회사 다닐 때가 상사고 선배지, 그만두면 아무 관계도 아닌 사람들끼리
기본 매너는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지냈나 돌아보게 되고,
이윤보다 선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려고 NGO 단체에 취직한 주인공은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훨씬 더 돈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모순에
혼란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주 일부분을 좋아하는 것뿐이면서 안 맞는 일로 가득 찬 일을
직업으로 고른 게 가장 큰 실수였다며,
간식일 때 만족스러운 음식을 삼시 세끼 먹게 되니까 삶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무능한 사람을 회사에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그 사람이 내 사정권 밖의 어딘가로 옮겨지는 상황이 되어야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 일을 하며 내 생활을 엉망으로 만드는 무능함에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비싼 값을 쳐주는 재능이 아니라
크게 쓸모없는 재능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후우울증은 호르몬 탓이 아닐 겁니다.
애를 낳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주 7일 18시간씩 일하면서
잠도, 식사도, 샤워도 제대로 못하면
누구나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인수인계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아이는 죽을 듯이 울고 있으면 말입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직장인들이 한 번쯤은 느꼈을 그 감정을 작가는 담담히 그리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힘든 싸움을 하는 중이니까."
작가의 위로에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